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서울여성영화제의 꽃 내달 만개

Festivals : 서울여성영화제

제4회 서울여성영화제의 꽃 내달 만개 :::

곽은주 | 2002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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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영화제의 달, 형형색색의 영화 꽃 피도다

색색의 봄 꽃이 만개하는 4월, 서울여성영화제가 4월의 꽃문을 연다.
1997년에 시작된 서울여성영화제는 여성문화기획(대표: 이혜경)과 한국 영상자료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비경쟁 국제영화제(아시아 단편 경선부문은 경쟁). 작년 3회까지 격년제로 개최됐으나 올해부터 매년 개최된다. 따라서 전주국제영화제(4월26일부터 5월2일까지)와 함께 명실공히 4월에 열리는 영화제 쌍두마차로 위용을 갖추게 됐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4회 서울여성영화제가 오는 4월4일부터 12일까지 9일 동안 동숭아트홀과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다.

올해 서울여성영화제의 가장 큰 화두는 `아시아 여성과 영화의 정체성'. 그동안 서구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서남 아시아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통해 아시아 여성들의 삶과 정체성을 포괄적으로 짚어보자는 것.

프로그램은 `새로운 물결', `아시아 특별전', `타흐미네 밀라니 특별전', `한국영화 회고전', `디프 포커스 : 걸 파워', `여성영상공동체', `아시아 단편경선' 등 모두 7개 섹션으로 나눠 각 주제에 따라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된다. 21개국에서 출품된 80여편을 이번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개막작은 멕시코 마리사 시스타츠 감독의 <제비꽃 향기: 아무도 믿지 않는다>로 선정됐다. <제비꽃 향기>는 멕시코 아카데미 5개부문과 아바나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미성년 성폭력문제를 심도있게 그린 영화. 폐막작은 경선부문 수상작이 상영된다.

올 영화제의 큰 특징은 아시아 여성 영화인들에 주목한 점이다.
서구 백인 중산층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서구 주변부 여성들의 삶을 그린 영화들을 선정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아시아 영화 특별전 부문에 인도의 독립영화를 집중 소개하고 이란의 페미니스트 감독 타흐미네 밀라니의 특별전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또 다른 화두는 페미니스트 영화·비디오 액티비즘에 대한 고찰이다. 급속히 보급되는 디지털 매체와 여성과 여성영화의 상관관계를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는 취지하에 국제포럼도 진행된다. 아울러 어제와 오늘, 내일의 여성들이 보여주는 비전을 조명한 도전적이고 강한 여성성을 표현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 새로운 물결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신선한 작품들이 포진해 있는 섹션으로 최근 2년간 세계 각 지역의 여성 감독들이 내놓은 작품들 중 주목할 만한 30여편의 장단편이 선정됐다. 개막작 <제비꽃 향기: 아무도 믿지 않는다>를 비롯해 지난 3회 본 영화제에서 소개되어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가이아 걸즈>의 킴 논지노토 감독이 신작 <가출소녀들>을 선보인다. 무피다 틀라틀리 감독의 <남자들이 오는 계절>도 영화제가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 힘든 튀니지 영화. 그외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리사 크루지 감독의 <러브 인 텍사스>도 기대되는 영화. 호주 출신 감독으론 처음으로 깐느에 진출한 바 있는 질리안 암스트롱 감독의 <샬롯 그레이>, 프랑스 스타 캐스트가 돋보이는 도미니끄 카브레라 감독의 <따뜻한 인정>, 10대의 사랑을 그린 독일영화 발레스카 크리제바흐 감독의 <나만의 스타가 되어줘> 등이 눈길을 끈다. 마리 맨디 감독의 다큐멘터리 <욕망을 영화화하기: 여성 감독이 말하는 섹슈얼리티>는 아네스 바르다, 제인 캠피온, 샐리 포터 등 현존하는 대표적 여성 감독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 보기 드문 작품. 단편 애니메이션 <부비 걸>, <성스러운 담배>, <여자의 일생>들도 국제적으로 인정 받은 작품들. 한국 여성 영화인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임순례 감독의 <아름다운 생존>, 이미연(B) 감독의 <버스, 정류장>,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등도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아시아 특별전ㅡ 인도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한 시선 아시아 특별전에서는 `인도 독립 여성영화를 바라보는 한 시선’이라는 주제로 꾸며진다. 인도의 은밀한 풍습인 거세남들의 삶을 다룬 알렉산드라 시바의 <봄베이 유너크>와 창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인도 도시의 군상을 그린 파리다 메타의 <칼리 사와르> 등이 소개된다.

* 타흐미네 밀라니 특별전 지난해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모 아네스 바르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해 영화제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특별코너. 올해는 이란의 페미니스트 감독 타흐미네 밀라니의 대표작을 집중 소개한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이란 여성감독인 타흐미네 밀라니는 이슬람세계와 여성의 관계라는 일관된 주제를 작품에 담아온 감독. 다양한 사회계층에 여성들의 삶을 그린 <탄식의 전설>(90년), 사회가 허락하는 삶을 사는 표면적인 자아와 허락하지 않는 삶을 꿈꾸는 숨겨진 자아의 이야기인 <두 여인>(99년), 최근작 <숨겨진 반쪽>(01년) 등 대표작 세편과 함께 밀라니 감독이 서울여성영화제를 방문한다. <숨겨진 반쪽>은 반혁명죄로 감독을 사형 위기까지 몰고갔던 작품.

* 여성영상공동체 ㅡ 일어나라: 새로운 아프카니스탄을 위한 혁명적인 여성들 아프카니스탄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단체인 혁명적 아프카니스탄 여성연합(RAWA)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아프카니스탄 여성전, 전지구화와 여성 노동전, 다른 삶의 양식전, 여성과 예술전 등 네가지 주제로 구성된 섹션으로 알렉산드라 주하즈(미국)감독의 다큐멘터리<우리는 돌본다: 에이즈와 여성>와 <프래리라는 이름 : 어느 레즈비언 엄마의 이야기>, 김미례 감독의 <나는 날마다 내일을 꿈꾼다>등 10여편의 장단편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 한국영화 회고전ㅡ 성의 무법자로서의 여성들 남성들이 만든 영화를 소개하는 유일한 부문인 `한국영화 회고전'은 성의 무법자로서의 여성들을 소개한다. 관습적이고 피학증적인 1970년대 호스티스물이나 철저히 남성 관객을 겨냥해 관음증적 쾌락을 제공하는 80년대 에로물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작품들로 선별됐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문제가 전면에 드러난 영화들로, 양성구유자의 비극을 그린 송경식 감독의 <사방지>(88년), 미혼모의 성적 판타지를 담은 김수용 감독의 <야행>(77년), 여성의 성심리를 그로데스크하게 묘사한 홍파 감독의 <묘녀>(74년),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영화'로 알려진 김수형 감독의 <금욕>(76년)등 4편이 상영된다. 하나같이 놓치기 아까운 영화들이다.

* 딥 포커스 : 걸파워 특정 주제에 관한 영화들을 모아 소개하는 딥 포커스 부문은 `걸 파워'라는 이름으로 10대와 20대의 젊은 여성들이 만들고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여성주의 영화들을 상영한다. 가부장적 가치에서 파생된 여성의 `귀여움', `유약함', `유순함'은 사절. `방자함'과 `오만함', `강함'과 `도전력'으로 무장한 `여걸, 쾌걸'들의 삶과 꿈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색다른 쾌락을 선사한다. <잔느 딜망>(75년)으로 잘 알려진 `페미니즘 영화의 대모' 샹탈 애커만 감독의 단편 <춥고 배고픈>(84년), 정소연 감독의 <해부학시간>, 카라 헤롤드 감독의 <걸리쇼>, 지오바나 소니노 감독의 <불을 켜> 등 발직한 페미니즘 영화들이 포진해 있다.

* 단편경선 유일한 경쟁부문인 단편경선은 회를 거듭할수록 양적으로 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시아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한 단편경선 부문에는 올해 한국을 비롯해 중국, 홍콩, 일본, 타이,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아시아 전역에서 총 145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예심을 통과한 16편이 본선에 올랐다. 이중 김경숙 감독의 애니메이션 <흰 떡갈나무 이야기>은 제26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발'(6월3일부터 8일까지) 본선에 진출한 상태. 본선 작품 중에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관객상 1편을 뽑아 폐막식에서 시상한다. 올해 신설된 `옥랑상'은 옥랑문화재단이 제작지원하는 상으로 매년 1편의 다큐멘터리를 선정해 1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차기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형식으로 상영할 계획이다. 그외도 3회때 신설된 특별상으로 `if'상, `여성신문상' 등이 수여된다. 심사위원으로는 데브라 짐머만(북미 여성영화 배급사WMM 대표), 도로시 베너(베를린 영화제 영포럼부문 선정위원), 김영옥(문학평론가), 심재명(명필름대표), 장희선(영화감독)이 위촉됐다.

* 초청 감독과 영화계 인사 개막작 <제비꽃 향기>의 마리사 시스타츠 감독을 비롯하여 <따뜻한 인정>의 도미니끄 카브레라 감독, <사랑에 대한 진실>의 이규정 감독, <칼리 사와르>의 파리다 메타 감독, 타흐마니 밀라니 감독, <경계를 깨뜨린 여성들 : 일본의 여성 예술가들>의 데지레 림 감독, <숨겨진 반쪽>의 프로듀서 모하마드 닉빈과 국제포럼에 참석하는 줄리아 르사지, 알렉산드라 주하즈, 사이토 아야코,라와 등이 영화제 기간동안 한국 관객을 만난다.

* 영화제 부대행사 올해로 두번째를 맞는 국제포럼은 `아시아에서의 여성주의 영화·비디오 액티비즘과 이미지의 권력' 이라는 주제로 열린다(4월8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북미 최고의 여성영화 배급사인 WMM 대표 데브라 짐머만, 아프가니스탄 여성해방단체 RAWA 등이 사례 발표와 토론에 참여할 예정이다. 조한혜정, 김은실, 김소영, 타흐미네 밀라니 등도 토론자로 참석한다. `쾌락과 위반의 영토, 여성 섹슈얼리티', `여성주의적 주체로서의 소녀' 등 부문별 포럼도 마련돼 있다.

이 밖에 여성영화인들이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아시아 여성 영화인의 밤', 아시아단편경선 출품자들이 한데 모이는 `우리들의 밤',영화 상영과 가수 이상은의 공연이 동시에 진행되는 `씨네콘서트(4월9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예매2만원, 현매2만5천원)' 등도 마련된다. 어린 자녀를 둔 주부관객을 위해 놀이방이 운영된다(오전10:30분부터 오후6:30분, 하이퍼텍 나다2층).

개.폐막작 예매는 3월29일부터 4월3일까지, 본 예매는 3월29일부터 4월11일까지 실시. 일반 관람료는 5천원, 심야상영 관람료는 1만원이다.

자세한 문의는 www.wffis.or.kr, 서울여성영화제 사무국 02-588-5355 / 583-35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