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계에서 낯선 얼굴이지만 토리노 영화제 대상이라는 묵직한 성과를 들고 온 박흥식 감독을 만났다. 조만간 'say yes'라는 장편의 감독으로 입봉한다는 박흥식 감독은 인터뷰 도중 알 수 있듯이 편집자로 유명한 박곡지씨의 남편이기도 하다. 낯선 감독과 익숙한 영화. 어색한 조화이긴 하지만 그는 그러나 꾸준히 영화를 해온 사람이며 인터뷰를 하면서도 굳은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본지 기자 '반지'가 낯선 감독에게 겁대가리없게 말을 건네봤다.
이태리에 갔을 때 어떠셨나요?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제는 독립영화제입니다. 장편도 있고 단편도 있는데 두 경쟁부문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어서 대접을 좀 받았죠.(웃음) 제사장면은 하루를 먹기도 힘든 인물과는 잘 맞질 않잖아요. 하루 한끼가 걱정인 사람이 제사를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던데...... 그런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그게 영화에는 명확히 드러나진 않지만 돈을 오만원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음식을 사먹잖아요. 술한잔마시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제사차리고 한게 딱 4만3천원어치였어요.(웃음)
주인공은 실제 일용직노동자인가요? 아니요. 그분은 대학교수님입니다.(웃음)모 대학 교수님인데 인력사무소 장면을 찍을 때 거기에 계신 분들에게 '저 사람이 대학교수님이다.'하고 말했더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웃음) 전부 다 비전문가입니다. 두 분만 충무로 단역배우하시는 분이 해주셨고 나머지는 제 친구, 친구 부인의 아들, 제가 잘 가는 식당 아줌마 등 다 주위사람들이예요. 일부러 분장도 안했고......
꼭대기에서 직부감으로 찍은 장면은 그림자가 길게 나오고 자동차도 인물과 대비되어 배치되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거기에 나오는 차가 제 찹니다.(웃음) 음...... 그림자 때문에 일부러 광선도 맞췄고 제 차를 돌린 것도 주인공에 대한 위협감도 주고 소외감을 주기 위해 그런거죠. 그 컷이 제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촬영하시면서 재미난 일 없으셨나요?
촬영은 다 재미있었어요. 3일만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다 놀라는데 장소가 15군데거든요. 그러고 광선에 맞춰 찍었기 때문에 3일만에 찍었다고 그러면 많이 놀라요. 이제 그렇게 할 수 있었던게 촬영장소를 제가 10번씩은 갔을 거예요. 인력사무소의 경우에도 인부처럼 가서 구석에서 앉아있으면서 관찰하고 밥나눠주는 곳도 처음에는 저희가 직접 밥을 날랐어요. 제가 처음에 밥수레를 끌고 다니고 나타니까 거기 계신분들이 저를 주최측으로 생각을 한거죠. 카메라를 들이대도 피하질 않고 쉽게 찍을 수 있었어요.
할머니,할아버지를 클로즈업을 찍은 것은 그 분들이 전혀 의식하지 않더라구요. 그러니까 허락을 맡는게 힘들거라고 처음에는 시치미 뚝 떼고 봉사활동을 했죠. 그리고나서 목사님께 찍겠다고 하니 허락을 해주시더라구요.
이 영화를 만든 연출의도가 뭔가요? IMF 이후 실직자,노숙자가 많이 늘어날 때 마음이 좀 많이 아팠어요.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도 많았고 그렇다고 뭐 투쟁영화는 아니고 그냥 섬세하게 이 사람들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정도의 의도죠.
하루가 많이 상영되었는데 관객의 반응은 비슷한가요? 이태리에 갔을 때 여기 한국의 반응과 너무 똑같아 가지고 놀랐는데,제가 여기 아트선제선터에서 처음 상영을 했었는데 청소하시는 분들이 우연히 보셨데요. 그런데 그 분들이 좋다고 해가지고 '아 됐구나.'하고 생각이 들었죠. 이태리에 갔을 때 영화가 끝나고 난후 한 여자분이 울면서 저에게 왔어요. 감독이냐고 묻더라구요. 그렇다 그러니까 so beatiful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러니까 다른 뜻이 아니라 마음이 좀 아팠다란 뜻으로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반응이 너무 좋아서 굉장히 뿌듯했죠. 거기서도...... 그런데 상도 주더라구.(웃음) 전혀 기대는 안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됐어요.
조명은 따로 사용안하신거죠? 그렇죠. 인공조명은 거의 사용안했어요. 밤장면에서도 천장에 다는 보조조명정도 하나했고 새벽의 인력소 장면도 의도적으로 조명을 안섰어요. 거칠게하려구요. 보조조명 하나 정도 쓰고. 형광등을 갈아서 쓸까 하다가 조명기사랑 이야기해가지고 좀 거칠게 갔어요.
그런데 굉장히 깨끗하고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았어요. 제가 충무로에서 조감독 생활을 해서 도움을 또 많이 받았어요. 이를테면 음악하시는 분도 이동준씨라고 쉬리 음악하신 분인데 기꺼이 그냥 해주셨고, 그 양반은 영화하기전부터 저랑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편집하는 사람은 저랑 같이 사는 사람이어가지고 그냥 해주더라구요.(웃음)
제작비는 그럼 얼마나 들었나요? 제작비는 1000정도 들었는데 보통 사람들이 보면은 3000은 들었겠거니 하고 생각하는데 안들었던게 일단 3일만에 찍었다는거 그 다음에 필름을 쉬리,거짓말 이런데서 짜투리를 좀 얻었어요. 조감독 경험 탓에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고 그래서 쓸건 썼는데도 상당히 적게 들인 편이죠.
그런데 이번 작품이 처음이 아니시죠. 예. 92년도에 독일문화원과 진흥공사 도움으로 하나 찍고 저는 돈있으면 영화찍을 것 같아요. (웃음) 그러니까 제 돈으로 찍은 적이 없고 전 충무로 조감독 생활을 했죠.
그러면 독립영화방식으로 영화를 찍으신 적이 있나요? 결국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두 방식으로 찍은거죠.
충무로 조감독으로 하시면서 보는 거랑 직접하면서 느끼는 거랑 어떤 차이가 있나요? 어......충무로 조감독 경험이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장편감독중에서도 그 경험이 없어서 실패하시는 분들이 있고 단편같은 것도 보면은 이태리갔을 때 보면 기술적으로는 완벽해요. 헐리우드 뺨칠정도로 완벽하거든요. 흠이 전혀 없는데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제 작품경우에 프로가 찍은 것 같다 이런 말을 들었거든요. 사실은 그게 그래야되는데 우리나라에선 그게 안그렇죠. 좀 소박하고 서툰 느낌의 영화가 환영받는 분위기인데 그런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일단 기본인 것 같거든요. 제 작품이 프로같다 그러지만 실제로 다른 독립영화 찍으시는 분들보다 예산도 적게 들이고 휠씬 효율적으로 찍었거든요. 몸으로 때우면서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갖춰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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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선 감독, 익숙한 영화, <하루>의 감독 박흥식을 만나다 :::
이 영화를 만든 연출의도가 뭔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