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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리버스] 새 천년을 향한 러브레터 :::


양유창 | 1999년 12월 01일
조회 7979


Love Letter 2oward New Millennium

새 천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실 천년이라는 세월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괜히 거대한 숫자 네 개가 한꺼번에 바뀌는 이 시점에 우리는 희열을 느낀다. 고대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숫자라는 개념에서 현인류는 다시 한 번 꿈을 꾼다. 역사적 사건은 언제나 시간에 맞추어 돌아갔으므로 이번에도 우리는 새로 바뀌는 시간 개념에 맞춰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분주할 것이다.

세기말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것이 있었다. 꿈 속에서 2000년 1월 1일 00시가 되자마자 여기저기서 비상사태에 대한 목소리가 들리고 세상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난 식은땀을 흘리며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때마다 일어나면서 아직 꽤 남아있는 날짜에 대해 안심하곤 했다. 그리고 몇 달이 흘렀다. 신기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기말이 가까이 올수록 그런 불안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시끄럽던 Y2K 문제도, '19'라는 숫자를 다시 쓸 수 없다는 아쉬움도, 아무렇지도 않게 2000년 달력을 넘기는 무뚝뚝함으로 변해 버렸다.

To Whom May It Concern... 어떻게 2000년을 맞이해야할까? 영화 속에서 편지를 쓰는 방식은 다양하다. <러브레터>의 시작은 "오겡끼데쓰까?", <나의 일기>에서는 "일기에게...", <편지>의 편지는 그가 죽은 후에 도착했고, <내 마음의 풍금>의 편지는 전달되지 못했다. <일 포스티노>의 편지는 목소리로 녹음되었고, <스타쉽 트루퍼스>의 편지는 이제 영상으로 전달되었다. 그렇다면 <리버스>의 러브레터는 어떤 식으로 전달되어야 할까?

이제 27일이면 다가올 당신에게. 우리는 항상 어떤 각오로 당신을 바라보곤 해요. 하지만, 막상 당신 앞에 다가서면 수줍은 소년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돌아서지요. 우리는 거꾸로 다가갈 거예요. 바로 오는 천년을 거꾸로 맞이할 거예요. 새 천년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은 우리 능력 밖의 일이지요. 하지만, 반대로 당신의 세기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더 쉬운 일이예요. 우리는 항상 정체된 듯하지만, 사실은 지금도 많은 역사를 쌓아오고 있거든요. 그 역사를 당신께 드리겠어요. 당신도 이제 새 천년을 우리에게 주세요. 인간의 욕심은 지금까지 한 번도 천년왕국을 이루는 것을 그냥 둔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 활동력이 우리의 본성이며, 살아가는 원천인 걸 어떻하나요. 우리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세요. 현혹하지 마세요. 우리는 스스로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바이러스를 향해 꿈을 꿀 수 있는 종족이랍니다. 자 이제 우리 스스로 막다른 골목에 갇혔어요. 꿈을 꾸기 위해서는 당신의 초대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을 거예요. 원하시면 잠시 거꾸로 걷기를 멈출 수도 있어요. 이제 초대장을 내려주세요. 흰 눈처럼 투명한 초대장을.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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