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탱고 레슨> 함께 춤추시겠습니까? :::
1998년 12월 비디오 출시
박경미 | 2003년 04월 16일 조회 3765
‘탱고가 날 선택했죠’ 라고 과감히 말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탱고를 배우고, 그들은 함께 춤을 춘다. 춤을 배우던 여자가 ‘이젠 내가 리드할 차례예요’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한 편의 영화는 만들어진다.
탱고의 무대에 매혹된 샐리 포터는 탱고 레슨을 받기 위해, (실제로도 탱고 스타인)파블로 베론을 찾아간다. 그녀의 어색한 첫 번째 탱고 레슨은 걷기와 중심잡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탱고 레슨>은 극히 사적인 소재와 자기 자신이란 모호한 영화 속 캐릭터(우리가 보는 샐리 포터는 감독인 그녀 자신인가 아니면 샐리 포터란 이름의 캐릭터 인가)를 가지고 아주 흥미롭고 인상적으로 그려진 영화이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픽션과 논픽션의 아슬아슬한 조합’이라 표현하고 있듯이, 영화 속 등장인물은 모두 현실의 자기를 연기하면서 삶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자전적인 요소를 가지고 만들었음이 분명한 이 영화는 샐리 포터가 탱고를 배워 가는 과정과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독의 의도와 상관없이 흥행에만 연연해 하는 제작자의 모습도 보여진다. 영화 속에서 화려한 원색으로 그려지는, 그녀가 실제로 포기한 프로젝트 <분노>에 대한 불만이라든가 할리우드 제작진과의 면담 좌절에 따른 불만은 영화 산업에서의 여성 감독의 위치를 보여주면서 그녀가 탱고 레슨 같은 개인적인 작품을 만들게 된 과정을 다소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의 주된 소재이자 볼거리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탱고는 19세기 말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뒷골목에서 태어난 거리의 춤이다. 영화 속 탱고는 원초적 생명력과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4분의 2박자 리듬 안에 가득히 담아내면서,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12번의 탱고 레슨을 통해 리듬을 타고 연결되어 <탱고 레슨>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더해지는 카를로스 가르델, 아스토르 피아졸라, 카를로스 디 사를리 등의 음악은, 춤이자 음악인 탱고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킨다. 시각과 청각적인 영역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영화는 그렇게 흘러가는 춤과 음악에 관객을 빠져들게 한다.
격정적이고 화려한 볼거리로서의 탱고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러한 탱고를 통해서 보여주는 게 단지 외면적인 구경거리만은 아니다. 샐리 포터는 탱고를 가리켜 ‘모든 대립항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것’ 이라고 표현한다. <탱고 레슨>에 담겨져 있는 대립항들은 어긋나듯 보이는 스텝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앵슬로 섹슨과 라틴 아메리카 문화, 남성과 여성, 바라보는 쪽과 보여주는 쪽이라는 다양한 항들을 무겁지 않은 사색으로 보여준다. 영화감독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입장에 익숙한 샐리 포터가 탱고 댄서가 되기 위해서 남자가 하는 대로 따르는 수동적인 입장에 놓여지기도 하며, 탱고에서 선생이던 남자는 영화 배우가 되면서 감독인 여자의 지시를 받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는 영화 속의 인물과 실제의 인물이 겹쳐지는 것처럼, 리허설과 공연, 영감과 예술 작품간의 거리를 함께 이어 편집한다. 앞부분에서 보여지던 탱고 레슨이 뒷부분의 영화 만드는 과정과 교차되면서, 영화는 어떤 결과보다는 진행 중인 과정에 더욱 초첨을 맞춘다. 춤을 추는 과정과 영화를 만드는 과정, 그것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 알아가는 과정이며, 또한 삶의 의미이기도 하다. 춤은 머리로만 출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짜여진 각본 없이 즉흥적으로 몸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은 삶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탱고는 혼자서 출 수 있는 춤이 아니기에, 함께 춤을 추는 사람의 호흡과 그 사람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삶이 상실의 고통이 있기도 하지만 기쁨도 담겨 있고, 고독이 존재하지만 사람 사이의 친밀감 역시도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p.s
1. 부엌에서 샐러드를 만들면서 나는 단조로운 소리들과 파블로의 발소리만으로 만들어지는 춤과 음악에 유의하시길!
2. <탱고 레슨>의 시적인 흑백화면은 빔 밴더스와 주로 작업했던 베테랑 촬영 감독인 로비 뮐러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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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미 진정한 씨네필로 남고싶은 '열혈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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