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영화를 찾아서

<워터보이즈> 판타지의 유쾌함


글: 박경미
2003년 06월 02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여름이 다가왔다. 후덥한 공기에 불쾌지수도 높아져 가는 이 계절에 시∼원한 <워터보이즈>의 보이들과 얼음 동동 띄운 수박화채 하나만 있다면... 찌는 듯한 더위와 불쾌한 짜증도 무섭지 않으리. 따분한 일상이 판타지가 되는 그 유쾌함으로 빠져 들어가게 하는 영화, <워터보이즈>.

부원이 한 명 밖에 없는 타다노 남자 고등학교 수영부. 그나마 있는 부원은 8명중에서 8등만 하는 소심하고 겁 많은 스즈키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모의 여고사 사쿠마 선생이 수영부를 맡게 되면서 갑자기 부원이 늘지만, ‘수중발레’를 가르치려 했던 그녀의 엉뚱함에 다들 떠나버리고, 어리버리한 5명이 남게 된다. 얼떨결에 수중발레를 하게 된 5명은 그야말로 변변찮은 떨거지들이었다. 만년꼴찌의 수영선수 스즈키, 농구부에서 왕따를 당해 수영부로 들어온 빠마(파마)머리 사토, 깡마른 몸을 근육질로 만드는 게 꿈인 오타, 맥주병에 공부벌레인 가나자와, 여자같은 사오토메. 이들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무엇을 하겠어’라는 놀림 속에서 그들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수중발레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결심만 한다고 그 결심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이다. 언제나 주인공의 결심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는 법. 그들에게 수중발레를 가르쳐 줘야 할 사쿠마 선생은 출산휴가를 떠나고, 대타로 모셔온 스승은 엽기스러운 돌고래 코치이다. 이들이 수중발레를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산, 아니 건너야 하는 바다가 너무 넓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때론 섹시하게 수중발레는 해 낸다는 내러티브는 아주아주 상투적이지만, 이것만으로 <워터보이즈>를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감독인 야구치 시노부가 보여주는 만화적인 상상력은 과감한 생략과 비약으로 지루함 없이 진행되며, 워터보이즈의 굳은 의지와 부단한 노력으로 영화 안에서 현실화된다. 주변부를 어슬렁거리던 워터보이즈가 각자의 특기를 살려서 성공적으로 수중발레를 하는 쾌거는 그 과정을 따라가며 보는 관객마저도 즐겁게 한다.

영화에 더욱 애정이 가는 것은 워터보이즈라는 인물들을 통해서다. 워터보이즈 5명은 모두 학교의 주변부를 어슬렁거리는 인물들로, 이들은 고3이라면 당연하게 여겨져야 할 학업의 문제에 대해서도 소외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그렇기에 별다른 할 일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이 따분한 일상을 보내는 이 떨거지들에게 수중발레라는 다소 황당하지만 할일이 생긴 목표는 고행이라기 보다는 즐거움의 과정이다. 이 영화가 좌충우돌 기상천외한 방법들로 유쾌함을 주는 것은 워터보이즈가 각선미와 신체적인 특기도 요구한 오디션에서 최종 선발된 소년들이라는 것 이외도 배워 가는 즐거움과 성취라는 짜릿한 쾌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무슨 일이 있어도 축제 때 수중발레를 해야 하는‘워터보이즈’의 황당한 목표와 목표의 성공은 거의 판타지에 가깝다. 그러나 뭐 어떠랴. 영화는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특히 사토의 빠마 머리에 불이 붙는 장면은 정말이지 압권이다), 이 영화가 현실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고3 여름방학에 수족관 청소를 하는 수험생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일상에서 일탈한 판타지를 뻔뻔하게 늘어놓으면서도 억지스러움 없이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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