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마95, 그 순수의 서약의 기억에 대한 언급
글: 윤상열
2000년 10월 10일
we are all sin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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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그마95의 주창자 라스 폰 트리에 |
라스 폰 트리에를 두고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왔다. 그가 범죄의 요소를 만들었던 초기부터 어둠 속의 댄서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주위를 떠들썩하게 해 왔는지 그 일례를 들어보지 않아도 무관할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그것이 물론 그의 예민한 성격과 남들과 타협하지 못해 소통되지 않는 자신의 유별난 행동으로 인한 뉴스메이커로서의 시위였는지는 지금까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비주얼 테크니션에서 자기 자신이 바라마지 않았던 시네아스트로서의 끊임없는 변화는 그가 여전히 우리의 시선과 흥분을, 영화를 통해 표출해 낼 수 있는 마지막 꿈의 유랑자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게 만들어 준다.
도그마를 생각해 볼 때 영화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로 구성된 유기체적인 복합물이다. 그건 곧 도그마의 규칙을 원리원칙대로 따른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그마는 우회의 원칙을 십분 활용할 여지를 남겨준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것이 도그마의 숨겨진 진실의 원칙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영화를 표현한다는 것에, 작은 것 하나하나를 신경 써 가며 사물을 어루만지는 것은 순수한 동경의 대상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도그마의 상호작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대하는데 심사숙고하며 그것을 해결해 가는데 얻는 기쁨을 동시에 느끼는 것. 도그마의 이미지를 찾는 데 그 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라스 폰 트리에의 카톨릭으로의 개종을 두고 사람들은 도그마의 정신을 종교적인 측면에서 다루고자 했다. 그것은 회람의 고해소에서 치루어지는 밀실적인 은밀한 도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밀실공포증을 느끼는 그에게서 이러한 유사점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에서 보여지는 청교도적 삶에 관한 비틀어진 일탈은 그 영화에서 계속되어 지는 지독한 핸드핼드를 보다보면 쉽게 수긍이 가기도 할테지만 종교적인 내세관은 그 어디에도 없다. 만약 더 혹독하고 괴질스러운 상태를 원한다면 킹덤를 주시하면 될 것이다. 그 신비극과 괴담의 끝과 시작, 그 어디에도 기도의 울림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로파에서 절정을 이루었던 기술적인 스크린 프로세스와 시각적인 잔상의 테크놀로지가 어디서부터 그를 조여왔는지 그 해답을 찾으면 명쾌하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질의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라스 폰 트리에는 항상 도전적인 자세로 언제나 과장된 제스추어와 변덕이 사라지지 않는 자신의 주관을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들에게 보여주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아날로그이든 디지털이든 도그마이든 말이다.
why cheat yourself?
소렌 크라프 야콥슨이 말하는 영화는 질서 정연한 목록으로 가득 채워진 도그마의 선언에서 약간은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려 하고 있다. 미후네의 마지막 노래가 그러하듯이 도그마 3인방의 작품 중 가장 완곡하게 도그마의 순결의 서약을 따르려 했던 작품은 바로 미후네 밖에 없었기 때문 이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토마스나 트리에 만큼이나 이루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그를 진정한 도그마의 주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 또한 그 수가 많지 않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도그마를 도외시하며 자신의 상황과 적절하게 조화하지도 못한 채 끌려오다시피 그 선언에 참가한 것이 아님은 그가 99년 11월에 그의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인터뷰 내용을 짐작해 보면 쉽게 파악될 수 있다. 10개항의 도그마 전문에 근거한 영화의 세부 사항에 대한 질의 및 응답에서 야콥슨은 자신들이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인지, 또 무엇을 하려고 그러한 강압적인 틀에 얽매이려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확실한 소견을 피력했다. 그것은 영화에 대한 자신의 행동양식과 영화를 해 왔던 시간들에 대한 반성에서 오는 자기제어의 또 다른 기대치가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그 속에 녹아들어 가는 순간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 커다란 자율이 어떻게 자신 안에서 퍼져나가는지가 흥미로웠다고 느꼈을 것이다.
It`s too late
순수의 서약의 요체는 60년대 영화 이론의 사망과 테크놀로지의 기린아 아방가르드에 대한 편견과 개인주의, 부르주아, 영화의 환상적 요소까지 버무려서 싸잡아 비난하는 어투로 그 첫 포부를 열었다. 영화에 더 이상 작가는 존재치 않으며 흔해빠진 문화적 연대감조차 허용치 않겠다는 강한 집념의 코드들이 숨어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이 도그마의 절정기일 것이다. 도그마는 처음부터 지켜지기 위하여 존재치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어느 순간 누군가가 나서서 칼을 뽑기는 해야만 될 사항들에게 절적하게 그 시기를 간택하도록 창구 역할을 해 준 셈이다. 토마스 빈터베르그는 도그마 영화 셀레브레이션를 통해 명성을 얻었고 시네아스트라는 호칭 또한 곁들여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접근법에서 라스 폰 트리에를 써 먹어야 할 지도 모른다. 순수의 서약의 요체의 강령의 실천성은 이제 바닥에 이르게 되었다. 적어도 그들의 행보를 보자면 말이다. 다만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군의 방송국용 드라마를 도그마 형태로 제작한다는 기사는 우리에게 영하라는 매체의 용도를 미디어와 혼합하여 우리 스스로 영화 자체에 대한 정의를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겠다. 어떻게 보면 도그마는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디지털 영화의 순수한 모토와도 같이 보여진다. 몇 개의 문항만 삭제한다면 말이다. 이제 깐느는 라스 폰 트리에에 대한 애정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그의 어둠 속의 춤들을 불빛이 비치기 시작할 때까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가 어느 순간 자신의 지독한 영화의 세기적 패러다임에서 밝은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말이다. 그때가 바로 도그마가 예외적 지문에서 벗어나는 순간일 것이다.
인터뷰의 기획의도를 도그마로 보고 이 영화를 도그마로 지정한 의도는 아직까지 그들을 신봉할 수 없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영화의 시류는 따라 오는 것이지 누군가가 지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왜 백치들만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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