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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화를 찾아서


<걸 온 더 브릿지> 이상(異常)한 가역반응(可逆反應) :::


신주희 | 2003년 06월 13일
조회 4970


여기 반으로 찢어진 돈이 있다. 돈은 돈이되 화폐로서의 가치는 이미 상실한지 오래이다. 반으로 찢어진 돈은 둘이 붙어있어야 비로소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영화는 불완전한 두 남녀를 등장시켜 화합과 공존, 희망을 이야기하려 한다. 물론 언제든지 찢어질 위험을 안고 있어 위태롭기는 하다. 다리 위에 서 있는 여자, 과연 그이는 강물에 빠질 것인가. 앞서 이야기한 화폐와는 조금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이것 또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두 남녀를 돈에 대비시켜보기로 하자. 생각해보면 모든 무/생물은 어디에서나 메타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영화는 음악과 타이틀 사이로 홀로 앉아 있는 여자를 비추며 시작된다. 이때쯤이면 음악은 낮아지고 주변 사람들은 흐릿하여 자연히 초점은 여자에게로 간다. 그리고 화면 밖으로 들리는 질문과 이에 대답하는 여자. 카메라는 조금씩 여자에게 다가가 화면 가득히 얼굴을 담게되고 어느새 눈물을 흘리는 그이. 이제 우리는 그 눈물의 원인을 보게될 터이니, 다리 위에 서 있는 그이가 보인다. 화면은 불안한 심정을 대변하듯 다리와 강물 아래 전경을 훑은 후 발, 손, 얼굴 등을 흔들리는 카메라로서 가까이 보여준다. 그때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

“이건 단지 나쁜 일이야”

서커스에서 칼 던지는 남자인 가보는 자살하려고 강물에 뛰어든 아델을 구하게 되고 운명을 시험하기 위하여 둘은 한배를 타게된다. 이때부터 화면은 빠르게 이어지는데, 머리손질을 하고 화장품을 고르면서 아델이 미소지으면 이들은 어느새 한 화면에 함께 자리잡고 있다. 흥겨운 음악과 위에서 아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가까이에서 때로는 멀리서 유동적으로 바뀌는 화면, 이리저리 흔들리는 장면들.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없는 화면이기는 하지만 특히 남녀가 처음 만나는 이 부분에서는 이러한 장치들이 두드러져서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암시처럼 느껴진다. 그러므로 영화는 채워질 수 없는, 하지만 홀로 변화할 수 없는 가역반응의 연결고리가 되어 모든 것을 아우르기 위한 전조를 드러낸다. 이는 아델과 가보가 헤어졌을 때 비록 다른 나라에 있지만 서로 대화를 주고받거나 아델을 과녁으로 칼 던지기를 할 때 흔들림이 전혀 없던 가보가 다른 여자에게 실수로 허벅지에 칼을 내리 꽂는 경우, 카지노에서 아델의 칩과 가보의 술잔이 서로 교차 편집되면서 공감의 조화를 이루는 장면 등으로 완연히 드러난다.

결국 아델과 가보는 상호보완적이며 동시에 불완전한 존재였던 것이다.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 했던 아델을 발견한 가보도 실제로는 자살하기 위해 갔던 것임이 후반부에 드러나면서, 뿐만 아니라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고 아찔한 난간에 서있는 가보를 아델이 발견하여 이끄는 것이나 스스로 운이 없다고 믿는 아델에게 행운을 시험하라고 했던 아델의 속임수 등. 이는 다리 위의 여자가 순간의 차이로 죽음 혹은 삶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제목의 암시와도 같이 아델과 가보의 믿음, 동시에 그것의 부정, 그리고 그 변화에 따른 상실감을 표현하기 위하여 칼을 던지는 남자와 그 칼의 과녁이 되는 여자의 설정에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때문에 영화는 상호반응과 가역, 정반의 개념이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바 여자에게 행운이 있다며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 카지노, 복권 등을 구입하여 엄청난 돈을 벌어 즐거워하는 두 남녀가 있는가 하면 화면은 불안정하고 흔들리지만 둘이 떨어져있을 때는 오히려 화면은 안정되고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의도를 설명하고 종국에 가면 그 둘은 처음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방황하는 여자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남자, 다만 이번에는 위치가 바뀌어서 남자가 다리 위에 서있다.

그러므로 홀로 다리 위에 서있던 아델에게는 가보가 다가온다는 것이 이상한 가역반응이었겠지만 자살하려는 본인에게 역시 같은 말을 건네는 아델이 있다는 후반부의 상황은, 역시 둘에게는 이상한 가역반응일 테다. 그리하여 영화는 다리 위의 남녀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끝맺는바, 세상은 홀로 살아나가기에는 꽤나 퍽퍽한가보다.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신주희
Chasing Age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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