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파워 제로>

리뷰

<오스틴 파워 제로> :::

이윤형 | 2000년 11월 08일
조회 2877

웃음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어이없어서 웃는 웃음.. 허탈해서 웃는.. 웃기는 놈의 심리가 웃겨서 웃는 웃음 등 셀 수 없이 여러 가지 감정에서 나오는 웃음들이 있다.

그처럼 코미디 영화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코미디 영화는 우선 웃기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그리고 자신들이 웃긴 행동이나 웃긴 말들을 해서 관객을 웃긴다. 많이 보아 온 배우들의 웃긴 행동과 대사의 코미디 영화를 '평범한 코미디 영화' 라고 명명하자면 <오스틴 파워 제로>는 다른 형식의 웃음을 주는 코미디 영화이다.

우선 이런 형식의 영화는 카메라 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가끔 지네들 배역 갖고 장난치기도 하고 영화 적 상황 안에서 즐거워하면서 놀기도 한다. 굳이 이런 영화를 꼽자면 <스페이스 워즈> 정도..

이런 영화의 또 다른 특색은 '읽을' 필요가 없으며 읽으려 하면 욕을 할 자세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냥 평범하게 '봐' 주길 바란다. 만약 이렇고 저렇고 따져서 분석하면 이런 영화는 한 마디 할 게다.

"어쩌자고.. 씨댕아.."

<오스틴 파워 제로> 는 작년 개봉한 <오스틴 파워>의 전작이다. 필자는 <오스틴 파워 제로>를 먼저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스틴 파워>가 전작보다 나은 점은 '미니 미'의 탄생과 여주인공 이름이 'shagwell' 이라는 것뿐이었다. <오스틴 파워 제로>가 내게 속편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뭘까.. 혹은 <오스틴 파워>가 내게 전작보다 나쁜 평가를 받는 이유는..

우선 <오스틴 파워 제로>는 웃긴다. 속편도 웃기지만 전작이 더 웃긴다. 속편에 배치 돼 있는 에로틱 코드들은 전작에 마련 해 놓은 틀 안에서만 놀고 있다. 거기에 전작에서 약간이나마 재미로 보여줬던 정치적 은유도 없다. 모르겠다. 우리 나라 <링>을 먼저 보냐 일본판을 먼저 보냐에 따라 관람 평이 다른 걸 보면 내 생각도 그런 것과 비슷할 지 모르겠다. 먼저 보는 게 웃길 지 모르겠다.

속편은 전작의 개성을 가뿐히 뛰어 넘어야 한다. 여 배우 바꾸고 색다른 캐릭터 하나 얹어 놓은 것이 그것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까닭은 전작이 만들어 놓은 것 위에 얹은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다른 것을 채워 놨기 때문이다. 속편의 어려움이 바로 이것이다. 전작의 자리를 고스란히 지키며 색다른 창조를 하지 않으면 아예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결부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것.

<오스틴 파워>를 먼저 본 사람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어쩔 땐 배우들의 개연성 없는 상황에 당황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스틴 파워 제로>를 본다면 그 궁금증은 해결된다. . 필자가 지금 자꾸 중언 부언 하는 이유를 대충 알게다. 전작을 먼저 보고 속편도 먼저 봤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럴 때 독자한테 정말 좋은 조언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저.. 혹이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오스틴 파워>를 보지 못했다면 극장으로 달려가 전작을 먼저 보고 속편을 비디오로 본다면 조금 더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필자는 자신 없는 장담(?)하겠다.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돈이 없으면 큰 비디오 가게로 가서 <총알탄 007>을 빌리면 된다. 그것이 <오스틴 파워 제로>이다. 이 글을 보고 비디오로 나온 거 극장가서 보기 아깝다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란다. 돈 없는 사람들에게 우선 대여 권을 주자. 그리고 극장에서 봐야 할 또 하나의 이유..

<오스틴 파워 제로>는 일단 유치한데 그 유치함은 시대 배경과 그 이질감 그리고 배우들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다. 그 유치함과 세련됨의 절묘한 교합을 맛보려면 배경 음악을 잘 들어야 한다. 이건.. 필자가 음악 평론가가 아닌 탓에 뭐라고 자세히는 설명 못하겠지만 정말.. 정말 극장에서 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뭐랄까.. 무지하나마.. 조금 설명하자면..

영화에도 운율이 있다. 그 운율은 일정한 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표현에 있다. 음악은 상황이 일어나기 조금 전에 먼저 나오게 되는데 그 이유는 상황을 청각으로 먼저 느껴 그 느낌을 배가 시켜 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음악은 '울트라 입체 서라운드'로 들어야 느낄 수 있는데 '조 만 장자 마이더스'가 아닌 이상 극장을 가야 그 음악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감독 제이 로치는 <분노의 폭발>의 원안자이다. 그냥.. '이야기를 잘 만드는 감독' 이라고 생각해선 분명 안 될 감독이다. 그 상황 연출의 자연스러움과 어이없는 연기 연출은 어이없으면서도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준다. 아직은 이 감독에 대해 뭐라고 하지 못하겠다. 몇 작품 보질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런 영화의 단점은 좋아하는 부류가 극과 극이라는 점인데..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웃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은 별 것 아닌 부분에서도 웃는다. 이런 영화는.. 음..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가 있겠다. 아무튼 확실한 건 <웨인즈 월드>를 보고 미국적 은유를 이해해서건 그냥 어이없어 웃었건 많이 웃은 사람에겐 절대 후회 없는 선택이 되리라는 것이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적어도 <007>이란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는 알고 봐야 할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