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지망생] 강명석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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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지망생] 강명석씨 인터뷰 :::

이윤형 | 2000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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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지망 재수생이 다 양아치는 아니다

가수 이선희씨가 이런 말을 했다.
자기가 정치를 하려고 했던 것은 연예인을 모두 '똘팍'으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어서였다고. .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써는 불손한 생각일테지만. .)

연예인들을 '똘팍'으로 보는지야 모르겠지만 연기자 지망생들. . 더욱이 '재수생'들에게는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넘어서 '양아치'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튀는 행동을 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으며 연기 지망 재수생들에 '양아치'만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에 인터뷰를 했다.

연기 지망 재수생? 양아치?!

강명석씨는 1981년 생으로 면목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두 대학교에 시험을 봐 모두 떨어져 지금은 수능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연기자 지망생이다.

기자가 약속 시간에 약 5분 정도 늦었고 날씨가 워낙 추운 탓에 강명석씨는 몸을 움츠리고 서있었다.

약간 긴 머리에 마른 듯 보이는 얼굴, 175cm 정도의 키. 굵은 편인 목소리. 분명 '양아치'로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겉모습으로 판단하자고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 기자는 늦어서 미안하단 말과 함께 곧장 포장 마차로 향했다.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아 소주와 뻔데기 볶음을 시키곤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윤형(이하 윤) : 연기자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어요. .?

강명석(이하 강) :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꿈을 가진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어요. . 중학 교 1학년 때부터 생각은 있었는데. . 너무 막연했고 제대로 시작해야겠단 생각을 가진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

윤 : 왜 연기자의 꿈은 가졌어요?

강 : 사실. . 공부가 우선 싫었구요. . 거기에다가 유일하게 자신 있는 거였어요. .

윤 : 지금도 자신 있어요. .?

강 : 네, 자신 있어요.

윤 : 그 자신감이란 건 상대적이잖아요. . 기준은. .

강 : 네. . 상대적으로도 자신 있고 저 자신이 만족할 만큼도 자신 있어요.

윤 : 그건 어떻게 보면 나르시시즘이라고도 생각되는데. .

강 : 연기자는 나르시시즘에 어느 정도 빠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자신감이고. (많은 연기자들이 이런 말을 해서 너무나 자주 듣는 말이지만, 이건 모든 사람들에게 배어있는 생각들이며 어떻게 보면 연기에서의 진리일 지 모른다.)

윤 : 만족할 만큼이라면. . 지금도 만족해요?

강 : 아니요.

윤 : 왜요?

강 : 혼자 공부하다보니까 실험의 무대도 없었고, 만족도 상대적인 건데 누구하고 비교할 만한 자리가 없었어요. 하지만 자신은 있어요.

윤 : 연기 공부는 어떻게 해요?

강 : 보통 연극보고, 대본 구해서 혼자 전신 거울 갖다 놓고 연습하고, 아침엔 신문 소리 내서 읽고, 폐활량 늘리려고 1시간씩 조깅하고. .

윤 : 음. . 사실 정답도 없고 너무 애매하고. . 이런 질문하는 사람 정말 싫어하는데. . 연기란 뭐라고 생각해요. .?

강 : . . . (약 1분간 생각) 아직 제가 무식하다보니까 연기란 뭐다라고 쉽게 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딱 잘라서 말하면 연기자들을 매도하는 것일 수도 있고. . 아휴. 근데 진짜 어렵네요. . 인터뷰란 게. 근데. . 제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저한테는 꿈을 이 루는 수단이에요. .

윤 : 강명석씨가 바라는 연기가 뭐예요. . 그러니까. . 정당한 연기란 뭐라고 생각해요. .?

강 : 어. . 뭐랄까. . 아직 그런 것에 뚜렷한 생각은 없지만 배우는 여러 가지 이야기에 맞출 수 있어야 하니까 편협된 연기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윤 : 하나의 흐름만 추구하는 것을 지양한다. .?

강 : 네

윤 : 그건 정당한 연기의 기준하고는 조금 거리가 먼데요. .

강 : 아직 뚜렷한 생각은 없어요. 그저 그것이 아닌 게 우선이란 생각밖에는

윤 : 그럼 그런 배우는? 아님. . 뭐 그런 배우를 좋아하겠지만 좋아하는 배우. .

강 : (약 1분간 말없음, 그 사이 기자는 소주 한 잔.) 안성기씨를 제일 좋아해요 돈에 구애 받지 않고. .

윤 : 돈에 구애받지 않는지 받는지 모르잖아요. .

강 : 네. . 그러니까. . 그냥 그건 느낌이에요. . 뭐. . 뚜렷이 누구를 좋아한다기보다 안성기 씨를 좋아해요. . 흠흠. .

윤 : 그럼 외국 배우는요. .?

강 : 전 외국 배우는 별로 안 좋아해요. 외국 영화는 저한테 그냥 '영화'예요. 제가 그 사람 들의 대사나 행동이나 그런 걸 다 이해하지 못하니까 외국배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 . 굳이 꼽으라면 로버트 드 니로.

윤 :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유명한 사람 좋아한다 그러면 그냥 그런 애로 생각 하고 유명하지 않은 사람 좋아하면 매니아로 생각하는. . 그건 어떻게 생각해요. . 강명석씨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다 유명한 사람들인데. .

강 : 그건 상관없어요. 제가 좋아하면 그게 다인거죠 뭐

강 : 전 연극을 보면 다 잊어버리려고 해요, 심지어는 배우들 이름까지. . 제가 그 연기 스타 일을 좇을까봐. .

윤 : 그들의 연기를 익히고 그것을 뛰어 넘으면 되잖아요. 그냥 무조건 잊으려 한다는 건 보는 것에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

강 : 제가 아직 그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으니까. .

윤 : 제 방은 영화 천국이에요. 비디오들이 넘쳐 나서 더 이상 쌓아둘 데도 없고, 포스 터가 사방으로 붙어있고 가끔 제가 정신병자란 생각도 하거든요. . 이러다 보면 농 구선수들이 손에 농구공 대는 게 싫어지는 것처럼 영화에 환멸을 느낄 때도 있고 영화 일을 하면서 가끔 포기하고 싶단 생각도 해요. . 강명석씨는 아직 어려움을 크게 겪은 적은 없을텐데. . 포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강 : 제 인생은 연기로 끝이에요. 다른 일 할 생각 추호도 없어요.

윤 : 그건 아직 연기에 미쳐본 적이 없다는 반증 아니겠어요. .?

강 : 이런 말 있잖아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 저는 즐겨요. 그렇기 때문에 포기할 생각 없어요.

그는 나이에 비해 상당히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필자는 순간순간 말에 딴지를 걸고넘어지거나 허를 찔러서 당황하게 만드는 걸 즐기는데 연기라는 어려운 것을 꿈꾸면서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는 이 청년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니 강명석씨는 저절로 입을 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강 : 사람들은 '증거'를 너무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슨. . 이력서처럼. . 하지만 연기엔 그게 없잖아요. 저는 증거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싶은 것에 자 신이 있다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

윤 : 스타니슬랍스키 연기론은 읽었어요. .? 뭐. . 꼭 읽어야 한다는 건 아니고. .

강 : 아니요. 작년에 사놨는데 이해를 못하겠어요. 이해할 때 읽을거예요.

새벽 2시쯤. . 포장마차에 켜있는 라디오에서 시보를 하자 잠시 조용해졌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말이 없을 때 강명석씨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강 : (사진기자가 갖고 있는 카메라를 가리키며) 아줌마, 이런 카메라 처음 보죠?

아줌마 : 예.

강 : 여기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아줌마 : 한 5개월 됐어요.

강 : 전에도 여기 포장마차 있었죠. .? 그. .아저씨가 했었는데. .

아줌마 : 예. . 근데 제가 인수받았어요.

강 : 장사 잘 돼요?

아줌마 : 그냥 그렇죠 뭐. .

윤 : (강명석씨와 아줌마의 약 5분간의 대화가 끝나고) 아무하고나 말 잘 하나봐요?

강 : 네. . 전 사람 만나는 거 안 가려요. 모든 사람의 생각을 알고 싶어요. .

'그래. . 나도 저 나이 때. . 마치 내일 모레면 영화 감독 데뷔할 것처럼 자신감에 차 있을 때 저랬었지.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행동이 하도 천진난만해서 웃음이 나왔다. .

강 : 전 사람들 앞에 잘 나서요. 그래서 제가 하는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봐요.
그게 재밌어요. 확인도 하고. . . (약 2분간 말없음) 아까 기자님이 그랬잖아요. . 연기 지망생들을 양아치로 보는 시선을 바로잡고 싶어서 이 인터뷰한다고. . 근데 사실 연기 하는 애들 양아치는 많아요. 그게 저한테는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해요. . 요즘에는 거의 그 생각뿐이에요 내가 '그 애들'하고 뭐가 다른 지. . 어떻게 해야 달라질 지. .

윤 : 음. . 그게 하나의 자극제가 될 수도 있겠네요. . 요즘엔 실질적으로 하는 게 뭐 있 어요?

강 : 전 계획보다는 실천을 우선으로 해요. 생각만 하다보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되거든요. 지 금하는 공부 혼자 열심히 하고 몇 일 후부터는 헬스클럽 다니려구요. . 몸이 너무 왜소 해서.

윤 : 지금 중요한 건 대학에 가는거지 헬스클럽 다니는 건 아니잖아요. .

강 : 그렇죠. .

윤 : 작년에 대학 떨어졌잖아요. . 실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

강 : 뭐. . 사실 그 사람들은 저보다 공부 많이 하고 아는 사람들인데다가 사회적으로 이름 도 있고. .

윤 : 사회적으로 이름은 별로 없어요. .

강 : 하하. . 근데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른 건데 너무 단순하게 시험을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

윤 : 그런 말은 붙은 다음에 해야 신빙성이 있죠. . 그러니까 이번에는 대학 꼭 가야죠.

강 : 네. .그래야죠. .

윤 : 그나저나. . 연기 시작하면 10년 내론 현금 잘 안 들어올텐데. . 물론 그 후에도 장 담은 못하지만. .

강 : 네. 알아요. . 힘들다는 거 알지만. .제 인생은 연기로 끝이니까. .

윤 : 장남이라면서요. . 책임감 안 들어요. .? 돈을 벌어야겠다라던지. .아니면 힘든 일 하면 어머님 고생 많으실텐데. . 죄송한 맘. .

강 : 그런 생각 들죠. 어머님께 죄송하고. .하지만 어떡해요. 하고 싶은데. . 그리고 어머님도 이해해 주시기로 했어요. . 뭐. . 뭐니 뭐니 해도 어머님한테 죄송한 맘이. .

어머님 얘기가 나오자 강명석씨는 죄송한 마음이 얼굴에 역역했다.

결국 인터뷰는 강명석씨의 뚜렷한 주관과 자신감을 확인하는 것으로 마쳤다. 그는 현재 커피숍과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빠듯한 일정에도 아침에 신문 읽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몇 주 내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번역자마다 읽는 게 귀찮아서 아예 토익 학원을 다닐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