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을 기억하며 - 영화결산 :::
양유창 | 2003년 01월 08일
조회 7254
해마다 최고의 영화 10편을 꼽아왔습니다.
2002년도 예외가 아니겠지요. 여기 그 목록을 올려봅니다.
기억할 만한 영화들
1. 디 아더스
나는 항상 '새로운' 영화를 베스트에 꼽기 위해 노력한다. 2001년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기쁘게 베스트로 선정한 영화였다. 같은 관점에서 2002년에는 <디 아더스>를 뽑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디 아더스>는 밀폐된 공간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문법의 교범을 제시했다. 둘째, 고전적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열려 있는 영화다.
2.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에서 늘 동경해오던 캐릭터들의 종합선물세트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사랑스런 캐릭터 뿐만 아니라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로도 눈길을 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훌륭한 동화. 부모가 돼지가 되면 아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나는 늘 상속자산이 배제된 아이들의 모험담에 끌리는 편이다. 이것은 내가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3.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망설였다.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와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중 어떤 것을 선정할 것인가. 이 시리즈가 베스트에 포함될까는 전혀 망설임의 대상이 아니었다. <반지의 제왕> 원작의 위대함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피터 잭슨의 작업은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벌써 2편이 끝나고 이제 1편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반지 원정대>가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지만, 로한과 사우론 군대간 협곡 전투 장관이 펼쳐진 <두개의 탑>이 더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평화론자처럼 보이는 앤트들이 각성하고 현실에 참여하는 대장관을 보라. 여기에 21세기를 사는 인류를 위한 모든 교훈이 있다.
4. 복수는 나의 것
그렇다. 베스트에 꼽힌 최고의 한국영화는 <복수는 나의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슴 속으로 내내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우리도 이런 영화를 갖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극좌파 테러리스트 배두나가 송강호에게 복수하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다.
5. 로드 투 퍼디션
감성적으로 이런 우중충한 영화에 끌린다. 평온함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이면에는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긴장이 흐르는 침묵의 분위기. 톰 행크스가 폴 뉴먼을 죽이는 장면에서 화면에 흐르는 빗줄기를 보라. 샘 멘데스는 갱스터 장르를 감성적 느와르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6.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티븐 스필버그를 좋아한다는 것은 더이상 소년취향이라는 증거가 아니다. 21세기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일 <A.I> 이후 스필버그는 더이상 옛날 동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톰 크루즈는 시스템의 감시자에서 어느새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어 쫓긴다. 해피 엔딩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필립 K 딕의 원작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영화이지만, 그것이 영화적 부실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다른 방향'에서 다른 방식으로 연출된 21세기 묵시록이다.
7. 아이 엠 샘
이 영화가 나를 사로잡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헬드로 이루어진 촬영이 감동적인 스토리라인을 더욱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둘째, 등장인물들이 모두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각자 모두 사연이 있고, 모두 눈물이 있다. 그런 면면들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8. 집으로...
여기 또 한 편의 착한 영화가 있다. <집으로...>는 할머니가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고백성사같은 영화다. 초코파이 세 개를 더 얹어주는 구멍가게 할머니, 가슴을 쓸어내리는 할머니의 언어, 할머니를 위해 엽서를 만들어놓는 손주의 착한 마음씨. 에피소드들에 정감이 넘치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펼쳐낸 이정향 감독의 능력이 <집으로...>를 용감한 영화로 만들었다.
9. 빵과 장미
켄 로치는 이름 만으로 영화의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몇 안되는 이름 중 하나이다. 그중 <빵과 장미>는 가장 대중적이면서 사랑스런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영화가 아닐까.
10. 판타스틱 소녀백서
시골뜨기 두 처녀와 대인기피증 레코드 수집가의 이야기가 마음에 드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버스는 기다리면 온다'고 믿는 할아버지 때문이다. 그 버스가 어디로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 앞에 버스가 도착할 때 영화는 현실에서 환타지로 영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다. 선댄스 등지에서 잘 만든 영화라고 칭찬받는 영화들의 전형을 보여주는 <판타스틱 소녀백서>는 그 시덥지 않은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 중 한 편이다.
10위권 밖의 영화들 - 그러나 썩 괜찮은 작품들
고스포드 파크
로얄 태넌바움
그남자는 거기 없었다
생활의 발견
오아시스
취화선
나쁜 남자
낙타(들)
공공의 적
라이터를 켜라
헤드윅
소림축구
결혼은, 미친 짓이다
후아유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영화들
가문의 영광
챔피언
2009 로스트 메모리즈
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로드 무비
정글쥬스
묻지마 패밀리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빴던 영화들
스파이더맨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연애소설
해안선
예스터데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역습
피도 눈물도 없이
윈드토커
쓰리
중독
하얀방
(영화제 상영작은 제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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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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