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이 추남추녀를 만나다
글: 윤상열
2000년 10월 10일
I Like It, Like That
춤을 추듯,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우리는 항상 꿈꾼다.
그것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던 간에
우리는 그 간극을 희비하고
교차하며 그곳에 머무르기를 바란다.
아마도 그 간극 사이로 보이는 낯설음을 통해
서로에게 의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의 인연인 것이 아닐까
>> 동영상 [줄앤짐] 제2회 <루나 파파>를 본 한승택/최유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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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앤짐, 첫번째 희생타 이설희+김종구 |
윤상열 : 이설희씨는 미인을 두 번 본 걸로 알고 있는데...
이설희 : 한마디로 얘기하면 그다지 두 번 볼만한 영화는 아니였거든요. 근데 좀 좌절스러웠어요. 처음에 저는 시사회에서 봤는데 배우들도 나와서 인사도 하구 그랬는데..워낙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실망을 한 부분이 있었는데 다시 보니까 그 실망을 되씹는 기분이 새롭더라구요.
윤상열 : 실망을 되씹는 기분이라구요...
이설희 : 왜냐하면 같은 영화래도 두 번을 보면 재미가 배가되는 영화가 있어요. 그 재미라는게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재미를 반복적으로 느껴서 재미있는 게 있고, 처음에 봤을 때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데...,`미인` 같은 경우는 처음에 발견했던 실망스런 부분을 다시 한번 보게 되니까 그때 느꼈던 감정이랑 이번에 다시 보게 되면서 가졌던 감정이랑 이런 부분들은 차이가 있구나`하는 정도에서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그다지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였어요.
윤상열 : 김종구씨는 이 영화를 무척 보고 싶었다고 했는데...
김종구 : 이 영화를 처음 접할 때 작품(?)을 생각했어요. 작품은 사랑을 주제로 한 것 같아요. `사랑은 어느새 다가왔다가 어느새 사라진다` 그런 주제를 담고 있는 것 같은데..,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 봤어요. 근데 나중에는 아무런 해답이 나오질 않더라구요. 나중엔 답이 안나오고, 무척 짜증나고, 그러더라구요.
이설희 : 영화가 보면은 안타깝잖아요. 어떤 식으로 보면은 전체적으로는 그 남자가 써 가는 글의 일부분이고 환영일 수도 있는데, 그 여자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게 무척 애매 모호하고, 그런데 더욱이 서로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맺어지지 못한다는 게 나름대로는 안타까운 사랑이잖아요. 근데 저는 동화될 수가 없었어요. 영화 안에 동화 돼서 그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한테 맞고 그러는 거랑 그걸 지켜보며 서 있는 그 남자를 보면서 다가갈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야 하는데, 그냥 자기 혼자 말하는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영화가 되게 괴리감을 느끼게 해요. 영화잡지 같은 곳에서도 그렇고 통신상에 올라와 있는 글에서도 많이 봤지만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참 어려운 영화 같았어요. 혼자만 예뻐지고 아름다워 지는 게 전혀 관객과의 대화를 무시한 듯이 보이더라구요.
김종구 : 여균동 감독이 장선우 감독처럼 색다른 것을 많이 해요. 근데 그 분이 표현하시려는 것이 사랑이라는 주제로 담겨져 있지만..., 아마도 좀 더 독특한 것을 원하시는 것 같은데 배우들의 연기에 뭔가가 짜여져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움이 없어요. 콘티에 꽉 얽매여서 꼼짝도 못하는 CF처럼 보였어요. 감독의 의도가 너무나 굳어버린 배우들의 표정 탓에 많이 부자연스럽기도 했구요. 공동경비구역 JSA는 그런 면에서 많이 성공한 것 같았는데.., 미인은 그게 아쉬웠어요.
이설희 : 부자유스럽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그랬거든요. 아무리 신인 배우들이라고 해도 연기력 자체나 발성, 그런 문제도 있겠지만 아름답게만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순백의 배경의 공간에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영화라서 이해가 된다` 하더라도 배우들이 던지는 그 피상적인 대화들 탓에 겉으로 짜여진 이미지조차 몰입이라는 관객의 측면을 순간순간 뒤돌아 서게 하더라구요. 첫 장면에서 카메라가 클로즈업 할 때, 전 뭔가 큰 이야기 거리가 있나 주목했는데, 여배우의 목소리가 들리잖아요. 전 그때 아연실색하는 줄 알았어요.
김종구 :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게 처음에 프롤로그가 어떻게 펼쳐지느냐`인데 첫 장면에서 책상 위에 종이와 책이 펜이 있잖습니까` 그게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했었어요. 근데 여배우가 첫 대사를 치면서 그 감정이 싹 사라지는 거예요. 도대체 뭘 표현하려 했는지 의문만 증폭되더라구요. 계속해서 이야기는 떠나갔다 돌아오는 여인과 그녀를 기다리는 남자의 이야기가 아무런 반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졌어요. 결코 그 둘의 관계는 사랑이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배우들의 연기부터 다른 것 하나하나 까지 굉장히 안 좋게 보였어요.
윤상열 : 주변의 일상에 대한 관찰의 면에서 보면 장선우 감독과 여균동 감독의 연출과 표현법은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글구 주제는 어디서 표현되고 있다고 보시는지...
이설희 :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상상 속에 있다. 그녀는 내 상상 속에서만 걸어나오며, 그녀가 오지 않으면 난 그녀를 상상한다." 남자의 독백 중에 이런 게 있는데...,제가 보기엔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벌였던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 행위들이 실제가 아닌 것 같았어요. 만약에 실제라면 그 남자를 필요시에만 찾아오는 그 여자의 행동이 너무 파렴치 한 것 같아요. '하이힐 소리가 남자의 마음에 칼이 되어 박힌다.' 제가 전에 썼던 이 영화의 감상평인데 여균동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사랑`이 어떻게 아프고,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만 `사랑`이 아름다운지..., 특이한 형식을 빌려 표현한 것 같은데...결국엔 있다없다를 떠난 사랑 얘기인데 그 남자가 그 여자를 죽인 이유도 그녀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 같은데, 그 여자가 바라보던 그 남자가 죽었을 때 그 남자를 따라가라고 그 여자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베풀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일방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소통하는 사랑얘기라 너무나 고독하고 외로운 것이 아닌가 여겼어요. 영화자체가 스스로 이런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영화 속에서 던져진 것들을 갖고 생각해 봤어요.
윤상열 : 무미 건조한 느낌이 드는 색이 하얀색인데 별 느낌들 없으셨어요...?
김종구 : 하얀색...,그러니까 생각나는데...하얀색이 순수하다, 청결하다, 그런 의미인데 그 사람들의 사랑은 청결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근데 왜 하얀색을 테마로 했는지 모르겠는데..(하얀색이 순수를 의미하잖아요) 모든 게 다 하얀색이고 모래사장, 방, 의상까지 ....,만약에 둘의 사랑의 테마를 하얀색으로 표현했다면 그 여자가 떠나가면서도 그 남자가 왔을 때 지조가 있고 난 너만 있으면 돼 이런 식이었다면 좋았는데, 단지 그때뿐이거든요. 이런 것이 아니라면 같이 있다가도 전화만 받고 나가고` 하는 것은 그 색이 갖는 의미랑 아무런 상관이 없거든요. 상황에 따라서 색을 바꿔 봤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도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랬어요.
윤상열 : 그렇다면 색의 변화의 혼란 때문에 또다시 공감대를 형성치 못하지 않았을까요?
김종구 : 조금만 생각을 더 했으면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단순한 관객의 논리죠.
이설희 : 너무 표피적인 이미지에만 치중한 것 같아요. 김기덕 감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 중에 감상이 항상 극과 극을 달리하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굉장히 싫어하고, 저는 아마추어 수준 밖에 안되지만 그 감독을 보면 색채에 대한 이미지 표현이 대단하잖아요. `섬`같은 경우는 이미지의 연속 같아요. 사람들은 엽기적이다` 파격적이다`라고 하면서 보러갔지만 저는 거기에 나오는 그런 것들이 지저분하다` 충격적이다` 라고 느끼기 보다는 그냥 저렇게 환상적인 공간. 세계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공간에서 기발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영화도 이미지는 좋아요. 순진하구, 청결하구, 두 배우도 너무 기교가 없어서 순진해 보이고 그러는데 그렇게 이미지를 만들고 결합해 보이는 것은 좋은데 두 배우들의 대사가 결합하면서 그 이미지가 실망스럽게도 많이 위축되고 반감되는 것 같았어요.
윤상열 : 개봉시기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베티 블루와 이야기 구성이 참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이설희 : 저는 베티블루가 처음 개봉했을 때, 1시간 삭제되어서 개봉했지만 그때 초등학생 이여서 잘 몰랐는데 항상 아름다운 영화 포스터를 보면서 이런 영화가 있구나 생각해 봤는데..., 재개봉 때 이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가 시네마 천국인데 거기에 비견될 만한 영화예요. 거길 보면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하면서 끝나는 게 똑같구, 여자가 조금 미쳐있는 부분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광적이고 남자가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해서 잡고 싶어 하지만 여자는 남자 안에 놓여 있지 않고 좀 서로 안타깝게 어긋나는 게 비슷한데 깊이가 다르고 영화 안에 녹아들어 갈 수 있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눈물나고 안타까운 그런 감정의 격랑 같은 것 일수도 있겠지요.
김종구 : 베티블루는 또 진짜 그 여자가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게 느껴지는 게 '임신'을 원하잖아요. 임신이라는 것이 부부관계의 결실인데 그게 곧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구...,
이설희 : 근데 이 영화는 함께 하고 싶다는 의미도 모호한 것 같아요. 그냥 단지 몸만을 공유하고 섹스만을 원할 뿐이지, 거기에 대해서 어떠한 감정이 있다든지 하는 게 아니고..., 그 남자도 자신의 상상 안에서 이미지와 이상향을 바라고 몸만 생각할 뿐이고, 감정의 교류가 없잖아요. 남자가 섹스를 끝낸 후에 여자에게 '어때, 하고 물었을 때 여자가 '유선형의 것이 밀려오는데 감정도 같이 밀려오는데..., 근데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회의적 이예요. 그 여자가 마지막 부분에 남자에게 목 졸리면서 '사랑해'라고 그러는데 그건 그 남자의 착각이고 한 순간도 그 여자는 그 남자의 것이였던 적도 없고 그 남자가 그 여자를 사랑하고 헌신한다고 하지만 과연 100%의 대상으로 그 여자를 사랑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감성적으로 풍요한 시대, 사랑이 흔해진 시대, gun sex가 날립하고 진실한 사랑을 찾기 힘든 시대. 이러한 현실에서 美人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기의 자장 안에서만 사랑을 상상하고 공상하며 사는 이 무미 건조한 현실에 우두커니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메시지를 품은 영화.
"미인"이 추남, 추녀를 만나다.
추녀는 안은미라는 사람이 이지현이라는 미인을 어떻게 다스려왔는지 몹시도 궁금해 했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에 대한 여백의 이미지를 도무지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녀가 미인의 정신을 수양시킨 것인지 육체의 수련을 다독거린 것인지 의아스러움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이루어진 미인의 사랑의 행위는 추녀를 너무나도 감동시켰다. 그것으로 추녀는 잠깐이나마 안은미라는 몸 연출가를 동정했다고 했다. 그것은 보일 듯 말 듯 감추어진 상상의 저편에 대한 환상적이고 자극적인 카메라앵글에서 비롯되었다는 코멘트와 더불어서 말이다. 하긴 그것은 16mm의 저돌적인 힘에서는 찾기 힘든 성교의 기교에 대한 35mm의 화답이기도 했다. 하지만 추남은 아름다움 자체에 매우 목말라 했다.
미인에 대한 올바른 판단 기준에 섣부른 오류는 범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정점은 자연스러움과 진실성 이였다. 따라서 이지현은 그가 보기에 너무나도 부자유스러워 보였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 추녀는 '베티블루' 라는 영화를 통해 느껴보았다고 했다. 그 영화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 수 있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이였다. 하지만 모든 게 다 예뻐 보인다는 단순논리로서는 아무래도 조금은 무리가 아닌 가 싶었다. 단지 미인이 영화에서 미친 듯이 깔아 놓은 belle라는 단어만 없었어도 약간은 동양적인 면에서 아름답고 소박한 절제된 美를 보여주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추녀는 더불어서 이지현이라는 미인 자체에 대해서 못마땅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것은 여배우가 노출연기에서 보여주는 것이 연기력을 수반한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서부터 한 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 그 여배우가 나중에 무엇으로 다른 영화에서 인정을 받느냐 하는 점이었다.
미인은 자신의 이름을 돌려 세웠다. 그럼 무엇으로 자신의 연기력을 검증 받을 수 있을까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겠느냐 하는 것이였다.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과정애서 그녀는 진정한 메소드 배우로 거듭 태어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서 추남은 같은 배우의 입장에서 정선경과의 유사점을 들어 이지현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그것은 소위 벗는(?) 영화에 대한 공통점에서 출발하구 그 영화의 가쉽 정도에 따라 홍보되어지는 측면이 달라진다는 어눌한 영화계의 현실에서 마무리된다는 것 이였다. 하지만 이지현은 그러한 측면에서 자신의 상품성에 큰 데미지만 입었을 뿐 실리적인 측면은 제로에 가까웠다고 했다.
동시에 제작되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취한 '공동경비구역 J.S.A' 를 시사회 통해 본 추녀와 추남은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올 가을 대박영화가 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판단을 해 주었다. - 이 글이 작성된 시점이 9월 첫째주였다 - 미인에게 너무나도 실망한 이들에게 그 영화는 신선한 자극제였던 것 같았다. 계속해서 이들은 극 중 인물들과의 감정의 동화가 없음을 무척이나 아쉬워했는데, 이것은 이 영화가 너무 인공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해서 진솔한 삶의 중요함이 얼마나 영화상에서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극 중 인물들은 물론이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 대화와 소통의 문제가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혹은 이 영화가 지고 있는 모두들에게 다시 한 번 되묻는 시간이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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