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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화를 찾아서


<머나먼>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
제8회 부산영화제에서 보고

곽은주 | 2003년 10월 08일
조회 7103


지난 주말, 피프상영관 곳곳엔 관객의 열기로 뜨거웠다.

열혈팬들이 내뿜는 뜨거운 열정은 낮부터 밤까지 식을줄 모르고 스산한 밤하늘에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피프가 아니면 심심한 잠에 빠져있을 적적한 가을밤, 차가운 바람만 한가로이 놀고있는 수영만 야외상영장 큰 벌판은 한낮의 남포동 열기로 다시 한번 뜨거웠고, 대형 스크린이 뿜어내는 마력에 모두들 빠져 들었다.

3년만에 다시 보게되는 야외상영작들의 면면은 관객들을 흥분시켰고 부라보를 외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비록 몸은 추위로 오돌거려도 굿바이 레닌에, 사부에, 웨일 라이더에, 키타노 다케시에 경도된 밤들이었다.

그 뜨거운 열기에서 멀직히 비켜서 있는 한 사내가 있다.
그에 이름은 마흐뭇(배우, 무자퍼 오즈데미르), 직업은 사진사.

타인의 물음에 답하는 일이외엔 좀처럼 말을 먼저 걸지 않는 남자, 늘 혼자 산책하는 남자, 혼자 담배 피우는 남자, 혼자 사는 남자, 혼자 밥먹는 남자, 타인에게 철저히 배타적인 남자, 그래서 뼈속까지 외로운 남자.

그 남자의 유일한 취미는 깊은 밤 에로비디오를 보는 일이다. 물론 혼자서. 컴컴한 거실 소파에 기대어 오로지 T.V 부라운관만 응시한다.

그 남자, 우연히 카페에서 마주친 이혼한 전처와 그녀의 다정한 남자 친구를 훔쳐보기도 한다. 그들이 타국으로 이민 떠나던 날, 공항 한모퉁이에 서서 한때는 그에 아내였던 전처를 숨어서 배웅한다. 한참을 바라보다 흔들리는 시선을 거두고 뒤돌아 선다.

한때, 잠시나마 불편한 동거인이었던 사촌 동생 유제프(배우, M.에민 토프락)도 그 남자의 유별나고 따가운 시선을 더이상 못견디고 말없이 떠나고, 완전한 혼자가 되었을때, 그때 그는 아마도 이렇게 독백하지 않았을까. "...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라고.

그 독백은 지문으로 남겨둔채 그는 유제프가 실직의 고통으로 뒤척이던 바닷가, 그 벤취에 앉아 유제프처럼 먼 바다를 멀리멀리 바라 본다.

철저히 혼자남은 쓸쓸한 뒷모습을 관객에게 들키며. 그는 관객에게 말을 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속삭인다. 당신은 마흐뭇의 침묵에 절규가 들리십니까.
가만히 귀기울이면 거친 파도의 숨결뒤로 마흐뭇의 꺽꺽거리는 울음소리도 들리는듯 합니다.

영화 <머나먼>은 200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마흐뭇역의 무자퍼 오즈데미르와 유제프역의 에민 토프락이 공동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유감스럽게도 영화에서 말없이 사라졌던 유제프는 수상의 기쁨도 뒤로 한채 교통사고로 정말 이세상을 영원히 떠나갔다. 애석한 일이다.

감독 누리 빌제 세일란은 1959년 터키생으로 첫장편영화 <카사바>로 1998년 베를린영화제 칼리가리상을 수상했고, 그에 두번째 작품 <오월의 구름>(2000년)은 5회 부산영화제 월드시네마부문에 초청됐다.

유제프가 고향을 떠나는 첫장면의 롱숏과 마흐뭇이 바닷가 벤취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뒷모습의 롱테이크의 끝장면이 묘하게 상치되며 영화의 여운을 깊게 한다.
영화음악 또한 매혹적이다. 모짜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프렛장조 2악장, 안단테 선율이 영화중간에 삽입되는데, 느리고 어두운 안단테 선율은 마흐뭇의 쓸쓸한 뒷모습에 우울하게 내려 앉는다.

모짜르트의 신포니에타 2악장은 영화음악으로 즐겨 사용되는데 피터 그리너웨이의 <차례로 익사시키기>에서도 사용된 선율. 한사람씩 익사시킨후 비장한 안단테의 변주가 극의 클라이막스를 맛갈스럽게 살려주던 기억이 새롭다(음악 감독은 마이클 니만).

<머나먼>은 8일 저녁 8시 부산극장 1관에서 한번더 상영하고 부산을 떠난다. 머나 먼 터키로...






곽은주
1960년생. 젊음의 끝, 나이 마흔에 뒤늦게 영화 바람난 못말리는 영화 중독증 환자. 그 여자 오늘도 빨간 배낭 둘러메고 시사회장을 기웃거린다. 영화의 참맛 그대는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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