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어터 2> 속편은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

원상이 | 2001년 10월 10일 조회 3543
사람들은 어떤 영화의 속편을 볼때면 당연히 전편을 떠올리며 보게된다. 이건 만든 사람이 아무리 전편과는 관계없는 영화라고 발버둥을 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편과 다른 장르, 전혀 연관없는 내용의 영화라도 전편의 잔상을 머리속에서 떨쳐버리기는 힘든 것이다. ( 뭐, 탁군 개인의 경험담일수도 있지만 )
리메이크된 영화가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제목이 오리지널과 같은 이상 욕을 먹게 마련이고, 속편 역시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무슨무슨 2편이니 파트2 니 하는 제목을 달은 이상 전편과 비교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작년 한국 호러영화의 발견이라고도 할 수있는 씨어터의 속편 <Death of Dejavu 씨어터 2'은 그런 의미에서 역시나 타이틀을 잘못달고 나온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사실 종종 '씨어터'의 속편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속편에서는 고어효과를 자제한다는 애기는 계속 나왔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서 내내 전편이 떠오르고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탁군이 고어에 미친 쉐이일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씨어터'의 속편이 탁군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지루하고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전편의 강력한 고어효과에 이은 후편의 오컬트 장르로써의 전환은 시도는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각각의 씨리즈들이 독립된 성격을 갖고 있는 한국유일의 호러씨리즈로 남을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오컬트라기 보다는, 아니 호러라기 보다는 모 소개글에서 본 것처럼 지루한 일상을 다룬 드라마, 혹은 개인의 심적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드라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호러영화자체가 아닌 것처럼 무조건 악령이 나온다고 해서 오컬트로 분류하기는 힘든 법이다.
일찍이 일상의 지리한 모습을 다루면서도 결국은 섬찟한 결말을 끌어내었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라는 걸작 스릴러 영화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감독인 조우성 감독의 내공은 (당연하게도) 그것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것 같다.
영화는 처음 시작하며 이미 이 영화가 단순한 호러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며 시작한다. 처음 주인공 방에서의 롱테이크는 보고 있던 탁군에게는 고통 그 자체의 시퀀스였다. 이미 무슨 스키아저씨들 ( 특히나 타르코푸러스키같은 감독들...--;; ) 의 롱테이크에 질릴대로 질린 탁군에게 이것은 거의 테러의 수준이었다.
카메라가 한 곳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으면 영화는 한없이 지루해지는 것이다. 만약 영화를 정통 호러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런 식의 롱테이크는 자제했어야 한다. ( 만약 이건 호러가 아냐! 라고 말한다면 그 의도는 100번 성공한 굿초이스라고 해야할 것이지만 ) 이 영화가 판소리하다가 죽은 귀신의 애환을 다룬 '서편제 : 그 이후'도 아니고, 세계종말을 구원하려는 주인공의 노력을 다룬 ( 사실은 귀신이었다...--;; ) '타르코푸러스카야의 환생' 이 아닌이상 롱테이크는 너무나 무리한 시도였다.
뿌연 안개처럼 처리되는 화면은 이쁘고 세련된 화면을 보여주긴 했지만 디지털의 한계는 역시나 무슨 트랜디 드라마나 티비에서 했었던 도시괴담 ( 음, 이건 너무 심하다. 감히 도시괴담따위와.. ) 같은 류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에 그치고 말았다.
저예산의 영화로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눈이 아플정도로까지 그런 화면을 보여주지는 말았어야 했다.
내용면에서도 영화는 그다지 새로운 것을 보여주진 못한다. 솔직히 얘기해서 전편에서는 내용을 볼 필요가 없었다. 그냥 장면장면을 즐기며 주인공들의 살인행각을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파고들며 악령을 심리치료사로 두는 내용상의 복잡한 구성을 택했다. 하지만, 그 반전이란 것은 너무나 뻔한 것이어서 오히려 영화가 '지금까지의 살인은 다 실제였어'라는 반전대신에 '그래, 이제 내 마음속의 고통이 꿈때문에 다 치료되었으니 함 잘 살어보세.' 라고 그냥 영화가 흘러가는 방향으로 끝났으면 오히려 더 충격적이었을 정도이다.
이런 식의 반전은 과거 환상특급류의 외화시리즈 같은 곳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보아오던 것들이고, 영화는 그저그런 이,삼류정도의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확실히, 한국이란 나라에서 독립적으로 꾸준히 호러영화를 만드는 분들이 있다는것은 호러영화의 팬으로써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나온 영화가 앞으로도 이 정도로 나온다면, 결국 관심은 35mm로 찍은 '돈쳐바른' 한국호러쪽으로 옮겨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p.s. 1. 영화에서는 단 세번의 살인장면이 나오는데 어느것하나도 제대로 표현된 장면은 없다. 차라리 이 세번이나마 공을들여 만들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나친 자제는 독이 되는 법이니...
2. 생각 외로(?!) 악령역의 박감독님은 연기가 훌륭하셨다는....^^
|
 
 | 원상이 원상이라는 이름보다는 탁사스라는 아이디로 불리기를 더 좋아하는 남자, 영화를 사랑하지만 예술영화라 이름 붙는 영화를 보면 닭살 돋는 남자....
호러영화를 좋아하고 호러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사회를 증오하는 남자 탁사스임다...잘 부탁드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