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견한 진주는 매튜 브라이트 감독의 1996년작 <프리웨이>입니다. 혹시 '빨강 모자'이야기를 기억하시는지요? 늑대가 할머니 복장을 하고서 빨강 모자 소녀를 먹어 치우려 했었죠. 결국 제꾀에 넘어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걸로 기억되는군요. '빨강 모자'는 한창 동화 읽을 나이때 제가 가장 싫어했던 이야기였어요. 할머니를 먹어 치우고 할머니 옷을 뒤집어썼던 늑대의 잔혹함이 섬뜩한데다가 그것도 모자라 소녀까지 잡아 먹으려 머리를 굴려대는 모습이 너무나 비열하게 느껴졌었거든요. 아마도 이 동화 때문에 늑대 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튀어나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빨강 모자'는 동화라고 하기엔 그 선정성이나 표현 수위가 너무나 선명했던 이야기였습니다.
<프리웨이>는 현대판 '빨강 모자' 즉 '연약한 소녀와 비열한 늑대' 이야기의 변주곡입니다. 바네사(리즈 위더스푼)는 매춘부 어머니와 시도 때도 없이 근친상간을 일삼는 의붓아버지를 둔 소녀입니다. 쓰레기장과 다를 바 없는 가정 환경을 박차고 새로운 삶을 개척할 기회가 오는데 하필 그때, 밥(키퍼 서덜랜드)이라는 늑대를 만나게 되는 거예요. 동화처럼 밥은 사려 깊은 모습으로 모든 고민을 다 해결해 줄것 처럼 바네사에게 접근합니다. 바네사가 모든 고민을 밥에게 털어놓으며 무장해제를 하려는 순간, 역시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마는군요. 세상에나!!! 알고보니 밥은 소녀들만 갈기갈기 토막내서 죽이고 다녔던 연쇄 살인범이었던 거예요. 정체를 드러낸 늑대 앞에서 빨강 모자 소녀는 동화처럼 순순히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될 수있을까요?
2. 늑대를 처단하는 소녀 이야기.
결론부터 밝힌다면 <프리웨이>에서 가장 중요한 사명은 동화처럼 소녀에게 안락한 '해피엔딩'을 쥐어 주는 일입니다. 아무리 늑대가 잔인하고 영악하다 해도 소녀는 비극의 구렁텅이에 빠져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해서, 영화는 바네사를 늑대와 맞짱을 떠도 결코 꿀리지 않는 여전사로 단단히 무장시킵니다.
여전사가 된 바네사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신의 주먹으로 늑대의 이빨을 하나하나 뽑아 버립니다. 단지 늑대의 위협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폭력을 사용하는게 아니예요. 할머니를 죽인 복수와 그간 사회악으로 행사하던 늑대를 처단하기 위해 정의를 휘두르는 셈이죠. 영화의 재미가 시작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부터예요. 바네사가 보여주는 폭력의 수위가 늑대의 이빨을 하나하나 뽑는 듯한 디테일과 잔인함의 최고치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마치 액션 영화에서 격투 장면을 쾌락의 승부처로 여기는 것처럼 <프리웨이>는 '폭력' 자체가 영화의 볼거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프리웨이>는 감당하기 힘든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입니다. 화장실 코미디 영화조차 폭력이 가학적인 코드로 작용하고, 날로 폭력 장면의 내성이 강해져가는 지금 보더라도 1996년에 만들어진 <프리웨이>는 눈을 가리고 싶은 아찔함이 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 방아쇠를 연거퍼 당긴다거나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목을 조르는 식의 강도 높은 표현 장면 때문만은 아니예요. 그보다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편한 감정을 조장하기 때문일거예요.
하지만 악을 처단한다는 대의 명분 때문에 강도 높은 폭력은 면죄부를 얻고 있습니다. 폭력 관계에서의 보편적인 대결 구도, 즉 남성이 가해자,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인식을 깨고, 십대 소녀가 중년이 넘은 싸이코 살인범을 거칠게 두들겨 패는 장면들은 묘한 심리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프리웨이>는 결코 영화의 모든 요소가 매끄럽게 자리잡고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웰 메이드 영화'가 주는 영화보기의 안락한 즐거움이 아닌 '도전적인 영화'의 불편한 쾌락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군요. 지금도 비디오 가게 한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을 이 진주를 재발견 하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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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웨이> 감당하기 힘든 폭력의 오페라 :::
<프리웨이>는 감당하기 힘든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입니다. 화장실 코미디 영화조차 폭력이 가학적인 코드로 작용하고, 날로 폭력 장면의 내성이 강해져가는 지금 보더라도 1996년에 만들어진 <프리웨이>는 눈을 가리고 싶은 아찔함이 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 방아쇠를 연거퍼 당긴다거나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목을 조르는 식의 강도 높은 표현 장면 때문만은 아니예요. 그보다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편한 감정을 조장하기 때문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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