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씨커> 뒤틀린 시간 속 짜릿한 스릴 여행

숨겨진 영화를 찾아서

<스릴 씨커> 뒤틀린 시간 속 짜릿한 스릴 여행 :::

유재영 | 2003년 01월 22일
조회 4702

타이타닉 침몰, 힌덴버그 지진, 허리케인 휴고...

인류 역사상 가장 화제가 됐던 대재앙들이 최고의 패키지 여행 상품이 됐다. 타임머신이 발명된 영화 속 미래사회, 20세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참사 현장들은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획상품이다. 그리고 과거 재앙이 일어났던 시간으로 돌아가 참혹한 현장을 골라 보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여행상품명과 동일한 '스릴 씨커'라 부른다. 예상했던 대로 이 기발한 시간여행은 이름 만큼 스릴 만점이다. 주인공 메릭이 어리버리한 매부리코 스릴 씨커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기자 메릭은 자신의 고집으로 발전소 화재 현장에서 동료들을 잃고 자책감으로 일과 가정에서 멀어진다. 몇 년 후, 한 신문사의 의뢰로 20세기의 대재앙을 조사하던 그는 사진마다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포착된 것을 발견하고 사진 원본 필름을 조사하기 위해 시카고 행 비행기를 탄다. 시카고 행 비행기에서 사진 속 남자를 발견한 메릭. 남자의 소지품에서 '스릴 씨커'라는 여행상품 팜플렛을 발견하고 자신이 탑승한 222기 비행기가 곧 사고로 추락하게 될 것임을 알게 된다. 메릭은 기장을 위협해 비행기 사고를 막지만 대신 하이 재커로 몰려 FBI의 취조를 당하는 신세가 된다. 결백을 증명할 검은 모자의 남자는 사라져 버리고 궁지에 몰린 그에게 정체 모를 검은 옷의 남녀가 다가와 어디론가 데려가는데... 이들은 메릭 때문에 바뀌어버린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미래 사회에서 보낸 자들이다. 이후,사고를 막으려는 메릭과 그를 저지하려는 두 남녀의 추격 속에 현재와 미래가 얽히고 풀어지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스릴 씨커>는 헐리웃 시간 소재 영화의 주 장르인 SF영화이지만 그다지 스펙타클하지도 판타스틱하지도 않다. TV용 영화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난을 구경하기 위해 과거로 날아간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주축으로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며 꽤 짜임새있는 전체 그림을 완성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상적인 틀을 넘어서서 현실을 탈출하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 시간 여행 영화, 즉 타임 판타지 무비를 본다. 스릴 씨커 역시 일상적인 틀을 넘어서서 짜릿한 쾌감을 찾아 시간여행을 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관객과 스릴 씨커는 닮아있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스릴 씨커>는 시간 여행의 묘미를 가장 잘 파악하고 이를 소재로 차용함으로써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을 극대화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스릴 씨커>는 '시간 여행'이 이미 미래 사회의 기획상품이었음을 영화 전반부에 폭로(?)해 버리지만 끝까지 긴장을 잃지 않는다. 메릭으로 인해 재난이 미연에 방지되고 그로 인해 혼돈을 맞게 된 미래사회와 현재 주인공의 팽팽한 갈등 구도 때문이다. 결과는 물론 영화를 봐야 할 일이겠지만, 주인공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던 타임판타지 무비가 어디 있던가?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만약 영화에서처럼 현재에서 과거로, 혹은 미래에서 현재로 시간여행을 통해 이미 존재했던 상황들을 역전시켰을 때,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몇몇 물리학자들은 이 경우,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시간대의 세계 외에도 또 다른 시간대의 세계들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복제 인간이 아닌 또 다른 내가 하늘 아래 어느 별엔가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로 스릴러물을 만들어 온 마리오 아조파르디 감독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와 영화 중간 미래사회의 보스로 등장하는 마틴 쉰의 까메오 연기도 감상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