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도둑,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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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도둑,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

조상범 | 1997년 09월 01일
조회 1652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

요리사는 도둑을 위해 음식을 장만한다.
요리사는 도둑의 아내를 위해 은밀한 장소를 마련한다.
요리사는 도둑의 아내의 정부를 요리한다.
도둑은 요리사에게서 음식을 얻고 그에게 식당을 준다.
도둑은 아내에게 죽임을 당한다.
도둑은 아내의 정부를 먹는다.
아내는 요리사에게 그녀의 정부를 요리해 달라고 한다. 아내는 도둑에게서 자위행위를 요구당한다.
아내는 정부와 섹스를 나눈다.
정부는 요리사에게 요리된다.
정부는 도둑에게 먹힌다.
정부는 도둑의 아내와 사랑을 나눈다.

-> 이상은 이 영화의 기본 플롯이자 내러티브이다.

그럼 먼저 서사적인 구조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부르주아 적인 절대 권력자인 폭군 도둑.
도둑에게 음식을 바치는 피억압자이자 노동자인 요리사.
도둑에게서 성적인 착취를 당하는 여성인 아내.
도둑의 아내와 섹스를 나누는 지식인 유태인.
이렇게 4명을 중심으로 사건은 전개된다.

물론 여기에 보조적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방에서 일하는 소년.

우선 이영화는 이야기 기술에 있어서 연극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첫째, 영화의 씨퀀스 구분이 연극의 막이나 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요일을 표시하는 달력으로 나타난다.
둘째, 극중 인물들간의 대사나 행동이 길고 발성도 또렸하며 연극적이다.
셋째, 롱테이크와 수평트랙킹을 사용하여 관객들과 거리두기를 하여 브레히트적인 소외효과를 창출해낸다.
넷째, 극중 무대가 주차장,주방,식당,화장실,서재 등으로 확연히 구분이 되고 그에 따라 음향이나 인물들의 의상과 조명의 색채가 구분된다.
다섯째, 상당히 일차원적인 미장센으로 연극의 무대와 객석을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마지막에 Ending Credit Title 이 올라오기 전에 연극의 커튼이 내려간다.
이상 크게 다섯가지를 들수 있겠다.

그럼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연극적인 형태를 취하게 되었을까? 우선 이 영화는 시대와 장소가 불분명하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현대의 어느 영국도시라는 점이다.

등장인물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네명의 등장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은 거의 보조적 역할만 할 뿐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현재의 관객에게 현실감을 주어서 그 영화에 수동적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고 연극적으로 거리를 두어서 보다 더욱 능동적인 작품해설에 관객이 참여할수 있게하여 좀더 많은 생각들을 하는데에 합목적적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하려는 말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수 있다.

첫째,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경우.
둘째, 권력자와 억압자의 관계로 해석하는 경우.
첫째의 입장에서 이 작품을 평가해 보면.

도둑의 아내로 나오는 사람은 작품 초기에는 그저 평범하게 가부장제적인 사회에 남편의 섹스노리개와 식사 파트너일 뿐이었다. 하지만 성욕과 식욕이 아닌 지식욕의 소유자인 사회주의자(정부)와 사랑에 빠짐으로서 자본주의의 권력자(도둑)에게 저항을 하게 되고 사회주의와 여성주의가 뭉치게 되지만 결국은 자본주의에게 사회주의는 붕괴되고 여성주의는 사회주의를 요리해서 자본주의에게 먹임(혁명)으로서 권력을 빼앗고 자본주의를 붕괴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보면 자본주의 사회아래에서는 가부장적인 사회와 기독교적인 풍토로 진정한 남녀 평등은 없다고 보고 자본주의의 전복을 그 주 목표로 삼는다. 소극적으로는 결혼의 거부, 레즈비언 세계건설 등으로 기존의 관습을 타파하려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적극적으로 혁명을 통해서 자본주의의 몰락을 제시함으로 페미니즘과 사회주의의 완성을 꾀한다.

성과 정치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것은 권력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그 전에 성과 파시즘을 연관한 일련의 영화군 (파리에서의마지막 탱고,살로소돔 120일,감각의 제국 등) 과 의견을 같이 하여 이 영화도 성욕 그리고 성욕과 가장 관련이 깊은 식욕을 중심으로 권력을 해부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둘째의 입장에서 이 작품을 견지해보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도둑과 그 부하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가인 자본가이다. 또 주방에서 열심히 음식을 장만하는 요리사와 일꾼들 은 자본가에게서 착취와 억압을 당하는 노동자 계급이다. 노동자 계급은 사회주의(정부) 와 페미니스트(아내)를 통해 혁명을 이룩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또하나 간과할수 없는 motif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protestantism이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영국사회는 청교도적인 금욕주의가 가장 팽배했던 나라이다. 식당의 구조는 그 웅장함과 벽의 그림들로서 우리는 성당과 벽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도둑이 식사를 하는 장면은 흡사 예수의 마지막 만찬을 연상하게 하고 까다로운 식사습관을 보여주고 식당내에서의 금연이라던가 하는 것으로서 청교도적인 느낌을 준다. 주방에서의 항상 성가를 부르는 소년은 종교의 파탄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희망인 천사이다.

청교도적인 자본주의 권력가가 민중을 억압하는것에 소년은 저항하지않고 혁명가들을 끝까지 보호해 주면서 자신을 희생한다. (인도의 무폭력 저항주의와 예수의 고난?) 그리고 배설이 이루어지는 화장실에서의 그 온통 하얀조명과 등장인물의 의상(여자만!) 그리고 그 배경들은 어떠한 신성한 무엇인가를 나타내준다.

결국 이 작품은 청교도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억압받는 민중들 - 노동자와 여성 - 이 힘을 모아 혁명(Revolution)을 일으켜 자본주의를 몰락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주제를 마무리 하면 좋을듯 싶다.

그럼 여기서 우리는 이 점을 생각해 봄으로서 마무리 하도록 하자.

결국 사회주의가 몰락되고 자본주의가 이 시데의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남아있는 현 시점에서 이 작품이 던져주는 민중에 의한(노동자와 여성) 혁명은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과연 혁명후의 삶은 어떠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