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소설> 내가 찾는 아이 :::
양유창 | 2002년 09월 01일
조회 8096
무릎을 오므리며 들국화의 '내가 찾는 아이'를 부르는 손예진은 이 영화의 분위기를 한 번에 설명해준다. <사랑의 행로>에서 'My Funny Valentine'을 부르는 미셸 파이퍼의 매력이 그 영화 자체를 매혹적으로 만든 것처럼 이한(A) 감독은 이 장면에서 욕심을 부린다. 천사와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꾸는 남자들의 가슴 속에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영원히 남아 있을 법한 병약한 소녀에게 한없이 순수한 이미지를 입히는 것이다.
<연애소설>은 이상한 영화다. 신인감독이 용기백배하여 만든 유치찬란 로맨스다. 도저히 눈을 뜨고 듣지 못할 닭살 돋는 대사들이 파스텔과 세피아톤의 화면에 넘실거린다. 그러나, 이쯤되면 너무한 것 아닌가 싶은 장면에서부터 객석은 울음바다가 된다. 그리고, 지나치게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이 뇌리에 콕콕 박혀 떠나지 않는다. 첫사랑의 향수 혹은 핑크빛 플라토닉 러브, 학창시절 일기장에 남몰래 적어두던 문구들이 머리 속에 아른거린다. 그때 그 소년, 그때 그 소녀에 대해 추억하게 만든다.
정말 단순한 이야기다. 그리고, 정말 가벼우면서도 한편으로 지나치게 심오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척 따뜻하다. 우정과 사랑, 한 남자와 두 여자, 그리고 두 여성 사이의 사랑, 하지만, 이 영화는 무엇보다 순수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순수한 감정은 순정만화적인 캐릭터에서 나온다. 그래서 어색한 장면들이 무리없이 받아들여진다. 발랄한 이은주와 단정한 손예진은 모두 뭇남성들의 이상적인 여성상이며, 자상하고 귀여운 차태현 역시 여성들에게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여고괴담>에서 박예진과 이영진의 키스씬 이후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버린 소녀들의 사랑, 동네 오빠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의 사랑, 5년 전의 추억이 발신자 없는 편지로 간직된 사랑. 모두 우리가 소망하지만, 쉽게 이루지 못했거나 못하고 있는 것들이고, 그래서 간절하게 바라거나 바랬던 것들이다. 바로 그곳에 이 영화의 느낌을 설명해주는 코드가 있다.
<엽기적인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이 영화에서 받았다. 난 <엽기적인 그녀>가 아귀가 맞지 않는 참 이상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반복해 보면서 오묘하게 계산된 영화라는 것을 알았었다. <연애소설>은 정말 황당한 대사들과 하나씩 늘어놓은 캐릭터들을 바쁘게 수습하고 끝맺는 영화다. 반전이랄 수 있는 부분도 큰 무리 없이 전환된다. 흔히 상식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시도할 수 없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비슷하다. 단지 두 영화의 색깔로 하나는 다시 만나는 사랑, 다른 하나는 죽음에 이르는 사랑을 택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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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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