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의 저택>The Innocents :::
원상이 | 2001년 09월 10일
조회 4286
스크랩 1
이른 바 호러 영화의 매니아라 칭하는 사람들은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지금 나오는 호러영화들보다 7,80년대의 호러 영화들이 더 재미있었다고. 맞는 얘기다. 과거의 호러 영화를 기억하는 호러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나 비교적 최근작인 '귀신들린 집'에 관한 영화 두 편은 이런 생각을 더욱더 확실하게 만들어주었다. 얀 드봉의 '헌팅'과 거 무시기 감독의 '헌티드 힐' ( --;; ) 이 바로 그 영화인데 이 두 편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 특수효과의 수준이 뛰어나지더라도 그것을 보여줄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 주었다.
서양에도 동양처럼 생각외로 '귀신' 이 등장하는 호러물들이 종종 있는데 그럴 경우 대부분의 영화들은 '귀신들린 집'을 그 모티브로 사용하게 된다. 아마도 '아미티빌'같은 씨리즈물이 그 대표적이라 할 수있겠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은 '보여지는' 공포보다는 '보이지 않는' 공포를 더 선호한다. '헌팅'과 '헌티드 힐'은 둘 다 똑같은 실수를 범한 것이다. 너무 많이 보여준다는 것. 두 영화 모두 후반부엔 디지털의 혜택을 입은 귀신들이 주인공을 쫓아다니는데, 이런 걸 보면서 '아, 무섭네'라고 할만한 관객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영혼이라지만 일단 컴퓨터의 손길이 닿으면 그 영혼들은 그저 애니메이션 캐릭터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 물론, 탁군의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 아마 '아, 전나 무섭네' 정도의 역설적인 반응은 끌어낼 수 있겠지.
잡설이 더 길어지면 얘기가 수습이 안되는 관계로 ( 위의 몇 문단 안 읽고 그냥 넘어가도 무방....--;; ) 그냥 예전의 아날로그적인 호러영화들이 더 좋았다는 것만 얘기하는 선에서 끝내기로 하고, 이 '공포의 저택'이란 영화의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
이 영화는 61년도 흑백작품으로 당연히 화려한 특수효과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대신에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보이지 않는 공포'에 촛점을 맞춘다.
영화는 부모를 잃은 두 남매를 시골에서 맡아 기르게 된 가정교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미 이 두 남매는 여자아이인 플로라에게는 이전 가정교사의 영혼이, 남자아이인 마일즈에게는 가정교사의 애인이었던 집사의 영혼이 씌여있는 상태다.
그걸 알아챈 가정교사가 귀신들을 쫓아내려 애쓴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별 특별한 것이 없지만 문제는 그것을 끌어가는 능력이다. 소설이라는 원작을 든든한 빽으로 가지고 있는 탓에, 영화는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일관된 긴장감을 이끌어간다.
집 안에 스며있는 음습한 분위기와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속삭임, 그리고 무엇보다 집 안에 씌여있는 귀신의 정체를 쫓아가는 과정의 미스테리적 구성은 영화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서서히 유령의 정체가 드러나고, 실제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약간은 너무 일찍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타난 영혼은 어떤 특정한 물리적 가해를 주인공에게 가하는 것이 아니라서 단지 공포감 유발의 장치로써만 사용되기 때문에 그리 눈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이 영화가 흑백으로 찍혔다는 것이 다행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흑백의 화면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압권은 귀신이 쓰인 두 남매와 가정교사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플로라의 신경질적인 비명소리, 마일즈의 음흉하면서도 어딘가 음침한 미소와 웃음소리들, 클로즈업으로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을 때의 먼 곳을 응시하는 눈동자들은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유령들보다 훨씬 더 공포스럽고,괴기스럽다.
이에 뒤질세라, 가정교사 역할을 맡은 데보라 카 역시 점점 광기에 휩싸여가는 인물의 역할을 섬뜩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마지막의 가정교사와 마일즈의 설전(說戰)은 아역배우와 성인배우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힘이 넘치는 장면이다. )
이런 요소들이 조금씩 쌓여나가다가 드디어 마지막에 영혼이 완전히 그 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에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물론 이것은 특수효과가 아닌 배우들의 연기력과 분위기에 압도된 결과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영화 '공포의 저택'은 과거 EBS에서 한 번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볼 기회가 흔하지는 않겠지만 ( 아직 VHS나 DVD등으로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 최근의 특수효과로 도배한 호러영화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탁군 강추의 영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그래도 재미없다면? 죄송해요.....이 말 밖에는...쩝 )
p.s.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 얘기해주면 재미없뜸.... ) 이후의 가정교사의 처지를 생각하니 그것도 참 무서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슨 얘긴지 궁금하쥬? ㅋㅋㅋ 안 갈켜줘요~~ )..
|
  
 | 원상이
원상이라는 이름보다는 탁사스라는 아이디로 불리기를 더 좋아하는 남자, 영화를 사랑하지만 예술영화라 이름 붙는 영화를 보면 닭살 돋는 남자....
호러영화를 좋아하고 호러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사회를 증오하는 남자 탁사스임다...잘 부탁드려요..^^ |
|
국가별 검색
가격대별 검색
국가별 검색
가격대별 검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