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의 이면 :::
양유창 | 2002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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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실업자 신세가 된 본인은 그래도 한 달에 꼬박 생활비를 벌어대는 사업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거냐고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없다. 나는 가끔 전 씨네21 기자인 김봉석씨에게 메일을 받는데, 그 메일이란 것이 다름 아닌 동보메일이다. '저 이번에 회사 그만 두었습니다. 앞으로 연락은 이쪽으로 주세요' 하는 식이다. 그런 때마다 난 괜히 위로가 된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25만대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도난당했는데, 삼성전자는 오히려 희색이 만연하다고 한다. 이번 도난사건이 BBC 등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그 이상의 홍보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란다. 더구나 휴대폰 도난분은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하니 기업가들의 전략이라는 것에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비슷한 시기에 베이징으로 공짜 여행을 간 한국인 여행객 3명은 여권을 도난당해 불법체류자로 그곳에 감금되어 있다고 한다. 개인은 물건을 잃어버리면 슬프고, 기업은 물건을 잃어버려도 득이 된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어떤 룰이 개인과 기업 사이에 관계하기 때문이다. 그 룰이라는 것이 바로 실업자들에게 직장을 구하고 싶은 욕구를 주게 하는 것이다. 80억원어치의 물건을 잃어버려도 희희낙락할 수 있는 그런 보상심리를 기업에서 얻을 수 있으니까.
이것이 바로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이 세상의 법칙이다. 어떤 큰 흐름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작은 이익들만이 난무한다. 그리고, 내 머리 역시 작은 이익들을 좇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발언을 통해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같은 선상에 올려 놓았다. 미국 입장에서 기존의 테러 지원국은 7개국이었는데, 리비아, 시리아, 수단, 쿠바 등이 기억의 저편으로 물러나고 3개국이 부각되었다. 아마도 미국은 전쟁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무한정의' 작전 때 미국을 지원했던 이란마저 그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악의 화신 부시정부가 정권연장을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번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F15E 전투기를 한국에 강매하려는 부시정권의 음모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보잉사는 F15E를 한국에 팔아야 2만여명의 종업원을 가진 자사를 유지시킬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고, 부시 입장에서 보잉사를 비롯한 군수기업들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세력들이다. 미국이 호전적으로 나오면 남한의 열혈애국지사들이 강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반면 북한은 예의 눈에는 눈 수법으로 대항할 것이다. 남한 정부는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한국인들과 미국정부를 동시에 다독거릴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자연히 미국은 남한에 F15 전투기를 팔게 된다. 이미 부시정부가 이회창 및 한나라당과 사전조율을 거쳤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미국에게 한반도가 단순히 비즈니스의 장인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이곳의 전쟁은 생과 사가 걸린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미국정부에 비해 미국인들은 그다지 호전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마치 9.11 테러 이후 이슬람교가 호전적인 종교가 아니라고 설파해야 했던 것처럼, 내가 아는 미국인들 역시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다. 왜 선량한 사람들이 못된 통치자들 때문에 오해받아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시민사회와 정부는 절대 같은 부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고양이를 부탁해>를 네덜란드 관객과 함께 보는데 옥지영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장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아마도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 같은 것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배두나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에서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세르비아의 한 영화평론가는 내게 옥지영의 캐릭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정재은 감독을 알아본 한 로테르담의 관객이 영화를 너무 좋게 봤다면서 우리에게 맥주를 사기도 했다. 사실 그렇다. 난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인 중서부유럽을 돌아보면서 어느 곳에서도 그런 현실을 본 적이 없다. 그에 비해 기형 자본주의 한국사회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직 너무 많다.
100만명의 윤락여성들은 신문에 가십으로 소개되는 것처럼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돈과 직장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의 뒤안, 혹은 내부적인 계층차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 많이 존재한다. 난 가끔 내가 쓰는 글들이나 하는 말들이 아주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그리고 내가 적당히 쉬면서 이제 좀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외치며 여기저기로 돌아다니고 빠져나오고 할 때마다 내 스스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사실 지금까지 돈 버는 일에 힘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 나의 내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처럼 똑같이 되어 현실을 느끼고 체험한 뒤 다시 이 글을 쓸 수는 없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수는 있겠지만, 나는 바보 같게도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 망할 놈의 자본주의를 어떻게 운용해서 돈을 벌어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는 한 난 그러한 체험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난 이렇게라도 해서 간접적으로 저 서울 하늘에 걸린 수많은 십자가들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은 종교에 귀의한다. 현실이 잔혹한 한국과 미국사회에 특히 교회가 많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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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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