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구의 세계 :::
양유창 | 2003년 04월 01일
조회 5258
오늘은 만우절이다. 무슨 '절'이라면 '제00회 만우절 경축'이라고 써진 플래카드라도 걸어두고 오늘을 기려야 할 것 같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국가 공인 기념일이 아니므로 대충 거짓말 한 번 해주고 넘어가면 되는 날인가 보다. 허구의 세계에서 거짓말 같은 일들이 넘쳐나는 이곳은 차라리 365일이 만우절이었으면 좋겠다.
마이클 무어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 마디 한 것이 미국에서는 화제다. 찬반 양론이 언론지상에 오르내린단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한국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파병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가지고 논란이 뜨겁다. 미국놈이나 한국놈이나 그놈이 그놈이다. 도덕이고 명분이고 아무것도 없이 실체 없는 '국익'을 위해 인간을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을 지지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가 집권한 후 보여준 행보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개혁법안 하나 제대로 만든 것이 없고, 인사에 있어서도 국무총리와 경제관련 장관급들, 그리고 KBS, MBC 사장들과 교육부총리, 검찰총장, 경찰총장 등을 안일하게 임명했다. 개혁 드라이브 한 번 제대로 걸어보지 못하고 경제위기라는 발목에 묶여 벌써부터 퇴보하고 있다. 때로는 정말로 의지가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러던 와중에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다. 부시는 노무현에게 전화를 걸었고, 노무현은 15분간 전화통화를 했다. 아마도 이 15분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과의 자주외교를 강조했던 노무현은 단 15분만에 쓸개까지 다 내주었고, 국군을 파병하기로 약속해버렸다. 아마도 이것은 워싱턴 방문시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였을테고, 결국 눈도장 찍으러 미국 가지 않겠다던 약속을 이율배반적으로 어긴 꼴이 된 셈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것이 왜 나쁜지, 무엇 때문에 반전 반미 시위가 세계 각지에서 들끓는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고 또 이제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담 후세인이나 조지 부시나 모두 다 대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강조하고 싶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날 무렵 후세인은 죄없는 쿠르드인들을 화학무기로 죽였고, 부시는 지금 토마호크 미사일로 죄없는 이라크인들을 죽이고 있다. 둘다 모두 학살자들이지만, 경중을 따지자면 미국이 더 잔인하다. 왜냐하면 후세인의 쿠르드족 학살을 미국이 방조했기 때문이다. 지난 역사에서 미국은 세계의 패권으로 군림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가지고 놀았고, 독재자들을 여기저기 심어두면서 필요할 때 그들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챙겼다. 여기저기서 학살을 저질렀고, 민주정권을 무너뜨리고 독재정권을 세우는데 가담해온 것이 미국이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미국은 경제적 부와 패권을 얻기 위해 제멋대로 행동했다. 사담 후세인은 꼭두각시 중 하나에 불과했다.
조지 부시와 사담 후세인은 '악의 축'이다. 악의 축끼리 서로 싸우는데 고통받는 것은 결국 핍박받는 민중들 뿐이다. 우리는 죽어가는 민중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 한국군 파병에 관한 여론조사를 보면, 파병 반대에 이어 의무병만 파병하라는 의견도 꽤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무병을 파견함으로써 피흘리며 죽어가는 이라크인들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본데, 그것은 적십자가 할 일이지 의무병과는 거리가 멀다. 의무병은 군인을 치료하는 군인이다. 미국 군인을 치료하여 전투를 계속하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차라리 군인이 아닌 순수 민간 지원기구를 이라크에 보내야 한다. 그래서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치료하고 그들에게 빵을 공급해야 한다.
 미국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이라크의 자폭공격에 망설이고, 게릴라전에 말리고 있다. 돈으로 매수당한 미국 병사들과 종교적, 이념적, 국가적으로 똘똘 뭉친 이라크 병사들은 사기에서부터 게임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결국 전쟁은 장기화될 것이고, 미국은 베트남과 소말리아에처럼 반전여론을 못이겨 패퇴할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부시는 민주당 후보에게 패할 것이고, 국제전범재판소는 부시와 블레어, 체니, 럼스펠드를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아, 20년 후에 미국 내 에너지 위기, 패권 위기가 올 지 모른다는 그 절박함 때문에 막무가내로 밀어부친 미친 전쟁. 그 폭력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한 것으로 응원하는 미국사람들. 또 마찬가지로 '국익'을 명분으로 침략전쟁을 도우려는 한국사람들. 아아, 야만의 시대다. 아직까지 문명은 지구에 꽃피지 못했다. <지구를 지켜라!>의 외계인이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정말 가망이 없는 이 탐욕스런 인간 종족을 쓸어버렸을 것이다. 아무리 국제관계가 냉엄하다고 하지만, 이것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럴 바에야 도덕, 예술, 사랑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일까?
|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
|
국가별 검색
가격대별 검색
국가별 검색
가격대별 검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