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딴지일보 '구라도리' 이재진 기자 인터뷰 :::
doljjin | 1999년 10월 01일
조회 4924
숨어있던 년.놈들을 찾았다!
25만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국내 인터넷 최고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딴지일보'. 한 사람의 독특한 홈페이지 제작에서 시작된 이 하찮은 인터넷 신문이 이제는 하나의 당당한 언론의 기능을 하면서 젊은이들과 직장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7월 29일 딴지일보에서 '영화속의 비과학적 구라' 라는 코너를 연재하는 이재진씨 (27)와의 인터뷰에 성공했다. 처음 그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을 때 그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질문 멜로 보낼 것. 이상" 그리하여 본지는 욜라 집요한 질문들을 그에게 메일로 퍼부었다. 우리의 집요한 질문에 당황했던지 ( 본기자의 집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거든) 그는 답장하기 귀찮다며 직접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만났냐고? 당연하지. 대학로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에서 우리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굳이 '샤갈......'에서 만나야 한다고 고집한 그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언급을 삼가겠다...... 처음 그와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목소리 만으로는 굉장히 여성스러우면서 차분하고, 굉장히 마른 왜소한 체격의 그런 사람인줄 알았는데...... 나의 기대를 무참히 작살낸 그였다. 극구 사진촬영은 거부한다. 그럴만도 하지. 내가 그였어도 사진 찍히고 싶지 않지. 그의 얼굴이 궁금해서 답답해 미치겠는 사람은 미치도록 해.... 그건 당신들 자유야. 그럼 질문 시작. 준비하시고.. 어이...땅. 똑딱 .똑딱. 똑딱..
전공은 무엇을 하셨습니까?
 - 난 건국대학교 항공우주학과를 나왔어.(첨부터 반말이다) 전공이 그 쪽이다 보니까 그런 글을 쓸 수 있었지..(하나 물어봤는데 두 개 대답한다. 신기한 넘이다. 92학번(27세)이라고 한다. 현재는 모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본 기자가 98학번 이라고 하니 상당히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더니 삼수했냐고 그런다. 우라지게 예리한 넘이다. 내가 그렇게 삭아보였나? )
현재 군대문제로 딴지일보 일은 잠시 쉬고 계시다는데 군대는 언제쯤 가시나요?
- 몰라. (대답 정말 짧다. 근데 정말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 동안 딴지일보 일로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현재는 쉬고 있고, 제대 후에도 다시 딴지일보 일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딴지일보는 총수인 김어준씨와 이재진씨와 또 한명 이렇게 세명이서 거의 꾸려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없으니 총수가 일하기 힘들다고 난리라며 JI 자랑이 끊일 줄 모른다. )
그럼 제대 후에 웹진을 따로 만드실 생각은 혹시...?
- 전혀~!!! 이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야.
어떤 계기로 이 코너를 연재하시게 되었습니까?
- 예전에 어떤 곳에 글을 한 편 쓴 적이 있는데, 그 글 속에 '영화속 구라'라는 단어를 쓴 적이 있거든. 거기서 착안해서 코너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게 되었어. 원래 영화 보는 거 좋아하기도 하고..... 얼마 전까지 케이블 티비 채널 34번에서도 비슷한 코너를 진행했었어. (피디와 작가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만류해서 그만두기 힘들었다고 한다. 난 짤렸다고 봐....)
구라도리로 더 잘 알려져있는데 그 필명의 기원은?
- 어 맞어. 총수하고 전화할 때도 '저 구란데요..'하면 다 알어..방금 말했던 구라라는 단어와 보라도리의 합성어야.( 이 사람을 실제로 만나보면 왜 보라도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몸매가 거의 보라도리 수준이다. 실제로 보라도리 목소리를 흉내내며 본 기자를 몹시 역겨움에 떨게 했다.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난리지...)
제가 보기에는 이런 비슷한 글을 쓰는 사람이 예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TV프로그램에서 본 거 같기도 하고...?
- 영화 속 옥의 티 수준의 프로그램이나 글은 있었어도 이렇게 전문적으로 쓴건 내가 처음이야. 요즘은 카이스트 사람인가 ...얼마 전에 에수비에수의 '임백천의 투나잇'에도 한 번 나온 거 같은데. 그 사람도 비슷한 일을 하더라고. 그 사람은 나를 안다고 그러더라...
요즘 들어 '영화속의 비과학적 구라'의 내용이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는 사람들의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글쎄. 이 코너가 성공한 요인은 두 가지 인거 같아. 그건 인지도가 뛰어난 영화를 선별해서 인지도가 뛰어난 장면을 다루었기 때문이지. 내가 지금까지 본 비디오 테입만 150편 가량이 되거든. 그 중에서 지금까지 50편 정도를 다루었지. 그런데 이제 할만한 영화는 다했거든? 소재의 빈곤이지. 그러니 요새 들어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영화를 다루다 보니 일단 사람들이 내가 다루는 영화에 대해서 모르니까 흥미를 못 느끼는 거 같아.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장르는?
- SF나 첩보물 좋아해. 007같은 거. 007 졸라 재밌잖아? (하늘을 보며 두손 올리며) 아..씨바.. 에수에프영화는 다른 거 보다 생각이 재밌는거 같아. 독특하고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를 보는게 말이야.
(이번 질문은 바로 구라도리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그 질문이다)
영화라는 것이 어차피 구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는 것이 아닐까? 영화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픽션아닙니까. 그 구라는 작가의 상상력의 소산이죠. 그 구라라는 것을 관객들이 어색하게 느끼지 않았다면 작품 속에서 리얼리티를 잃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고 그건 작품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되죠. 그리고 그 구라를 실제처럼 믿고 싶은 것은 관객의 하나의 바람이자, 관객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굳이 그런 글을 써서 관객들의 즐거움을 앗아가 버리는지.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라지게 흥분했나 부다. 말이 갑자기 빨라진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자면 영화라는 것은 인간 욕망의 상상력의 표현이라고 생각해. 고질라봐. 고질라가 임신을 했대잖아. 그걸 사람들이 쓰는 임신테스트시약으로 임신검사를 한다. 골때리잖아~~~ 그런데 나는 그 상상력이라는 것도 말이야 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다이하드 봐. 과학적으로 비행기가 움직이는 속도를 불이 쫓아오지 못하는데 어떻게 비행기가 폭파되겠어? 말도 안 돼지. . (수퍼맨과 다크씨티를 비교하면서 뭐라 궁시렁 데는데 뭔소린지이해 못하겠다. 진지한 얘기를 하는 것은 같은데... 열받는다)
기사 쓰실 때 자문 받는 분이 계시는지?
- 음. 의학하고 생물학분야는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자문해 주시는 분이 있어. 경북대 의대에 계신 이상원씨가 의학적 자료를 주시지. 그것 빼고는 과학관련기사는 거의 다 내가 관여해. (얼마 전에는 본인이 쓴 기사를 총수가 자기이름으로 기사를 냈다며 우라지게 열받는 표정을 짓는다)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보고서) 애인이 있으신 것 같은데..?
-(똥색깔의 구리반지를 욜라 자랑하며) 있어. 사귄 지 2년좀 넘었어. 빨랑 결혼해야지..아..결혼하고 싶어(무지하게 귀여운 척한다)
일이 굉장히 바쁘시다보니 여자 친구 분 만나실 시간도 없으실 것 같은데 여자 친구분이 이 일 하는 거 싫어하지 않으십니까?
- 졸라 싫어하지.....(또 하늘 보며 두 손 올리며) 아..씨바..
개인적으로 기자로서 힘든 점이 있으시다면.?
-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게 힘들지. 이번 호가 재미있으면 사람들은 기대가 커지거든. 다음 호는 더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욕망을 충족 시켜주는 게 제일 힘들어. 그리고 나한테 제보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거든. 한 달에 4-5백통 정도의 메일을 받아. 근데 그 중에도 좋은 내용이 많이 있거든. 문제는 구라이면서 꼭 진짜같은게 있어. 예전에도 기사한번 잘못 내보냈다가 며칠만에 내린 적이 있어. 그럴 때는 골 때리지.... 제보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
딴지일보일 하시면서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는 사건이 있으시다면?
- 많지. (모 연예인에 관련된 골 때리는 비화를 얘기하면서 이건 기사에 넣지 말라고 부탁한다. 어떻게 할까. 알켜줄까? 말까?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미치겠는 사람은 미치도록 해. 미치기 싫은 사람은 나한테 멜을 보내던가) 예전에 '선정이를 도와주세요'라는 기사를 한 번 낸 적이 있어. 근데 이게 사기극으로 밝혀진거야. 성금이 5백만원이 들어왔는데... (선정이는 16살 짜리 미혼모인데 그 뒤에 32살 짜리 조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더 골잡는 것은 그 돈을 조폭 어무이가 가지고 토꼈다고 하네..) 그래서 굉장히 난처했던 적이 있어.
딴지일보의 조회수가 조작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데..
- 누군 그런 소리를 하더라. 알바를 고용해서 조회 수를 올리는 게 아니냐고. 아..씨바 ...니가 해봐.. 얼마나 올릴 수 있을 거 같아? 우리가 하루에 들어가는 거라고는 다 합해봐야 50번도 채 안돼. 조회수 조작은 절대 아니야( 강력히 주장한다. 믿어줘야지..별수 있나..)
딴지일보는 웹진으로서는 독보적인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반해 현재 수많은 웹진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 매체적 특성을 제대로 살리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인터넷의 매체로서의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가 있지. 그것이 크게는 하나의 언론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그게 바로 인터넷의 가능성이고 힘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인터넷 웹진이 성공하려면 일단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야 하고 철학이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어. 우리 딴지일보가 나오고 나서 망치일보라든지 기타 여러 신문이 나왔어. 그런데 망치일보만 해도 자기 색깔을 찾지 못해서 도태되고 있는 것 같아.
딴지일보는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겁니까? 새롭게 바꿔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또 개인적으로 딴지일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음..지금은 제2의 도약이 필요할 시기인 거 같애. 솔직히 총수도 매너리즘에 빠져있는게 사실이거든. 근데 아직 구체적으로 방향이 잡혀진 건 아니야. 억지로 잡는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착되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딴지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총수의 말을 빌리자면 명랑사회를 만들자는 거야. 사회에 대한 일침을 가하고 경건주의. 엄숙주의를 타도하는 거지.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너무 가라앉아 있잖아.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지. 옆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보고 살아. 열린 마음을 가지고 창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어(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을 비교하며 우라지게 열변을 토해냈다. 구라도리 하는 말이 내가 고등학교 때 어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과 아주 똑같아서 교사가 될 생각은 없냐고 물었더니? 단박에 ..오..노 라고 대답한다. 교사체질은 따로 있다고 하면서. 사실 나도 NI가 선생님되는거 바라지 않아. 애들 생각도 해야지..얼마나 괴롭겠어?)
2시간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그만 하자고 한다. (그래 사실 나도 더 이상 물어볼 말이 없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그래. 잘먹었다.( 양심도 없는 넘.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차값까지 뽕을 뽑냐? 욜라 집요한 넘이다.)
2시간 30분에 걸친 이재진씨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나부렸다. 꾸미지 않고 솔직히 답변에 응해주신 이재진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린다고 할 줄 알았지? 천만의 말씀. 사실 우라지게 지겨운 인터뷰였어. 본 기자는 대단한 기대를 가지고 약속장소에 나갔거든.. 톡톡튀는 상상력을 가진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구만.... 하여튼 간에 딴지일보만의 독특한 세상보기 시각과 글쓰는 방식은 인정을 해줘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딴지일보가 되었으면 한다. 총수는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돈 너무 밝히지 말고.. 이재진씨도 군 생활 잘하시길.. 제대 후에는 제발 살 좀 뺐으면....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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