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군의 공포영화기행

<디 아더스> 아쉽다! 최고의 호러가 될 수도 있었는데...


글: 원상이
2002년 01월 15일

때때로 어떤 영화들은 정말로 그 결말을 알게 되었을 경우 그 재미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특히 범인에 대한 추리를 요하는 스릴러나 호러영화같은 경우엔 그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꽤나 유명한, 혹은 제작진들이 자신들이 만든 영화의 반전에 대해 나름대로 자신 있을 때는 이러한 반전의 유출에 대한 해프닝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게 된다.

( '유주얼 서스펙트' 때의 매표소에서 '범인은 절름발이다!'를 외치고 달아났던 남자의 이야기 - 정말 실화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 라든지 식스센스 때 최초의 시사회에서 절대 결말을 말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만들었다는지 하는. )

그리고 이 영화 '디 아더스'도 요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스포일러 (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뭐 대충 결말이 포함된 글을 말하는 것 같다....아닌가?? ) 에 대한 논쟁을 볼 수있다.

한마디로 섣불리 영화감상을 쓰면서 결말을 말했다가는 거의 매장당하기 쉽상이라는 점이다.

탁군도 아예 디 아더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 보지도 않고 그냥 넘겨버렸을 정도이니,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 났음을 알 수있다.
( 그러나 결국 아는 동생의 한마디로 영화 중반쯤에 결정적인 반전은 알 수 있었다....제길! )

어쨌든 말도 많았던 디 아더스, 그럼 이 영화의 결말은 정말 대단한 것일까?

탁군의 대답은 아쉽지만 'No' 이다. 영화의 결말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들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 영화랑 비슷해' 라는 한마디만 들으면 중반쯤에 퍼즐들이 하나 둘씩 짜맞춰지게 되며 그리 놀랄만한 것은 아니게 된다.

( 아마 대부분은 어떤 영화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이 영화의 반전에 대해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 것이 좋다. )

더 이상 얘기를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감독이 야심적으로 준비한 반전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놀라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디 아더스'는 실로 오랫만에 고전 호러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다.

똑같이 유령의 집이라는 모티브를 가진 더 헌팅이나 헌티드 힐과 달리 영화는 최대한의 CG를 배제한 채, 극의 대부분을 분위기로만 이끌어 나가고 있다.
(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처음에 영화를 흑백으로 찍을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장담하건대, 그렇게 만들었다면 영화는 몇 배는 더 무서워졌을 것이다. )

빛을 쬐이면 피부가 상하는 아이들 때문에 항상 어둠에 둘러 쌓인 집, - 이 설정은 공포감을 주는데 유효한 기능을 한다. - 신원을 알 수없는 하인들. 신경쇠약 직전의 주인공.

이러한 설정을 바탕으로 유령영화의 공식이랄 수 있는 청각을 이용한 효과들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데 있어 모자랄 것이 없다.

( 탁군이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딸내미의 얼굴이 할마시로 보이는 그 장면이 아니라 집안 여기저기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고 달려가는 소리가 들리던 그 장면들이다. )

아메나바르가 직접 만들었다는 ( 만든건지 집어넣은건지 확실하지는 않다 ) 음악 또한 긴장감을 만들어주는 훌륭한 요소들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를 '무섭게' 만들어주는 이러한 훌륭한 요소들은 극의 마지막 반전에서 힘을 잃어버린다.
( 으아 답답해 미치겄네...결말을 말할 수 없으니..... )

영화에서 말하는 디 아더스는 결국 니콜 키드만들에도 해당된다는 설정 ( 물론 그들을 괴롭히는 침략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은 감독의 전작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모든 것이 가상현실이었다는 결말처럼 어딘가 모르게 맥이 빠지게 만들어준다.

물론 그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알게 되면 어딘지 섬뜩한 느낌도 받을 수 있지만, 그건 반전의 힘이 아니라 순전히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오는 두려움일 뿐이다.

( 오픈 유어 아이즈의 그 결말을 마음에 들어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았지만 탁군의 경우 '에? 뭐야? 매트릭스잖아! '라는 생각을 했었다. )

차라리 이미 어느정도 예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결말을 택하기보다는 기왕 고전호러의 모습을 띈 영화를 만든 참에 결말도 정공법으로 승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 니콜 키드만의 히스테릭한 연기를 보면 그런 식으로 만들었어도 괜찮은 호러영화가 탄생했을 거라고 믿는다. )

영화를 보면서 탁군은 내내 고전 호러영화 '공포의 저택'이 떠올랐다. 비슷한 설정을 가진 두 영화지만 그 무서움은 '공포의...' 쪽이 훨씬 더 나았다.

물론 후자가 결말에서 정공법을 택한 정통 '호러영화'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p.s. 여기서 하나. 탁군은 분명 ' 디 아더스'가 '공포의 저택'의 원작소설을 다시 만든 것으로 생각했었으나, 어딜봐도 그런 얘기는 나와 있지 않았다. - 물론 설정은 엄청나게 비슷하다. -

대체 탁군은 그런 얘기를 어디서 듣고 진작부터 기대하고 있었던거지?? 탁군이 괴로워하고 있으니 진실을 아시는 분은 연락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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