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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토이치 :::

기타노 다케시의 신작 <자토이치>는 독특한 사무라이 영화입니다. 비장하고 진지하고 운명과 숙명, 배신과 욕망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고독한 사무라이 대신, 어딘지 모르게 웃음이 나고 유머러스한 맹인무사가 등장하죠.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심각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이 영화를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한 영화로 인정을 해야 하나?"

이 영화는 다케시 본인의 의지에 의해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색이 많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다케시 영화에서 나타나는 어색한 상황에서의 웃음과, 특유의 엇박자 웃음이 이 영화에서는 머리치기, 괭이질 박자, 여장남자 등 다양한 설정에서 튀어나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다케시 영화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기존의 다케시 영화 속에서 그러한 요소들은 결코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화속에 묻어나왔지만, 이 영화에는 의도적으로 그것들을 배치한 인상이 강합니다. 산타로 가츄의 이미지가 강한 '자토이치' 캐릭터에 자신의 색을 덧입히기 위해 애를 쓴 것이죠. 노란 머리와 실실 웃는 미소는 새로운 자토이치 캐릭터를 창출해내기 위한 고안이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캐릭터의 매력을 잘못 짚어내는 실패수가 되고 맙니다.

<바람의 검심>의 히무라 켄신 역시 자토이치처럼 친숙함과 살기를 동시에 표출하는 캐릭터이지만, 영화속의 자토이치는 개연성이 떨어지고, 산타로 가츄도, 비트 다케시도 아닌 어정쩡한 자토이치로 남아 버립니다. 향수도 지나치게 뿌리면 악취가 되듯이, 산타로 가츄의 색을 없애기 위해 비트 다케시라는 향수를 지나치게 뿌려서 후각을 마비시켜버린 것이죠

이 영화를 보며 덕분에 내내 편안하지 못했습니다. 부산 영화제때 이 영화를 예매하려고 발을 동동 굴렀던 게 억울하다 싶을 정도로 상영관에서는 좌불안석이었고, 나의 영웅이 아무리 산타로 가츄 부인의 부탁이라지만, 이런 억지스러운, 흥행에 연연한, 영화를 찍는 다는 것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도,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2002년 다케시의 기자회견에서 그는 영화제작비 때문에 고심하고 있었기에..돈 되는 영화를 찍을 필요는 있었습니다)

그나마 이 영화의 수확이라면 마지막 탭댄스 장면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인도 발리우드 영화의 유쾌한 뮤지컬 장면이 연상되더군요. 위에서 수직으로 촬영하는 카메라와 집단 군무, 여기에 경쾌한 탭댄스가 어우러져 환호성을 지르기에 충분한 명장면이 연출됩니다. 헐리우드의 보드빌 뮤지컬과도 차별되는 독특한 장면이죠.

그러나 그 장면 하나로 보상을 받기에는 이 영화가 안겨준 불편함은 너무나 길었습니다. 최소한 다케시가 일부러 만든 실패작이라는 <모두 하고있냐?> 조차도 경박하고, 생각이 없기는 했다지만, 최소한 억지스럽지 않게 그의 색을 녹여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영화를 다케시의 영화라고 인정해야 할까요? 고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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