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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예술제2000, 힘들게 뿌리내린 초라한 시금석들 :::
라인지기 | 2000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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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시작하여 이번으로 3회 째를 맞이한 독립예술제 2000은 8월 18일부터 9월3일까지 17일간 대학로일대의 실내 및 야외 공연장에서 240개 문화예술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실험 정신을 내세운 젊은 축제답게 이 행사는 고성방가,내부공사,이구동성,암중모색.중구난방이라는 5개의 분야로 나뉘어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선보였다.
* 다양한 문화와의 접선
이 행사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자유롭게 소리치며 놀자 라는 취지의 '고성방가' 락, 힙합, 펑크 등의 다양한 음악장르로 가장 많은 관객들을 끌여들었고 주말마다 마로니에 공원 특설 무대를 달구었다.
여기에는 DJ DOC나 크라잉 넛, 크래쉬 같은 매니아의 사랑을 받는 가수들의 등장도 한 몫 하였다. 비가 많이 오는 가운데에도 관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밤을 지샜다.
내부공사는 회화, 조각, 퍼포먼스 등 고전적인 미술장르에서 만화, 웹. 넷 아트 등 우리가 예술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장르까지 다양하게 어우러졌다.
여자 화장실에서의 평면 설치나 시민들이 참여하는 갤러리 파크 등 우리 주변 공간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전시공간이 눈에 띄었고 휘갈겨 그린 듯한 만화 작품들도 돋보였다.
미술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일까? 준비부족일까? 행사는 비교적 적은 관객 사이에서 조용히 진행되었다.
중구난방은 독립예술제라는 축제 속에서의 축제를 내세우며 다소 썰렁한 독립예술제의 분위기를 만회하였다. 26일날 마로니에 카니발에서 시작된 이 행사는 서울연극제와의 축제 연계로 인하여 더욱 활성화 되었고 도로에 차가 못들어 오게 막아 각종 거리공연을 제공하였다. 도로앞면에 설치된 부스에서 예술인들은 각자의 연극 상영이나 행사 등을 홍보하였고 공중을 날아다니던 팜플렛들도 축제의 분위기를 더했다. 기간내내 마로니에 공원일대에서 보여준 연극과 풍물, 노래와 퍼포먼스 등도 지켜보던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이구동성은 무대예술에서의 젊은 예술가들의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기존의 정형화된 연극이나 무용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무대 예술을 선보였다.
10,000원이라는 입장료 탓일까? 실험적이다 못해 난해한 내용들 때문일까?
관객들은 많지 않았지만 알과 핵, 아리랑, 하늘땅 세 개로 나뉘어진 소극장에서 예술가들은 자신들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무용이나 퍼포먼스보다는 연극이나 뮤지컬이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 댄스 플레이라는 이름으로 무용과 연극을 접목시켜 새로운 재미와 웃음을 선사했다 유랑퍼포먼스쇼가무단의 "불후의 명작"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암중모색은 진정한 독립영화를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하이텔 on&off theater에서 단편영화들을 연이어 상영하였다. 출품상영작과 퀴어 영화 초청작, 디지털영화전으로 나뉘어 상영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낯선 성적소수자(동성애자)의 삶과 가치를 보여주는 퀴어 영화 초청작들이 관객을 끌어들였고 그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였다. 남기웅 감독님의 작품 '강철'이나 m16의 '너무 많이 본 사나이'가 속해있는 디지털 영화전도 관객이 모여들었다. 매 영화가 상영된 후 개최되는 작가와의 대화에서도 많은 제작자가 참여해서 수많은 질문 세례를 받으며 관객과 호흡을 맞추었다.
* 그들만의 축제. 관객은 어디로 갔는가?
위에서 볼 수 있듯이 8월 18일부터 9월 3일까지 개최된 독립예술제는 행사기간 내내 축제 분위기였다. 문예 회관 앞에 설치 된 부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들의 세계에 대해 토론하였다. 그러나 관객은 없었다. 어딜가나 인디스트(이 행사의 자원 봉사자)와 스텝, 프레스(기자)등의 i.d카드를 목에 건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약간의 관객을 본 것은 고성방가와 마로니에 일대에서였다. 대부분이 주말을 맞이하여 가족, 연인과 함께 온 사람이었다. 독립예술제를 보기 위해 왔다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현상은 내부 공연장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입장료가 있는 이구동성과 암중모색의 행사가 이루어지는 작은 소극장에는 관객의 수가 반도 차지 못했다. 관객들을 위한 자원 봉사자와 스텝, 기자들이 즐비한데 정작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 문제는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다고 본다.
홍보가 덜 이루어진 탓인지 예술제의 행사일정과 취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스텝으로 참여했던 나조차도 다른 사람의 소개를 받은 것이었다.
또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었지만 작품의 질은 장담할 수 가 없었다.
중구난방의 퍼포먼스 작품을 관람한 김영준(25,서울)씨는 "공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았는데 내용이 너무 난해하네요. 일반인도 공감하는 내용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암중모색에서 영화를 보고 한 관객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있는 반면에 어떤 것은 연습작인 듯한 작품도 많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 말대로 작품들에 있어서 관객과의 공감대는 잘형성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참여한다는 취지 하에 모두 받아들인 응모작들 중에는 극히 초라한 것도 많았다. 특히 하이텔on&off theater에서 상영된 작품 중에는 00학교의 워크삽작품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작품들이 대거 상영되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자유롭게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펼쳐 보인다는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들은 이 독립예술제를 썰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 것은 못내 아쉽다. 단지 이들이 좋아서 이들만이 하는 축제라면 그대로 지켜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구경꾼이 없는 축제가 과연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지금 이들은 우리나라의 예술세계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시금석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시금석이니 만큼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많겠지만 이들의 노력에 따라 우리나라의 문화는 더욱 발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시금석이 힘겹게 뿌리를 내리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일 것이다.
다음 번에는 좀더 많은 관객들의 박수아래서 개최되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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