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날리는 산에서 일어났던 가족의 동반자살에서 혼자 살아남은 아이와 도시의 높은 빌딩을 화면 가득 담으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미궁에 빠진 연쇄살인사건과 그를 둘러싼 형사들의 추적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영화이다.
최양일이 주로 다루는 하드보일드 세계의 거친 폭력은 도시이든, 도시와 전혀 무관하게 보이는 산에서든 범죄(살인)가 은폐됨에서 시작된다. 나오키 상을 수상한 다카무라 카오루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하드보일드적인 세계에 흠뻑 빠져든 서스펜스의 걸작으로 그해 <키네마 준보> 베스트텐 9위를 차지하면서 최양일의 작가적 지위를 확고히 자리매김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폭력단의 전 조직원이던 하타케야마 히로시가 머리에 특이한 상처를 입고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연쇄살인으로 이어진다. 다음 희생자는 법무성 형사과장인 마츠이 코지. 폭력단 조직원과 형사과장 사이의 연관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사건을 수사하게 된 아이다와 스사키는 라이벌 의식으로 인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 하고 따라서 수사도 진전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아이다가 피해자 두 명을 모두 알고 있는 하야시바라 유조라는 변호사를 찾아낸다. 하야시바라는 폭력단원 하타케야마의 변호사이며, 법무성의 마츠이와는 대학 ‘형설산악회’의 동기였던 것. 하야시바라가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추어져 있던 미즈사와 히로유키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러나 파편적인 단서들을 가지고 과거를 재구성하려는 아이다 형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거는 현재와 뒤섞이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최양일은 연쇄살인사건과 수사과정, MARKS의 비밀과 관련된 과거의 사건, 히로유키의 범행이 얽혀 있는 복잡한 이야기를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 능숙하게 조화시킨다. 결국, 산악회 동기들의 이름에서 딴 MARKS에 얽힌 끔찍한 비극이 과거 전공투 시절의 우치게바 사건(학생운동 파벌 간의 내분에서 빚어진 폭력싸움)에서 기인한 것으로 밝혀진다.
<막스의 산>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다루기 껄끄러운 사회 문제를 영화에 전면으로 드러내어 일본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작품으로 냉철하면서 정교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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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의 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