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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김기덕 영화의 가학적 여성관 :::


원호성 | 2004년 02월 12일
조회 5347



김기덕은 그간 왕성한 활동력만큼 그의 작품을 인정받지는 못해왔다. 강한섭, 이명인 등 극소수의 평론가와 소수의 매니아만이 그의 작품에 호의적이었을 뿐, 대다수의 관객은 그의 영화를 '변태적'에 '쌈마이'로 생각해왔고,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 담겨진 주제 의식은 인정해도, 그의 영화가 불편하고, 대중성이 없으며, 피상적으로 현실을 바라본다고 주장해왔다. 심지어 페미니스트 저널리즘의 대표주자인 심영섭 평론가의 경우 그의 작품들에 대해, 페미니스트적 입장에 서서 글을 보는 이가 민망할 정도의 혹평을 퍼붓기도 했다.

김기덕의 영화에는 항상 독특한 두 가지의 '김기덕적 시각'이 존재해온다. 하나는 가학적 여성관이고, 하나는 방관자적 탐미주의다. (방관자적 탐미주의에 대해서는 다음 릴레이에서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자살하려던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은 데뷔작 <악어>에서부터 낚시바늘을 이용한 피학적 장면이 그대로 반영된 <섬>을 거쳐, <나쁜 남자>, <해안선>, 최근작 <사마리아>까지 김기덕의 모든 영화에는 남성에 의해 망가지는 피해자적 여성이 항상 등장한다. 남성 입장에서 바라보는 가학적 여성관은 페미니스트뿐 아니라, 젠더 코드에 관심이 없는 일반 관객에게조차 거부감을 주어왔고, 이것은 김기덕 영화의 상업적 완패 뿐 아니라, 비평면에서도 심심치 않은 씹을 거리를 제공해주어왔다.

<나쁜 남자>를 통해 김기덕은 흥행필패의 징크스를 벗어던질 수 있었고, <해안선>을 통해 김기덕은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위치에까지 올라서게 된다. 그리고 평단 역시 이전과는 다르게 이 두 작품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보인다. 그러나, 이 두 작품에서도 김기덕 영화의 여성관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나쁜 남자>의 서원은 자신을 짓밟은 남자에게 기대며, 받아들이기 힘든 결말로 끝을 맺지만, 당시 드라마 <피아노>가 끝나고 인기 상승 곡선에 있던 조재현의 열연으로, 관객의 호평이 쏟아지며, 이러한 부분이 묻혀버렸고, <해안선>은 부산 영화제 오프닝작품이라는 화제성과 장동건이라는 배우의 스타성에 가려, 군인들에 의해 비극적으로 망가져가는 여성(박지아)의 존재감이 묻혀버린다. 심지어 김기덕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동떨어진 작품이라는 근작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서도 소년승이 여학생과 육체적 관계를 맺고, 결국은 그녀를 살해하고, 암자로 돌아오는 가학적 여성관이 숨어있으며, 겨울 챕터에서는 얼굴을 가린 채 아이를 놓고가다 빠져죽는 여성(박지아)을 등장시켜, 여성의 존재감과 인격을 지워버렸다.

김기덕 영화에서 보이는 여성관은 크게 비뚤어졌다. 이는 군인 출신인 김기덕 감독이 직업적 성향에서 비쳐지는 남성우월감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그가 인식하는 부정적 사회관을 쉬운 이미지와 형상으로 표현해내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디. <해안선>이나 <나쁜 남자>, <수취인 불명>, <악어>의 가학적 여성관이 전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파란 대문>이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보이는 파멸되어지는 여성은 후자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기덕의 영화의 여성관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그의 영화에서 계속 가학적 여성관을 다루려면, 전작들에서 보이는 '엽기'에 가까운 가학성을 제거하고, 스토리텔링의 연장선에서 여성의 파멸을 다루어야 옳다. 김기덕이라는 감독이 이미 세계에서도 주목받고 있고, 한국내에서도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여성관을 이슈적으로 팔아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수취인 불명>이나 <파란 대문>에서 보여준 여성관은 비극적이긴 해도, 파멸되어지는 여성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나쁜 남자> 이후 김기덕의 영화는 답보도 아닌 퇴보상태이다. 작품적인 이슈만이 남았을 뿐, 스토리텔링도, 사회적 시각도, 진지한 비판도 존재하지 않는다. 김기덕의 영화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가학적인 여성관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에 좀 더 치열한 논리성과 사회성을 대입시키는 것이다.








원호성
기타노 다케시. 사부.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 케빈 스미스. 장진. 김상진. 왕가위. 우라사와 나오키. 타카하시 루미코. 강모림. 시오노 나나미. 솔제니친. 자우림. 불독맨션. 이승환. 조성우. 이동준. 히사이시 조. 안성기. 강신일. 조재현. 김호정. 장진영. 이정재.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 It's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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