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법이다> 정신 없다

리뷰

<이것이 법이다> 정신 없다 :::

이윤형 | 2001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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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2시>를 보고 나서의 생각: '급하고, 그래서 정신없다.'

민병진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이것이 법이다> 역시 상당히 급하다. 그래서 정신없다. 간단한 듯 보이던 이야기가 정신없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2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혼란스러워진다. 사실 내용은 간단하다. 영화는 광고했던 것처럼 '덕터 Q'를 찾는 게 아니라 그에 얽힌 형사들의 비리를 밝히는 것. 대충 짐작하겠지만 가장 믿던 사람이 나중에 그 사건에 얽힌 사람이 되고 거기서 경찰이라는 직업의 고충을 말하게 된다.

이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그 비리를 밝히는 사람의 성격이 명확해야 하고 그 사람의 주변 인물이 뚜렷해야 한다는 거다. 정작 그 사건을 파헤치는 주된 인물은 봉 형사 (임원희 분)인데 도대체 옆에 얼쩡거리는 두 형사 (김민종 분과 신은경 분)는 뭐 때문에 있는 지 모를 일이다.

이런 스타일을 최근에 의외로 잘 만든 영화는 <엑시트 운즈>였다.

"야 <엑시트 운즈> 좀 빌려와 봐" 라는 형의 말에 도대체 21세기에 스티븐 시걸하고 돌프 룬드그렌 나오는 영화 보는 인간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사나. . 했다가 의외로 컨벤셔널한 부분들을 배제시킨 데 대해 놀라웠는데 그 영화가 사방 팔방 이야기가 흐트러지지 않은 데에는 스티븐 시걸이라는 한 명의 주인공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갔기 때문인데 <이것이 법이다>는 임원희 한 명만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지만 주변에 얼쩡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시선을 집중할 수가 없게 된다.

인물이 많게 되면 역할 분담이 어려워지고 그러다 보면 이야기가 급박하게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 급박함은 이야기상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배우들의 행동에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영화는 모든 배우들이 런닝타임을 줄이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듯 상황 파악 못하고 대사의 타이밍을 앞당기는 데 여념 없다. 사건 외에 필요했을 인물들의 성격이나 그들간의 관계는 이야기 전개에서 조금씩 쉬어가야 할 부분에 쉬지 않고 등장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동어반복인데 이 동어반복은 주로 같은 말을 계속 해야 이해를 한다던가 같은 말을 계속 해도 이해를 못하는 놈들이 주로 한다. 그러니까 머리 나쁜 인간들이 주로 하고 주로 듣는 말이다. 이 머리 나쁜 놈들의 특징은 주어진 상황에 해야 할 말을 모른다는 것이다. 바로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렇다. 그래서 아주 나를 열 받게 한다. 영화가 다 끝나갈 때 쯤, 기존 많은 영화들의 시나리오 상으로는 주인공이 한창 사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할 때 쯤 이 무식한 봉 형사(임원희 분)는 강 형사(신은경 분)에게 작업 들어가다 이런 말을 한다. "곱게 자란 내가 참아야지. ." 이때 속이 더부룩해지더니 이런 말이 하고 싶어졌다.

"니가 지금 그런 말 할 때야? 아니, 니가 지금 거기 있어야 할 때야? 상황 파악 좀 하고 시나리오 쓴 사람한테 전화해서 빨리 순간 이동 시켜달라 그래!!"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뭐니뭐니 해도 캐릭터가 약하다는 것이다. 포스터에 나온 걸 보면 세 명(봉 형사, 강 형사, 표 형사)이 주인공인데 사실 신은경이 연기한 강 형사는 몇 장면 나오지도 않고 타이밍 못 맞추는 무식한 소리만 해대고 표 형사는 마치 고독한 형사라도 되는 줄 착각하고 아무 말 않고 있는데 아무 말 안 하니까 고독해 보이거나 이유 있어 보이진 않고 '음. . 이번 영화에선 주댕이 꽉 다물고 출연하는구나. . ' 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그렇다고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살지 않으니 조연들의 캐릭터를 볼만한 것도 아니다. 주현, 장항선 등의 노련한 배우들은 영화의 딱딱하고 답답한 스타일만큼이나 굳어있고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려는 듯 자유로운 몸 동작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재미없는 내용은 아니지만 캐릭터 설정이 어설퍼 시간 조율에 많이 실패했고 그래서 이도 저도 매력 없는 영화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