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팝> 원조교제를 다룬 디지털 영화
글: 이종열
2002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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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팝>은 하라다 마사토의 <바운스>와 같이 일본 여고생의 원조교제 문제를 다룬 영화다. <바운스>의 리사가 미국에 가기 위해 원조교제에 나섰던 것처럼 히로미는 반지를 사기 위해 좀더 깊은 원조교제의 경험을 해나간다. 리사와 히로미가 대표하는 일본 십대 코갸르들은 대부분 이처럼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중년남성과의 데이트를 자청한다.
<러브 앤 팝>은 반지를 사고 싶어하는 히로미를 통해 원조교제의 문제성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히데야키는 좀 자극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마스터베이션하는 남자의 손동작에 히로미를 끌어들여 그 애착 갖던 손에 정액을 묻게 하거나 첫 성관계를 위해 샤워를 하게한다. 이같은 구체적 장면제시엔 시각에 약한, 충동적이고 단순한 성인남자들로 하여금 원조교제에 대한 문제의 심도를 무감각케 만드는 자극적 요소가 들어있다. 관음적으로 올려찍은 코갸르의 잦은 허벅지 노출의 집착적 제시(치마속에서 찍은 장면도 있고 레일 위를 달리는 모형 기차에 카메라를 얹어 스커트 속을 훑기도 한다. 이것은 절제하지 못한, 실험에 불과하다)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말초 신경 흥분을 유지시키는 명백한 성상품화이다. 이 외에 히로미를 러브호텔로 유인한 남자가 소원을 묻는 데에 있어, 하필 천진스럽게도 '작은 가슴이 좀 커지는 게 소원'이라고 히로미가 말할 이유는 뭔가. 영화는 애초 문제의 심각성 고발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던 것이다.
<바운스>에 비해 얘기가 밋밋한 <러브 앤 팝>은 코갸르의 얕은 사고를 설득시키는데도 "네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 알고 슬퍼할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는 타이르기식 훈계를 보인다. 과연 이 얘길 듣고 코갸르들이 얼마나 유혹을 뿌리치고 모범적으로 살까? 결국 <러브 앤 팝>은 <에반게리온>의 신지가 그랬던 것처럼 히로미가 자신 내부의 히로미와 대화를 하는 것으로 문제점을 모색해본다. 히로미는 원조교제하는 나 자신에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
진정성이 부족했지만 그러나 <러브 앤 팝>은 기술적인 영화표현의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줬다.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던 필름 아닌 100% 디지틀비디오카메라 작업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장비의 특성으로 작고 세세한 것까지 담게됨으로써 현실감을 증폭시키고 복잡미묘한 심리도 읽어낸다. 배우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하여 찍게만든 것으로 보이는 장면들은 다양한 앵글이 주는 효과가 호기심을 주고 현실의 밀착감을 더해준다. 이같은 자유로운 시선은 인간이 아닌 대상 사물이 시선주체가 되도록 한 연출에서도 활발히 보여진다. 가령 맥주컵이 바라본 인간, 전자렌지 내부가 바라본 인간, 접시가, 브라운관이 바라본 인간 등 시선주체에 변화가 있다. 이와같이 히데야키가 선택한 디지틀 카메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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