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츠히코와 준코는 아이는 없지만 금실 좋은 늘상 보아오던 평범한 부부이다. 단지 준코는 영적인 능력이 있어서 보통 사람들이 쉽게 느끼지 못하는 유령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사람들이 영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적대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지만, 막연하게 자신이 가진 힘을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준코는 심리학과에서 초자연적인 의사소통의 방법과 강령술을 연구하고 있는 하야카와 후미오의 실험에 응하기도 하고, 집밖을 벗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준코에게만 보이는 유령의 존재는 여전히 그녀를 괴롭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하야카를 통해서 유괴된 소녀의 행방을 찾는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을 받는다. 그러나 사건은 예고 없이 우리네 일상에서 일어난다. 뜻밖의 비극에 휘말리게 된 부부의 심리적 불안은 일상의 공포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작품은 범죄를 저지른 중년 부부의 심리를 다룬 1960년대의 일본 소설「비내리는 오후의 강령술」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나, 소설과도 다르고 기존의 공포영화와도 차별화된 구로사와식 공포영화로 재탄생했다. 강령에서는 공포영화에서 흔히 보여지는 빠른 커트의 편집과 사람을 놀라게 하는 사운드가 등장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흔들리는 바람을 느끼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볼 수 있는 것처럼, 유령 역시 그렇게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강령이 주는 공포스러움은 어두움 속에서 갑자기 등장해서 놀라게 하는 공포가 아니라, 유령 혹은 죽음이라 불리는 이질감이 주는 공포이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말처럼 우리가 이질적으로 느끼는 유령은 곧 죽음이며, 유령을 본다는 것은 살아있으면서도 죽음과 직면하는 것이다. 그의 영화에 이르면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관념적인 죽음이 형태를 갖추어 이젠 삶의 영역으로 걸어 나온다. 그렇기에 더 이상 밀폐된 장소의 어두움 속에 묻혀있는 공포가 아니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환하게 드러나는 백색 공포가 영화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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