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군의 공포영화기행 <펜드럼> 이 영화의 장르가 대체 무엇이냐! 글: 원상이 2001년 12월 19일 영화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기존의 액션이니, 멜로니, 코미디니 하는 단순한 장르구분법이 통용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장르파괴라고 이름붙여진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때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도 호러와 코미디를 뒤섞기도 하고, 웨스턴에 호러를 뒤섞기도 하는등 다양성이란 이름 앞에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 굳이 호러장르에 국한하지 않고도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많이 있다. 다만 다른 장르와의 연계성이 제일 떨어지는 장르인 호러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을 뿐이다. ) 그런가 하면, 대체 이게 무슨 장르인지가 불분명한 영화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좋은 예로 영화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영화들중의 하나가 바로 이 '펜드럼'이다. 스튜어트 고든 감독은 바로 얼마전에 탁군이 '돌스'를 보고나서 극찬했던 감독이다. 그의 비주얼적 능력이 어쩌구 저쩌구 지껄여댔는데, 이 영화를 보니 얼굴이 전나 달아오른다. 아무리 비디오 영화라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감독의 이름값은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 사실 좀비오(리-애니메이터)와 돌스라는 고든의 양대 걸작외에도 고든이 참가했던 영화들은 특정수준의 재미는 보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스페이스 트러커' 나 헐리웃 특촬물인 '로보족스' 같은 영화들 말이다. ) 영화는 많은 것을 추측하게 만들어준다. 첫 장면에서 영화의 배경은 1400인가 1500인가 하여간 그 세기의 92년의 스페인이다. 이단으로 몰린 귀족이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미이라의 몸으로 저주를 받는다. 자, 무슨 생각이 드는가? 오옷, 저것이 현대에 깨어나서 전나 복수하겠군...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탁군의 조악한 상상력을 너무 탓하진 마시길.... ) 꽤나 긴장감과 죽은 미이라의 억울함이 팍팍 느껴지는 이 시퀀스가 끝나면 영화는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며 오프닝 크레딧이 떠오른다. 중세의 마녀사냥에 대한 그림들을 나열해 보여주는 오프닝. 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받고 드디어 본 영화가 시작되는데...이럴수가! 배경이 안 바꼈다...--;; 여전히 배경은 그 시절이다. 뉴 차타레부인의 사랑같은 에로물에 나왔을 것 같은 주인공 빵장사가 자신의 아내와 시시덕거리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그 때 알아봤어야 했다. 더이상 영화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탁군은 단지 시대배경이 과거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상을 포기하기엔 너무나 모질지 못했다. 암튼 영화는 본 궤도에 들어서고, 순진한 기독교 신자 '마리아'와 그 남편은 중세의 마녀사냥에 휘말려들어 동네의 주교인 B급 영화의 카리스마 '렌스 헨릭슨'의 손에 잡히게 된다. 여기서 탁군은 다시금 기대한다. 아아, 이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저들이 주교에게 복수하겠구낭....아이 조아라, 고든 아저씨 넘넘 잼나영..--;; 그러나, 이 영화는 그리 만만한 영화가 아니었으니, 이후 거의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영화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심하게 흘러간다. 어찌 보면 그저 주교의 광기와 순진한 사람들의 사랑과 절규만으로 그 정도의 시간을 끌어간다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볼 수도 있겠다. ( 저주받은 능력이다...... ) 탁군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영화는 드디어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를 구하러 뛰어든 남편이란 작자의 액션까지 보여준다.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액션영화라 할 때의 액션이 아니라, 영어의 Action 에서 오는 '동작' 이란 뜻 정도로 불릴 어설픈 것이다. 아아 액션영화였구나..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을 때쯤, 잠깐만 잠들고 일어나면 어느새 남편은 잡혀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지가 호러인양 쥐새끼의 몸통이 반으로 갈리고 그 피를 자신의 손목에 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역시나 친절하게 가위질되어 있다. ( 가위질이 호러영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임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호러영화일지도 모른다. ) 드디어 결말부분에서 같이 갇혀 있던 마녀의 도움으로 초능력을 전수받은 아내 ( 엇, 이 여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일텐데??? 역시...이단은 이단이었어........... ) 는 자신을 잡고 괴롭힌 주교에게 복수한다. ( 본 지 몇 일 지난데에다 그리 잼나게 보지도 않은 영화이기 때문에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이 복수라는 것도 주교가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 살아나니까 지레 겁먹고 혼자 쇼부리다 자멸한 것으로 기억된다. ) 전나 고생한 남편과 아내가 웃으며 영화는 끝나는데, 아마 한동안은 자신이 무슨 영화를 본 것인지 알지 못해 리모컨을 손에 쥔 채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주변에 어떤 사람이 이 영화를 끝까지 본 뒤에 멍하니 앉아 있다면 그를 칭찬해주기 바란다. 그 사람은 세상의 어떤 지루하고 허접한 영화라도 자지 않고 견뎌낼 수 있는 최소한의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p.s. 스튜어트 고든과 브라이언 유즈나의 영원한 친구 '제프리 콤즈'가 이 영화에선 고문을 담당하는 수도사중의 하나로 나온다. 단, 고문이라고 하니까 무슨 싸이코 캐릭터라고 착각할지도 모르는데 제프리는 이 영화에서 열라 착한 수도사로 나온다...--;;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