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마케팅의 새로운 대안 '무버셜' :::
라인지기 | 2001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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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인터넷 영화 <영호프의 하루> |
수익모델 부재가 닷컴 위기의 주범으로 지적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익모델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포털들은 몇 백만 규모의 회원을 갖고 있고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다. 그 시장은 훌륭한 광고 채널이었다. 다만 평범한 온라인 광고는 시선을 끌지 못하고 경제 불황의 여파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렸다. '온라인 광고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갔다.
배너 형태의 단순 온라인 광고에 의존하는 인터넷 마케팅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온라인 광고의 의미를 아예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닷컴들은 여전히 인터넷이 유효한 광고 채널이라는 데 동의한다.
올 하반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는 지식발전소, 프리챌, 라이코스코리아 등은 여전히 광고 수익이 가장 순이익률이 높은 제 1의 수익원이라고 꼽는다. 네띠앙은 지난 5월 개시한 '마이웹' 서비스의 호조와 온라인 광고로 지속적 매출을 올려 상반기에 이미 손익분기를 맞췄다고 밝혔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00년 4/4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광고는 여전히 최대 수익원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는 만큼 경기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는 것이 다음 측의 설명이다. 설립 이래로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야후코리아도 광고 수주를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닷컴들은 수익모델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온라인 광고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2000년 9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중 95%가, 중고등학생 중 85%가 인터넷을 사용한다. 또 10대에서 30대 네티즌의 매체 이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하루 1시간 이상 이용하는 매체로 인터넷(93%)이 첫 번째를 차지했다. TV는 62%, 라디오는 29%, 신문은 19% 순으로 나타났다.
1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층에는 인터넷이 가장 중요한 채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가장 소비력이 왕성한 집단이기도 하다. 광고주들이 인터넷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넷 마케팅 그 가능성에 대한 논란
대부분의 기업들은 마케팅비용을 매체에 집행하는 광고비로 지출한다. 이런 단순함은 마케팅 활동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전히 마케팅 담당자들에게는 마케팅 목적에 따라 대상을 선정하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체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다.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젊은 층 소비자를 마케팅 대상으로 할 경우 인터넷은 가장 중요한 채널이 된다.
배너 형태의 온라인 광고는 효용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됐지만 인터넷 마케팅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활발하다. 인터넷은 무엇보다 개인적 채널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인터넷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제공한다'는 일대일 마케팅 개념을 구현할 수 있다. 전자우편 마케팅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정보 수집의 어려움, 기술적 문제 때문에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지만 일대일 마케팅의 개념에 근접해가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다.
네티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 층은 게임, 동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컨텐츠에 큰 관심을 보인다. 온라인 게임을 활용한 이벤트, TV CF같은 동영상 형식의 온라인 광고가 시도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게임을 활용한 이벤트는 대개 온라인 게임 대회를 개최하거나 대회 스폰서가 되는 방법으로 활용돼 왔다. 게임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는 단순한 방법도 있다. 게임을 활용한 마케팅으로서 좀더 적극적인 방법은 게임에 상품을 등장시키는 방식이다. 원래 영화에서 특정 브랜드 상품을 노출시킴으로써 광고 효과를 노리는 PPL((Product in Placement)을 게임에 접목시킨 기법이다. 최근에는 이 게임 PPL이 좀더 상품 밀착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프트코리아는 지난 7월 게임 PPL 전문 사이트 5njoy(www.5njoy.com)를 열었다. 종전의 게임 PPL은 광고 내용 즉 제품 브랜드나 기업 로고 등이 게임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정도였다면 5njoy에서는 광고 상품이 게임의 중심 소재 역할을 한다. 동양제과 '치토스'가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핑 게임, LG전자의 서비스맨을 소재로 한 게임 등이 그 예이다.
비디오 세대 키워드 '영화'를 노려라
게임 못지 않게 네티즌의 관심을 끄는 컨텐트는 동영상이다. '보는 것'에 익숙해진 비디오 세대들에게 동영상은 주목률이 높다. TV가 광고 매체로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광범위한 시청자 집단에게 광고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점뿐만 아니라 광고메시지가 움직이는 영상으로 제작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양한 광고 기법을 선보여 온 프리챌은 최근 동영상 광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리챌의 무료 메일 서비스 이용자들은 메일을 보낼 때마다 동영상 광고를 보게 된다. 메일을 작성한 후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메일 전송중' 메시지가 뜨는 페이지로 넘어가고 메시지 아래에 동영상 광고가 나타난다.
프리챌 접속을 시작하면 아예 첫 페이지가 동영상 광고 자체로 등장한다. 뛰어넘기(skip) 버튼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접속자들은 한 순간이라도 이 동영상을 보게 된다. 보는 이용자가 짜증스러워하든 재미있어하든 그것은 별 문제다. 수백만 회원이 한번씩만 이 광고를 보더라도 광고 채널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하는 셈이다.
비디오 세대에게 가장 매력적인 동영상은 '영화'다. 영화의 종류, 내용 등을 떠나 '영화' 자체가 이미 신세대의 키워드가 됐다. 대학생 중 열에 아홉은 영화 마니아를 자처한다. 그래서 영화는 젊은 세대를 공략해야 하는 광고주에게 중요한 마케팅 채널이 된다.
영화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으로 대표적인 것이 PPL이다. 기업은 영화 속에 자사의 상품이나 브랜드를 등장시킴으로써 광고 효과를 기대하고 광고비를 제공한다. TV에서는 특정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없다는 제약이 있지만 영화는 그런 제약이 없어서 PPL을 시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제품을 등장시키는 방법에 따라 PPL의 효과는 엄청나다. 대표적인 PPL은 몇 년 전 개봉한 '맨 인 블랙'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두 주인공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가 썼던 선글라스는 레이벤의 제품. 레이벤은 선글라스의 대명사이기도 한 만큼 헐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품으로 등장하곤 했지만 '맨인블랙'에서는 더욱 두드러졌다. 레이벤은 '맨인블랙'의 전 제작비를 지원했고 영화 개봉 이후 레이벤의 매출은 급증했다.
인터넷에도 PPL 영화 등장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패스워드'를 통해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고도의 전략을 폈다. '반독점(Anti Trust)'이 원제인 이 영화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부도덕한 독점기업으로 상징되고 상대적으로 오픈소스를 강조하는 썬의 정당성이 강조됐다. 썬의 스콧 맥닐리 회장이 까메오로 출연해 더욱 효과를 높이기도 했다.
닷컴 기업들도 영화 마케팅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네티즌의 대다수가 1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세대이고 이들이 영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상, 인터넷과 영화의 결합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영화표를 공짜로 나눠주는 경품 이벤트는 원시적 방법이다. 지금도 영화 코드를 이용한 마케팅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성신여대 앞에서 영화 촬영이 진행됐다. '백일후愛'라는 제목의 전혀 알려지지 않은 영화였다. 길을 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촬영 현장으로 모였다. 며칠 후 인터넷을 통해 '백일후愛'는 넷츠고가 진행하는 이벤트라는 것이 드러났다.
쇼핑몰 운영업체들은 영화 소품을 '미끼 상품'으로 판매한다. 특히 경매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영화소품 경매이벤트를 활용하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했던 각종 소품들과 주인공이 입었던 의상, 주연 배우의 사인이 담긴 OST CD 등이 경매 상품으로 등장한다.
옥션은 지난 1월에는 '하루'의 개봉을 기념하는 경매이벤트를 진행했고, 2월에는 '번지점프를 하다'의 촬영장소인 뉴질랜드 북섬과 태안반도를 여행할 수 있는 상품을 경매와 공동구매로 판매했다.
4월에는 '선물'에서 이영애와 이정재가 입었던 의상을 1,000원의 시작가로 경매에 올렸고 신드롬을 일으킨 '친구'의 촬영지 부산을 무박 2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상품권을 35,000원에 공동구매로 판매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엽기적인 그녀', '세이 예스' 등의 소품을 매물로 내놨다. 영화 애호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이벤트를 통해 구매력 있는 이용자의 시선을 계속 붙잡는다는 취지다.
영화를 활용한 마케팅의 백미가 PPL이라면 PPL을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매체는 인터넷이다. 영화 속에 협찬받은 상품을 등장시키고 영화를 보는 네티즌이 상품을 클릭하면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연결돼 구매 단계로까지 이어지는 방식이다.
인터넷에서 PPL 영화를 처음 시도한 곳은 네오타이밍
(www.neotiming.com)이다. 6mm로 유명한 조영호 감독이 이끄는 네오타이밍은 지난 99년 말, '밀레니엄 살인행진곡'을 개봉했다. 조영호 감독이 세계 최초로 시도한 인터넷 인터랙티브 영화 '영호프의 하루'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관객이 스토리를 선택해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영화의 특성을 십분 살린 추리물이었다.
이 영화에서 사건 해결의 키워드가 된 것은 인터넷 전화기. 네오타이밍은 인터넷 전화기를 비롯한 각종 소품을 노출시키며 광고비로 제작비 3억원을 전액 충당했다. 노출 효과가 가장 큰 인터넷 전화기 업체에서 80%를 지원했다. 광고비를 제공한 제품이 화면에 등장하면 아이콘이 함께 표시되고 아이콘을 클릭하면 쇼핑몰로 연결되는 방식이었다. 개봉 후 1년 정도 상품 판매를 진행했고 계약 기간이 끝난 지금은 영화만 상영하고 있다.
'아미지몽'이 보여준 영화 PPL의 한계
지난 3월에 SBSi가 개봉한 인터넷 영화 '아미지몽'도 PPL을 활용한 작품이다. 제작비 6억원을 전부 광고비로 충당했다. 총 25개 상품이 작품 속에 등장했다.
'아미지몽'은 인터넷 영화의 대작화 바람 속에서 기획된 작품이다. 총 330만명이 아미지몽 사이트를 방문했고 250만명이 영화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PPL을 통한 매출성과는 부진했다. 전체 매출액 7억4,000만원에 순이익은 6,000만원 안팎. 6억원을 투자한 광고주들의 기대에는 부응할 수가 없었다.
SBSi는 드라마 PPL도 진행하고 있다. 특정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없는 방송의 특성상 적극적인 PPL은 어렵지만, 드라마에 등장했던 소품, 주인공이 착용했던 의상이나 장신구 등을 웹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 해 초 방영된 미니시리즈 '팝콘'을 시작으로 '경찰특공대', '줄리엣의 남자', '로펌' 등 반응이 좋은 드라마의 소품이 네티즌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수호천사'에 나오는 송혜교의 목걸이를 사고 싶다는 등 적극성을 띠는 네티즌도 늘었다.
매출이 부진했던 아미지몽이나 드라마 PPL은 현재로서는 '시도한다'는 데 의의를 부여하는 정도다. 인터넷TV가 보급되면 T-커머스 시장이 열릴 것이고 지금부터 시도하는 PPL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아미지몽의 매출 부진은 종전까지 시도된 영화 PPL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SBSi는 정령과 인간의 사랑이야기가 PPL에 적합하지 않은 스토리였다고 분석한다. 정령, 천상 이미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현대적 소품, 의상을 등장시키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아미지몽에 이은 후속 작품부터는 적절한 상품과 마케팅 대상을 정하고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상품과 시나리오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어렵사리 등장시킨 상품도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영화 PPL의 한계는 상품이 영화 속에 등장하기는 하는데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살인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인터넷 전화기나 '맨인블랙'의 선글라스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소품은 많지 않다. 광고할 상품을 많이 등장시키면 상품이 배경처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게 된다.
한두번 화면에 등장하는 정도로는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광고주를 만족시키기도 어렵다. 네오타이밍의 김지훈 PD는 "광고주들이 PPL의 효과를 신뢰하지 않는다. 제작비는 지원하지 않고 제품만 협찬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필요이상으로 제품을 많이 등장시키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 식상함을 안겨 주게 되고 광고 효과도 감소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위기에 처한 인터넷 영화
효과 없는 PPL은 결국 광고주들의 외면을 낳게 된다. 어느 광고업계 종사자는 "국내 영화제작자들의 고집이 PPL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는 예술이고 '돈'은 천박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에 광고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제일기획에서 근무할 때 '쉬리'에 동서식품의 맥심을 노출시킨다는 조건으로 제작비 1,000만원을 집행했다. 하지만 제작팀과의 관계를 생각해서였지 광고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한다. 제품을 확실히 보여줘서 광고 효과를 높이지 않는 한 광고주들은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국내에서와 달리 헐리우드 제작자들은 영화에 광고를 개입시키는 데 적극적이다. 최근 개봉한 작품 중에는 '캐스트 어웨이'가 PPL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세계적 배송업체인 페덱스와 스포츠용품업체 윌슨이 작품 전면에 등장했다. 영화 진행에 꼭 필요한 소품으로서 자연스럽게 노출됐고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헐리우드가 벌어들이는 돈의 40%는 PPL에서 발생한다. 영화제작자와 광고주가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증거다. 영화제작자의 입장에서는 광고비로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경우 흥행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영화 제작기반이 그만큼 탄탄해진다는 얘기다.
제작비 부담은 인터넷 영화에 더욱 심각한 문제다. 지난 해부터 올 초까지만 해도 크고 작은 인터넷 영화들이 잇달아 제작됐다. 엔스크린의 'MOB2025'도 대작화 바람을 타고 제작된 인터넷 영화다.
인터넷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이 영화는 4부작으로 나뉘어 편당 5억씩 총 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될 예정인 대형 영화다. 인터넷 영화로서는 드물게 이정재, 유지태라는 스타 배우를 기용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부 상영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후속 편이 상영되지 않았다. 홈페이지(www.mob2025.com) 게시판에는 언제 후속편이 상영되느냐는 문의가 계속 올라오고 있지만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00원의 관람료를 낸 네티즌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유료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불황으로 인한 투자 축소까지 겹쳐 인터넷 영화 제작 붐은 일단 수그러든 상태다. 인터넷 영화는 최소한 극장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극영화에 비해 제작 기반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극적 형태의 PPL이 더욱 요구된다.
BMW의 도발, 하이어 프로젝트 성공할까?
영화가 광고를 적극 수용하는 전략이 극대화되면 영화와 광고의 경계가 무너진다.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 BMW는 지난 4월 하이어 프로젝트(The hire Project)를 통해 영화 형식에 광고 메시지를 담은 '무버셜'을 제작, 웹사이트(www.bmwfilms.com)에서 선보였다.
BMW는 이안, 왕가위, 가이 리치 등 세계적 감독들을 고용해 인터넷 영화를 제작했다. 첫 영화 'Ambush'는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이 연출한 작품. 다이아몬드를 밀수입한 택시를 괴한들이 노리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렸다. 총 5인의 감독이 각각 한 편씩 제작한 하이어 시리즈의 핵심은 노상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전. 5편의 영화 모두 BMW의 다양한 차종을 등장시켜 차량 성능을 과시하고 있다.
하이어 시리즈에서 영화의 줄거리, 왜 쫓고 쫓기는 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추격전에 사용되는 BMW의 차량이다. 광고 상품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상품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광고영화는 영화마케팅 전문업체 헬로우닷TV가 한발 앞서 선보였다. 헬로우닷TV(www.hello.tv)는 영화(Movie)와 상업광고(Commercial)을 결합시켜 무버셜(Movercial)이라는 개념을 제창했다.
PPL이 소품을 단순히 노출시키는 수준이라면 무버셜은 상품을 영화의 중심소재로 다룬다. 헬로우닷TV는 지난 3월 대양이엔씨의 아가소리를 소재로 첫 번째 무버셜 '애 낳는 남자? 돈 버는 여자!'를 개봉했다. 아가소리는 임산부나 남편이 태아의 소리를 듣고 태아에게 부모의 소리를 전달하게 해주는 시스템. '애 낳는 남자? 돈 버는 여자!'는 딩크족 부부가 아가소리라는 제품을 통해 아이를 갖기로 합의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대양이엔씨로부터 1억5,000만원의 광고비를 지원 받아 제작됐다. 라이코스코리아, 엔키노, 조인스닷컴 등 20여곳의 포털사이트에서 개봉했고 약 3개월간의 상영기간을 통해 80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람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만4,000명의 자료를 확보했다.
7월 초에는 확보한 DB를 바탕으로 e메일 마케팅을 개시했다. 온라인에서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대양은 7월 중순 TV CF를 제작했다. 스타 연예인 채시라, 김태욱 부부를 모델로 기용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첫 작품의 성공을 발판으로 두 번째 작품도 추진할 수 있었다. 해피시티라는 게임사이트를 소개하는 무버셜 'Are You Happy?'를 제작해 8월 중순 네티즌들에게 선보였다. 일찌감치 3차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10월경 개봉할 세 번째 작품부터는 제품을 클릭해 상거래 사이트로 연결하는 솔루션을 구현할 계획이다.
무버셜이 TV CF보다 좋은 몇 가지 이유
광고주 입장에서 보자면 무버셜은 상당히 매력적인 광고기법이다. 우선 홍보하고자 하는 제품의 노출 효과가 매우 크다. TV는 단순노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채널이다. 광고전문가들은 광고로 소비자 의식 속에 제품 이미지를 심어주려면 최소 3∼4회를 보여줘야 한다고 분석한다. 시청자에게 자사 광고를 3∼4회쯤 보게 하려면 30회 정도는 방영해야 한다. 광고비로 20∼30억원은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20∼30억원을 선뜻 투자할 수 있는 대형 광고주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기업에는 무리다. 반면 헬로우닷TV가 제작하는 무버셜 프로젝트 비용은 1∼2억 수준이다. 채널은 헬로우닷TV가 제휴를 맺은 포털 사이트들이다. 포털 사이트 입장에서는 동영상 컨텐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버셜 게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채널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TV광고에 비교하자면 CF 제작비만 들이면 되는 셈이다.
TV CF의 경우 시간의 제약도 있다. 보통은 15초, 길어야 30초 동안 제품을 알려야 한다. 그래서 CF를 30초의 예술이라고 하고 기법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지만, 30초라는 시간은 제품을 알리기에 넉넉잖은 시간이다. 헬로우닷TV의 '애 낳는 남자? 돈 버는 여자!'는 13분 짜리, 'Are You Happy?'는 14분 짜리 작품이다. 10분 이상의 상영시간 동안 반복해서 제품을 알릴 수 있다. 제품 자체가 영화 주인공이기 때문에 단순히 상품을 노출시키는 PPL보다 노출 효과도 크다.
무버셜은 3초의 승부다. 네티즌은 3초만 재미없으면 다른 페이지로 이동한다. 10분 이상의 상영시간 동안 네티즌의 시선을 붙잡아 두려면 '재미'는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3초 이상 같은 장면을 보여줄 여유가 없다. 화면이 CF 못지 않게 빠른 속도로 바뀐다.
무버셜이 TV CF와 다른 또 한 가지는 표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무버셜은 인터넷 상영을 전제로 하는 영화다. 방송에서 할 수 없는 표현들, 섹스 어필한 표현들도 가능하다. 첫 번째, 두 번째 무버셜을 관통하는 코드는 '섹스 어필'이다. 두 번째 작품 'Are You Happy?'는 여성 동성애도 다루고 있다.
재미를 위해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치들을 사용하는 것은 현재 단계에서 무버셜이 안고 있는 한계다. 구성만으로 긴장감과 재미를 확보하는 작품을 만들 만한 역량이 없다는 반증이다.
무버셜은 자칫 인터넷 영화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 광고로 제작비를 충당한다는 점에서는 인터넷 영화산업의 새 수익모델로 자리잡을 수도 있지만 광고에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면 영화는 없고 광고만 있는 작품이 양산될 가능성도 크다.
광고 수단으로서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버셜의 한계는 자본력의 한계이기도 하다. 관람자로부터 정보를 얻어내 CRM에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해 구매로까지 연결시켜야 인터넷 마케팅의 의의를 살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이 취약한 광고주나 마케팅 업체는 지속적인 마케팅을 수행하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BMW같은 대형 업체가 인터넷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지만 국내의 대기업들은 여전히 인터넷 마케팅에 회의적이다. 인터넷의 효율성을 이해하면서도 실제로는 TV를 통한 물량공세에 집중한다.
하지만 조윤장 사장은 "TV시스템 즉 공급자가 수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푸시(Push) 시스템은 점차 사라지고 수용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온디맨드(On Demand) 시스템이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전히 TV는 가장 강력한 광고 채널이지만 점차 인터넷이 TV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수용자의 요구는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수많은 포털 사이트 골목 여기저기에 늘어놓는 정도로는 TV를 대체할 세력을 형성할 수 없다. 적은 제작비 때문에 중견 배우를 섭외하지 못하고 신인 연기자를 써야 한다는 점도 관람자를 끌어들이는 데 악조건으로 작용하기 쉽다.
인터넷은 앞으로도 강력한 채널로서 생존할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영화에 PPL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점점 더 적극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광고와 영화가 만나 무버셜이라는 신종 장르도 등장했다. 하지만 광고와 영화의 중간에 어설프게 걸친 형태는 모두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양자의 경계를 뛰어 넘기 위한 시도, 광고주와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만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채널 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은 [enables]에 실린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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