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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층의 모기 :::
박경미 (망각 바이러스) | 2/21 Sat 17:40
조회 2049
10층의 모기
최양일의 첫 번째 극영화 데뷔작으로 발표 당시 평단의 열렬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70년대 일본 록그룹의 대명사인 우치다 유야가 각본과 주연을 맡았으며, 15년 후 경찰관이 은행을 턴다는 유사한 설정으로 <하나비>를 만든 기타노 다케시가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기도 하다.
생활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혼당한 하급 경찰관인 주인공은 매달 위자료와 딸의 양육비조차 제때 보내지 못해 전부인의 독촉을 받는 별 볼일 없는 인물이다. 10층의 작은 아파트에서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는 그에게 유일한 낙은 간혹 찾아오는 딸에게 용돈을 주는 것과 스낵바에서 술 한잔 하는 것이다. 승진시험을 위해 고리대금을 빌려 컴퓨터를 사보기도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오락이 전부이다. 평범한 경찰관인 그는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은 해봐도, 이미 무표정하게 변해버린 그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현대 사회의 고독과 소외뿐이다. 결국 승진시험은 떨어지고, 자신에겐 돈만 요구하는 아내는 점점 부담스러워지기만 한다. 고리대금으로 늘어가는 빚을 감당 못하게 되자, 모터보드 경주에서 요행을 바라기도 하지만 그의 빚은 더욱 늘어만 갈 뿐이다. 이혼한 전부인과 딸, 후배 경찰들과 경찰서장에 이어 사채업자들까지, 주변의 인물들은 그를 더욱 극한상황으로 몰아간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어”를 무표정하게 계속 되뇌이면서, 거대한 조직사회에서 서서히 폭력적이고 정신분열증적으로 변해가는 그의 모습은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에 맞추어 조화를 이루기엔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최양일은 ‘시민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범죄 없는 평화로운 일본을 만들어야 하는’ 경찰의 업무를 이행하던 주인공이 점차로 자멸해 가는 과정을 무자비할 정도로 냉정하게 그려낸다. 자신이 인간임을 혹은 인간이기를 나지막히 속삭이던 주인공은 우체국 무장 강도로 변해 총을 난사하면서, 현대 산업사회의 인간소외와 고독을 그 어떤 절규보다도 처절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또한 숨막힐 듯 짙게 깔려 있는 하드보일드한 정서는, 이후 최양일의 영화에서 그 특유의 ‘하드보일드 월드’를 구축하는 초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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