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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Hong Sang-Su)

洪尙秀

성별: 남성
생일: 1961년 01월 01일
직업: 감독, 작가
출신: 한국,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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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식 결벽증, 섹스도 정치다

글: 김윤경
2003년 02월 16일

조회: 7299

세상만사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을 ‘정치’나 ‘권력’의 구조로 파악하기 시작하면 인류 최대의 낭만주의 ‘사랑’도 염병할 젠장할 빌어먹을, 오! 쉣!이 될 것이다. 그러니 되도록 백치미 정신을 되살려 현상에 충실한 것이 여러모로 건강에도 좋고 궁극적 지향점인 행복한 삶에도 도달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당대의 예술가들의 본질을 파헤치는 고약함 때문에 눈물겨운 건실한 시선은 번번이 좌절되고야 만다. 그 대표격 감독으로 나는 어김없이 홍상수 감독을 꼽겠다. 아이러니컬하지만 같은 이유로 나는 그의 영화를 '사랑’한다. 그 솔직함이 눈물겹도록 사랑스러운 것이다. 배짱 한 번 겁나게 두둑하지 않은가.

평론가의 열띤 지지를 받으며 홍상수는 설까치 이상의 카리스마로 등장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인디계열’ 감독이다. 그의 유머감각은 그 누구나에게 어필하지 못했고, 그럴싸한 년놈 하나 없는 무덤덤한(야비하고 속물적인 보통사람) 캐릭터들은 대중에게 시큰둥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냈던 것이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꿈과 사랑과 희망을 얻고자 했던 순박한 가슴에 홍상수는 씻을 수 없는 멍에를 남기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그는 ‘섹스’를 통해 에로스의 환타지를 정면으로 까부순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보여지는 계급적 구도는 다양한 형태의 성적 행위를 통해 보여진다.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삼류 소설가 효섭을 사랑하는 민재의 몸부림은 계급상승에의 욕구로 ‘그대로’ 나타난다. 너무도 처절하게 까발려지는 섹스신은 그 대사들의 얼개와 상황으로 모든 섹스의 성격이 같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감정의 혼선은 대단히 정치적인 구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민재의 호명에 대한 욕구는 섹스를 통해 소속감을 찾으려는 절규처럼 보인다.

<강원도의 힘>에서는 이것 딱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상권이 지숙을 친구에게 설명하면서 “그 여자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라”라는 대목. 지숙이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며 “나는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이 너무도 잘 보여” 이것은 그 자신들의 불륜을 정당화시킴과 동시에 그들의 지적허영에서 발현시킨다. 결국 그들의 섹스는 아름답게 ‘미화’되고 ‘찬미’되는 것이다. <오! 수정>은 한국사회 남성이 가진 버진 콤플렉스와 이를 이용하려는 여성의 구도를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는데 이는 퍽이나 고전적이면서도 일부분 유효한 ‘거래방식’이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리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단계를 재훈의 처녀 꼬시기 작전을 통해 소통시키려 한다. 역으로 쥐방울만한 여우들의 돈 많은 늑대사냥도 여과없이 보여지고 있다. 대부분의 우리들이 믿고 있는 ‘사랑해서 사랑한다’는 사고 속에 삭제(들켜내고 싶지 않은) 된 우리 자신의 정치성과 권력구조를 쓰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시간을 내어 <오! 수정>을 다시 보며 ‘진짜“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발음되는지 세어보는 것도 허무주의로의 흥미진진한 여행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생활의 발견>이다. 그의 유머감각이 절정을 이루며 가장 현대적인(그의 데뷔가 불과 10년이 되지 않는데 비해 그의 영화 속 드러나는 섹스를 통한 정치적 구도가 급변하였다는 것은 현재를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형태로 남녀관계를 다루고 있다. 오히려 <생활의 발견>에서 섹스는 소품에 불과하다. 인간이 가진 모방의 심리, 그리고 획일화되어가는 지금의 우리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의 발견>에서 명숙과 선영, 그리고 경수의 삼각구도는 패권을 누가? 왜? 쥐고 있느냐의 문제를 더 여실하게 드러낸다. 점집에서 추레하게 변방으로 내몰리는 경수의 '운명적‘ 처지는 선영을 애타게 부르짖게 만든다. 그리고 선영은 매우 귀찮은 듯 그를 떠나버린다.

내가 느끼기에 홍상수 감독은 지나친 결벽증에 시달리는 것 같다. 그의 영화가 보탬 없이 우리 안의 너저분하고 구차한 감정들을 들추어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는 그의 영화를 보면 대부분 불쾌하고, 불편하다. 심지어 민망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그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을? 우리가 삶을 향해 내뿜은 기운들이 모두 ‘정치’는 아니었다는 것을. 그래서 당신, 홍상수도 있고 허진호의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가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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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A Woman is a Future of a Man|2004)
생활의 발견 (On the Occasion of Remembering the Turning Gate|Find a Life|2002)
오! 수정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Oh! Soojung|오 수정|2000)
강원도의 힘 (The Power of Kangwon Province|1998)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A Day a Pig Fell into a Well|1996)

각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A Woman is a Future of a Man|2004)
생활의 발견 (On the Occasion of Remembering the Turning Gate|Find a Life|2002)
오! 수정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Oh! Soojung|오 수정|2000)
강원도의 힘 (The Power of Kangwon Province|1998)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A Day a Pig Fell into a Well|1996)



1961 서울 출생
1980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연출전공으로 입학.
1983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유학 떠남.
1987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 졸업. 재학중 '개미보는 여인' 등의 실험영화를 열편 넘게 찍다.
1985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California College of Art and Crafts)졸업 / 시카고 예술학교(The 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 예술학 석사
1991 프랑스로 여행해 다작의 영화감상.
한양대, 성균관대 등에 영화과목 강의를 나감.
제 3회 서울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1992 다큐멘터리 연출자
1994 TV프로덕션 시네텔에서 PD로 활동
동아수출공사 기획실에서 일하며 영화준비 시작.
1996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연출
1997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영상원 영화과 교수
1998 <강원도의 힘> 연출
2000 <오! 수정> 연출


FILMOGRAPHY

하우스(단편영화)
아파트먼트(단편영화)
팩토리(단편영화)
작가와 화제작(SBS 다큐멘터리)

1992 한국방송대상(외주제작부문)
1996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연출
제16회 영평상 신인 감독상
제17회 청룡영화제 신인 감독상
제15회 벤쿠버영화제 용호상
(Dragon and Tiger Award for Young Cinema)
1997 제21회 황금촬영상 신인감독상, 남여 배우상
제27회 로테르담영화제 타이거상(Tiger Award)
제42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신인감독상
1998 <강원도의 힘>연출
제51회 깐느 영화제 공식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특별언급상(Special Mention Award)
제19회 청룡영화제 감독상, 각본상
제3회 부산영화제 넷팩상
문화관광부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영화부문)
1999 제36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 기술상
제14회 산타바바라 영화제 심사위원상(Burning Vision Award)
2000 <오! 수정> 연출
제53회 깐느 영화제 공식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공식초청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
제13회 도쿄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특별 언급상 수상
제1회 부산평론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수상
제45회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각본상 수상


BIOGRAPHY

1 "삶이란 귀여운 위선과의 입맟춤이다 " 라고 말한 홍상수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어느덧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는 감독이 된 홍상수의 삶에 대해서 사실 우리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작품이나 혹은 인터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으로 추론하는 정도이다.

그의 작품은 일상을, 우리의 추례하고도 너절한 일상을 너무나도 세심하게 꼼꼼히 집어 우리로 하여금 부끄러움이 들게 할 정도이다. 그러고 보니 시작부터 그랬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은 네 명의 주인공을 통하여 우리는 얼마나 치사하고 혐오스러운 동물인가라는 위선의 끝을 보여주었다. 아니 적어도 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수정을 잡아먹기(?) 위한 남자들의 행동, 그것도 우리는 뻔하게 그러한 입장을 받아들이는데 그는 유치한 뽀뽀껌처럼 <오! 수정>을 회색빛 꿈처럼 연출하였다. <강원도의 힘>에서는 시종일관 사랑은 있다, 없다를 질문하여 우리를 조롱하게 하고 아름다운 강원도를 영화에 담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3부작 느낌이 강한 세 작품을 만들고 나니 껍질을 한 꺼풀 벗은 느낌"이라며 "전혀 새로운 내용을 담을 다음 영화를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그의 다음 작품은 이제 어떠한 명제로 우리를 괴롭힐지 우리는 무척 궁금해야 할 것이다.

2 우리는 그를 소위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부른다. 작가주의 감독으로서 그는 삶을 명철하게 보고 그것을 해부할수 있는 마술적 능력을 지닌것 같다. 자신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그 느낌을 담백하게 그대로 연출하고 영화제작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가지고 자신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어쩌면 돼지 같은 어쩌면 보통의 남자같은. 작가주의 감독으로서 홍상수는 영화에 대하여 무엇인가를 알고 그것을 소화해내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며, 그만의 독특한 영화나라를 구현하여 일상과 세계, 그 속의 인간들의 관계에 그는 집찹하고 그냥 그렇게 애쓰는 것 같다. 그래. 홍감독은 애쓴다.

3 사실 이렇게 그를 논하는 것 또한 우스운 일이다. 그를 본 것도 그랬다. 그와 대면하였을때는 묵묵하며 과묵한 그의 굳은 입술에서 무엇을 느꼈을런지. "홍상수 감독님, 사진 한번만 같이 찍어요"라고 말을 건네자, 대답을 하지 않은것 같았는데도 호의적의게 사진을 같이 찍었다. 이어서 사인을 해달라고 했더니 혼쾌히 응하시며 내 이름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무래도 나는 그런것 같다. 그의 사적인 면들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미칠것만 같다. 고등학교때는 어떠했는지, 그의 첫사랑은 어땠을까? 그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우스운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왜 그렇게 담배를 피울까? 그는 라면을 좋아할까?...등 사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그의 모습이 보고 싶고 추례한 일상을 말하는 그 자신은 어떠할지 여전히 궁금할 것 같다.

(글: 신근수)



홍상수식 결벽증, 섹스도 정치다 - 김윤경 (200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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