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메리칸 뷰티> 비아냥대며 전하는 진리 :::
이고은 | 2000년 02월 01일
조회 2842
감독 : 샘 멘데스
출연 : 케빈 스페이시, 아네트 베닝
우리의 삶에서 '가족'이 주는 의미에 관한 짧은 생각
더럽고 추한 것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반대로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비아냥거림이 아닐까? 아메리칸 뷰티는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아름다움이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목은 아메리칸 뷰티이니...쩝!
비아냥대기
시종일관 어설픈 로리타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부인과 딸과의 소통이 정지된 무능한 아버지, 자신의 뺨을 때리며 욕을 해대며 결국은 다른 남자를 삶의 무의미성의 돌파구로 삼아버린 엄마, 그런 엄마와 아빠와 소통을 단절한 채 가족의 존재를 무시해버리는 그들의 딸, 그리고 성경험이 한번도 없으면서 남들에게는 전문가(?)인양 떠벌리는, 아버지의 꿈이 되버린 딸의 친구, 이웃집에 이사온 특이한 성격의 마약판매상, 그리고 폭력적인 그의 아버지,,, 실제로 있을 법 하기도 하고, 너무나 영화적이기도한 이들 캐릭터들은 영화자체에 조소를 퍼붓기에 충분하다. 딸의 여자친구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끝없는 불순한 상상에 빠져 자위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그 자위 장면을 보면서 경악하지만 결국 자신도 다른 남자와 정사를 벌이는 그의 부인은 너무나도 모순적이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건조한 삶의 모습에 그들의 행위에 조금은 안타까움을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해해보기
 아빠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딸과 그렇게 해줄까라고 말하는 그의 남자친구, 그렇게 해달라는 딸,,, 이들의 대화는 분명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분명 패륜아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가 이렇게 이루어 지는 것에 대해 영화는 보여준다. 딸이 얼마나 그들의 부모를 증오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증오는 사랑의 다른 표현임을. 가족간의 식사시간은 즐거움이 아니라 서로에게 부담스럽고 불편한 자리일 뿐이다. 더이상 그들에게 대화란 서로의 주장을 내세운 것이나 상대방을 비꼬며 싸움을 시작하는 것일뿐, 가족으로서의 사랑은 이미 없다. 상대방의 배려 이전에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랄뿐이다.
이들은 서로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그들은 각자의 욕망을 가족안에서 채울 수가 없다. 그들은 이미 각자의 존재에 대하여 소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딸은 자신에 대한 사랑보다는 의무감으로 대하는 부모의 태도에 적대감을 가지고, 그럴수록 남자 친구에게 빠져든다. 아버지 역시 딸의 친구에게 잘보이기위해 갑자기 운동을 시작한다. 부인 또한 채우지 못한 욕망을 밖으로 발산해버린다. 이미 이 가족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해체되어 버렸다. 서로에게 관심이 아닌 의무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가족으로서의 유대감과 사랑이 점점 사라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더욱 강해진 현실, 이는 서로 바쁘고 이해하기 보다는 이해시키려하는 현대사회의 성향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이들이 서로 각자의 삶을 추구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도 "지독한 외로움"일 것이라 생각된다. 말할 상대를 찾고, 이해해줄 상대를 찾는, 현대인의 숙제처럼 말이다.
아름다움이란
이야기는 결국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결말이 오히려 흐뭇한 이유는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아버지 때문이다. 가족사진을 보고 그제서야 깨닫는 그, 그는 그 때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영화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결국 해답은사랑이다."
아름다움이란 그런 것이다. 가장 평범하면서 가장 보편적인 그것, 가족이라는 이름과 화목이라는 가치. 외로움에 몸부림 치는 우리 현대인들이 돌아갈 곳은 역시 가족 뿐이며, 그 속에 있을 때 우린 비로소 혼자 되었다는 외로움과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너무나 소중하지만, 너무나 쉽게 생각해왔던 가족, 그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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