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미개봉작이라기엔 아까운 영화

숨겨진 영화를 찾아서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미개봉작이라기엔 아까운 영화 :::

원호성 | 2001년 12월 30일
조회 9644

2000년 초쯤이던가? 어느 잡지에서 "High Fidelity"라는 영화의 리뷰를 본적이 있다. 존 쿠삭에 팀 로빈스라는 캐스팅만 보고도 이 영화를 보고야 말리라고 침 발라놨었다. 그러나 4월개봉이라는 영화의 개봉은 연말이 다 되도록 아무런 이야기조차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간 비디오가게에서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영화를 빌려왔는데 아뿔싸 이것이 바로 "High Fidelity"가 아닌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솔직히 말해서 흥행성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롭(존 쿠삭)이란 남자가 애인(이벤 헤즐)에게 채인뒤 자기 옛날 여자이야기를 하며 위안을 찾으려 하고 혼자서 자기 이야기를 구구절절히 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롭의 이야기에 어느덧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수 있는 영화이다. 물론 실연의 경험이 있어야 동감할런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레코드점을 운영하는 롭이 애인에게 차인후 자신이 평소 음악의 베스트 5를 꼽듯이 예전 사귀던 여자들을 베스트로 정리하며 위안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숱한 음악이 인용되어지고 흘러나온다. 나중에 이 음악들을 찾아 들으면 그 재미도 상당히 쏠쏠하다. 엘튼 존, 브루스 스피링필던, 밥 딜런, 벨벳언더그라운드(<접속>의 삽입곡인 'Pale Blue Eyes'를 부른)등의 노래를 찾아 듣기에도 숨이 벅찬 유쾌한 음악영화인것이다.

롭은 자기가 예전에 사귀던 여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해나간다. 이런 면에선 지난 가을 반짝 개봉했던 르네 젤위거와 크리스 오도넬이 나왔던 영화 <청혼>이 잠깐 스쳐가기도 하는데 아무튼 뭐 이런 영화의 결말이야 안 물어도 뻔하다. 해피엔딩이다. 날건달에게 반한줄 알았던 여자는 돌아오고 모든건 행복하게 끝난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언뜻언뜻 스쳐지나가는 카메오들. 애인을 가로채는 건달로 나와서 그간의 점잖은 모습과는 전혀 다른 껄렁한 이미지를 선보이는 팀 로빈스와 존 쿠삭의 누나인 조안 쿠삭과 캐서린 제타-존스등 카메오 찾는 재미도 나름대로 쏠쏠하다. 연말에 집에서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을순 없지 않을까?

보태기: 카메오 이야기에 저 위에 <청혼>이야기가 나와서 한말인데, 크리스 오도넬이 <청혼>에서 결혼상대로 찾아다니는 옛 여자로 나오는 머라이어 캐리와 브룩 쉴즈의 카메오 연기 역시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원호성
기타노 다케시. 사부.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 케빈 스미스. 장진. 김상진. 왕가위. 우라사와 나오키. 타카하시 루미코. 강모림. 시오노 나나미. 솔제니친. 자우림. 불독맨션. 이승환. 조성우. 이동준. 히사이시 조. 안성기. 강신일. 조재현. 김호정. 장진영. 이정재.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 It's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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