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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리버스] 보도자료를 통한 처녀구별법 :::


양유창 | 2000년 03월 01일
조회 11687


그녀는 흰 천들에 둘러싸여 있다. 흰 가운을 둘러입은 채로 무대로 들어온다. 이윽고, 원로수녀가 등장해 그녀 앞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그녀의 음부를 천천히 살피기 시작한다. 그녀는 처녀일까?

잔다르크는 처녀가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최후를 맞이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세는 그녀를 과연 어떻게 기억했을까? 사기꾼? 음탕한 여인? 마녀?

여성의 처녀성은 어느 시대에서나 추앙받아왔다. 거란족의 침입때 외교의 수단으로 몽골로 보내진 것도 고려 처녀들이었고, 전설속의 용이나 신에게 제물로 바쳐진 것도 처녀들이었다. 어떤 설문조사를 보면 평균적으로 여성들이 처녀성을 잃는 시기는 미국의 경우 16세, 한국 24세라고 한다. 이 결과가 몇 년 전의 것이니 지금은 더 내려갔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잔다르크는 처녀였고 정치인들을 설득해서 군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인터넷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도 무풍지대다. 무비랜드, 노컷, 케이씨네, 엔키노, 무비스트, 네오필름, 맥스무비, 엔스크린, 이스크린, 씨네서울 등 영화포털을 지향하는 사이트부터 여러 작은 웹진들까지 영화사이트는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더불어 바빠진 것은 이들 사이트의 영향력을 이용해보려는 영화홍보업체들이다. PC통신과 인터넷이 영화홍보에 대해 미치는 효과가 어느정도 검증되고 실제로 <블레어윗치> 등이 극대의 효과를 보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영화사들은 각각 홈페이지를 만들고 보도자료를 여기저기에 뿌린다.

예전같으면 영화사를 직접 찾아가서 그때마다 보도자료를 받아왔을 각 사이트 운영자들은 덕택에 앉은 자리에서 '보도의뢰'를 하는 영화홍보사들의 전화와 이메일을 수시로 받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보도자료를 받은 담당자들은 모두 '처녀'가 되버리는 것이다. 즉, 순수하게 손대지 않은 보도자료의 기사화가 넘쳐나고 있다. 지금 당장 아무 사이트에 들러 새 영화의 소개 기사를 훑어보라.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 심지어 토씨하나 틀리지 않는다. 유명 사이트, 신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시네마 조선에 실린 글은 그날 오후에 업데이트되는 사이버 중앙의 고씨네마에도 실린다. 그나마 몇줄이나마 자기논평을 내놓는 곳은 씨네21, 엔키노, 씨네서울, 시네라인 정도밖에 없다.(지금 필자는 철판을 깔고 있다-_-) 왜 그럴까? 다들 영화홍보를 위해 자신의 사이트가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모든 글이 비판 일색일 필요는 없고, 또 보도자료의 내용이 크게 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보의 낭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는 작업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 두 가지 까닭이 있는 것 같다. 첫째, 대형 사이트나 언론사들의 경우, 그들은 보도자료를 싣는 대가로 영화홍보사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는다. 둘째, 군소 사이트의 경우, 그들은 그 영화에 대해 따로 논평할 만한 여력이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작은 사이트들이 뭉쳐서 기존 사이트나 언론사의 관행을 몰아내는 것. 리버스, 호러존, 시뉴스, OST-BOX 등이 시네라인과 함께 시네마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각각 서로 잘할 수 있는 전문분야를 향해 가면서 함께 뭉치는 것. 그래서 시네라인이라는 공동배출구를 모색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인터넷 영화에서 처녀성을 무기로 삼는 전략이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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