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 <검은 고양이>를 아는가? :::
1994년 8월 비디오 출시
박경미 | 2003년 01월 07일
조회 3277
고양이는 목숨이 여러개라 죽어도 죽지 않으며, 죽은 자를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에서 죽은 자를 관객에게 보여줄 때 고양이의 시선을 종종 이용한다. 귀신 나올 것 같은 집을 어슬렁 거리면서 두 눈에서 특유의 빛을 뿜어내는 검은 고양이도 있으며,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죽은 옛 연인을 알아보기도 한다. 고양이게 관해서 보편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포우의 소설 ‘검은 고양이’일 것이다. ‘에드가 알란 포우’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섬뜩하리만큼 신비롭고 기이한 이야기들 풀어 놓고,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영감을 준 작가. 그 포우의 소설과 호러 영화의 거장인 ‘다리오 아르젠토’와 ‘조지 A 로메로’가 만났다면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검은 고양이>(혹은 <에드가 알란 포우의 검은 고양이>로 되어 있다. 원제는 'Two evil eyes'. 비디오 가게에서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와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이다. 이 세 사람이 한 영화에 공존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이 영화에 듬직한 기대감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검은 고양이’와 ‘발데마르에게 생긴 일’, 두 개의 이야기가 묶어져 있으며 각각 ‘다리오 아르젠토’와 ‘조지 로메로’가 연출하고 있다.
원작이 유명한 소설을 영화화 하는 경우는 일정한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겠지만, 원작이라는 비교 대상이 존재한다는 면에서 부담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소설과 영화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낫다는 가치 평가나, 어느 것이 더 좋다는 취향의 문제와는 별도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재현하느냐, 아니면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하느냐는 순전히 만드는 사람의 선택이다.
이 영화의 첫 번째 이야기인 ‘검은 고양이’는 원작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기를 선택한 듯 보이며, 이 편 전체가 포우에 대한 오마쥬로 보여지기도 한다. 심지어 첫 장면에서 보여주는 포우의 무덤과 그를 기리는 비석은 죽어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포우의 작가 세계에 대한 찬미에 가깝다. ‘검은 고양이’는 소설에서도 그러했듯이 숨겨진 탐욕과 파괴 본능을 지닌 인간의 악마적인 면을 고양이를 통해 교묘히 끄집어 낸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발데마르에게 생긴 일’로, ‘검은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한 인과응보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봄에 있어서 이러한 주제보다도 더욱 매력적인 것은 좀비가 되는 발데마르이다. 조지 로메로에게서 좀비는 각별하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도 그러했지만 죽었지만 다시 움직이는, 그러나 살아있는 것과는 다른 좀비는 공포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의사 소통이 가능한 발데마르의 경우는 좀 특이한데, 그는 단순히 흐느적 거리며 다가오는 예사스러운 좀비는 아니다.
발데마르의 아내인 제시카는 옛 연인이던 의사와 짜고, 병상에 누워서 죽을 날을 기다리는 발데마르에게 최면을 걸어 그의 유산을 빼돌리던 중, 그는 최면에 걸린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은 발데마르의 몸은 썩어가지만, 그의 의식은 죽지 않고 살아있는 세계와 그렇지 않은 두 세계에 공존한다. 그러나 큰 일은 죽었다고도 살아있다고도 말하기 애매한 발데마르를 매개로 해서, 저쪽 세계의 그 어떤 존재들이 이쪽 세계로 넘어온 것이다. 발데마르의 육체가 죽으면서 부유하게 되는 그의 목소리는, 영화상에서 시각적 청각적으로 재현했을 때 느껴지는 공포스러움 일뿐 아니라, 언제나 우리의 삶과 같이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포감을 맛보게 한다. 죽은 몸과 살아있는 의식이라는 어울리기 힘든 두 부분을 발데마르에게 공존시키면서,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까지 영화의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있다.
 포우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검은 고양이>는 섬뜩하고 기괴한 소재들을 가져와 추악한 탐욕으로 인한 응보에 의해 한없이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록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일상적이지 않은 신비스러운 소재를 다루지만, 건드리고 있는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심연을 찌르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포스럽다. 사족을 하나 달자면, 필자처럼 포우의 소설을 매혹적이라 느끼거나, 다리오 아르젠토나 조지 로메로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공포감은 영화보기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참고로 국내에 출시되어 있는 다리오 아르젠토와 조지 로메로의 비디오는 다음과 같다.
*다리오 아르젠토
써스페리아 Suspiria
써스페리아2 Deep Red
섀도우 Tenebrae
의혹의 침입자 Opera
헤드 헌터 Trauma
페노메나 Phenomena
스탕달신드롬 Stendhals syndrom
*조지 로메
살아난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이블 헌터 Dawn of the Dead
사투 Monkey Shine
다크 하프 The Dark Half
분노의 대결투 Code Name Trixie
백색공포 Martin
모터싸이클의 기사들 Knightriders
죽음의 날 Day of the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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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미
진정한 씨네필로 남고싶은 '열혈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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