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리턴> Kids 에게

숨겨진 영화를 찾아서

<키즈 리턴> Kids 에게 :::

박경미 | 2001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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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에게

<키즈 리턴>은 국내에서 개봉했었던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르다. <소나티네>, <하나비>에서 인물들은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 없이 삶의 극한에서 죽음을 선택한다. 이와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죽음의 결말보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키즈 리턴>에서 중심적인 인물인 마사루와 신지는 학교에서도 포기한 학생이다. 선생님은 마사루와 신지에게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교실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마사루와 신지는 다른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동안 텅빈 운동장과 옥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특별히 하고 싶어하는 일도 없어 보이며, 무언가 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거리에서 다른 아이들의 돈을 빼앗거나, 선생님의 새 차에 불을 지르고, 커피숍과 라면집을 돌아다닐 뿐이다.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성인 극장에 들어가기 위해 어른처럼 보이도록 애쓰는 것, 그뿐이다(그러나 교복을 양복처럼 접어 입고, 수염을 붙이고, 말투를 바꾸어도 이들의 모습은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다 마사루가 권투 선수에게 호되게 당하게 되고, 이에 분해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다. 언제나 마사루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신지도 마사루를 따라 복싱을 배운다. 뜻밖에도 신지가 복싱에 소질을 보이자, 신지를 졸개 부리듯 하던 마사루는 복싱을 그만두고 야쿠자가 된다.

이때부터 함께였던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그 둘의 길은 달랐지만 패자로서의 결과는 똑같다. 조직에서 린치를 당하는 모습의 마사루와 링위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신지의 모습은 교차편집으로 보여진다. 이는 이들이 겪고 있는 일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누구나가 거쳐가는 실패(혹은 좌절)임을 드러낸다. 카메라는 그저 물끄러미 이들의 이러한 모습을 지켜만 본다. 이는 다른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기타노 다케시의 무표정한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처음과 마지막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통해, 삶에서의 패배가 아닌 또 다른 시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화의 도입부는 실패한 마사루와 신지가 만나서 같이 자전거를 타면서 시작한다. 자전거 타고 있는 마사루의 셔츠가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간다(영화에서의 빨간색은 상당히 위험한 색이다. 줄곤 파란색 옷을 고수하던 신지가 하야시를 따라 술을 마시고 약을 복용하게 되면서 점차로 빨간색 옷을 입는다. 비틀거렸던 마지막 경기에서도 신지가 입고 있던 팬츠의 색은 빨간색이다). 영화는 그들의 실패한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하여, 과거의 이야기를 회상하고 있는 것이다. 회상이 끝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영화의 마지막은 영화의 처음과 맞닿으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강조한다. 텅빈 운동장에서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타면서 이야기한다.

"우리 이제 끝난 건가"
"바보! 아직 시작도 안했는걸."

그들의 이야기는 다소 상투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조심스럽게 희망을 건내며 다른 시작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타노 다케시는 이 영화의 각본을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썼다고 한다. 그 역시도 마사루와 신지 같은 학생이었고, 만담 콤비처럼 만담 개그맨이 되었다(기타노 다케시는 일본의 개그맨이기도 하다). 오토바이 사고로 긴 휴식을 지낸 후 만든 영화가 <키즈 리턴> 이기 때문에, 그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패와 좌절을 겪는 것은 비단 마사루와 신지 같은 학생뿐만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삶을 살아간다는 건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삶의 좌절을 겪고 있는 Kids 에게 바치는 감독의 회고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