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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노예 12년> vs <아메리칸 허슬> 아카데미 승자는? :::


양유창 | 2014년 02월 24일
조회 2728


영화에 대한 정보를 지금처럼 많이 접하기 힘들던 20년 전만 해도 '아카데미 수상작'이라는 홍보문구는 흥행과 직결됐다. 수상작들은 어김없이 관객을 끌어모았고 영화를 안 보던 사람들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만큼은 챙겨봤다. 그 영화를 안 보고서는 대화에 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영화가 대세인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흥행과 직결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외한 외화는 관객이 100만 명 들기도 쉽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가 역차별을 거론하며 극장 상영 보이콧을 하기까지 하니 격세지감이다. 영화 시장은 점점 양극화돼 중박 영화는 없고 쪽박과 대박만 남았다. 이른바 '밴드 웨건' 효과가 더 강해져서 사람들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만 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시즌이 돌아왔다. 아카데미 수상작들의 흥행 '약발'이 예전 같지 않긴 하지만 여전히 아카데미 시상식은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쇼' 중 하나다. 해마다 2월 마지막주 일요일 저녁에 열리던 시상식이 올해는 3월 2일(현지시간)로 잡혔다.

올해 가장 많은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는 <아메리칸 허슬> <그래비티>(이상 10개 부문) <노예 12년>(9개 부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노예 12년>과 <아메리칸 허슬>이 나란히 드라마 부문과 코미디 부문의 작품상을 수상했었다.

<노예 12년>은 1840년대 북부 뉴욕주에서 자유인으로 살던 한 흑인이 납치돼 노예제도가 여전히 존재하는 남부 루이지애나주에서 12년 간 노예로 살아남은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한 남자의 자유를 향한 의지를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국 출신의 흑인 감독 스티브 맥퀸은 대영제국 훈장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미술가였는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뒤 단 세 번째 작품만에 아카데미 유력 후보에 오르는 재능을 발휘했다.

<아메리칸 허슬>은 1970년대 FBI와 사기꾼이 합작해 부패 정치인을 구속시킨 일명 '앱스캠 스캔들'을 영화화했는데 시종일관 경쾌하고 개성 뚜렷한 인물들의 조화가 장점이다. '진짜'가 되고 싶었던 '가짜'들의 블랙코미디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과는 또다른 미국을 보여준다. 감독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작년에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러 부문 후보에 올랐던 데이비드 O. 러셀이다.

두 편 모두 작품상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든 영화지만 수상작은 하나 뿐이다. (아카데미 85년의 역사에서 공동수상은 일곱 차례에 불과했다.) 작품상과 함께 주요 부문별 유력 후보를 살펴보자.



작품상 - 노예 12년 vs 아메리칸 허슬

2010년부터 작품상 후보가 늘어나면서 올해는 9편이 후보에 올랐다. <노예 12년>과 <아메리칸 허슬>이 '투톱'이지만 <그래비티>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주 배경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 없다는 것이 아킬레스건이다. 전례가 없기는 <노예 12년>도 마찬가지다. 흑인 감독의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받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메리칸 허슬>이 받게 될까? 하지만 <노예 12년>에 담긴 '자유를 향한 의지'라는 미국식 가치관은 전통적으로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이 선호하는 주제다. 20년 전 <쉰들러 리스트>에 작품상을 안겨주며 유태인 스티븐 스필버그를 위로했던 아카데미의 전례를 보건데 오바마 시대에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이 흑인 감독 영화에 투표하는 것을 망설이지는 않을 것 같다. 만약 <노예 12년>이 수상한다면 지금까지 한 번도 아카데미 트로피를 받지 못한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로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남우주연상 - 매튜 매커너히 vs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후보는 다섯 명이다. 그중 누가 받더라도 생애 첫 남우주연상이 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충혈된 눈으로 돈에 미친 사기꾼의 모습 그대로였다. 매튜 매커너히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무려 20kg을 감량하고 에이즈 환자를 연기했다. 탄탄하던 근육은 온데간데 없고 갈비뼈가 드러난 모습으로 등장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맞서 싸웠다. 두 사람과 함께 <아메리칸 허슬>의 크리스찬 베일도 있다. 2년 전까지만해도 배트맨이었던 이 남자는 대머리에 볼록한 올챙이배를 가진 중년 남자로 돌아왔다. 일부러 살을 찌워서 충격적인 변신을 해낸 거다. 남우주연상을 한 명에게만 줘야한다는 것이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인데 개인적으로는 매튜 매커너히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신경질적이면서도 무심한 듯한 그의 표정 연기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것 같다.

여우주연상 - 케이트 블란쳇 vs 산드라 블록

이번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은 가장 예측하기 쉬운 부문이다.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이 압도적이다. 그 역할은 케이트 블란쳇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우아함과 속물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여자, 한없이 처량한 인물임에도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된장녀'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래비티>의 산드라 블록이 경쟁자가 될 수 있겠으나 그녀는 우주복에 가려진 시간이 너무 많아 연기를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

감독상 - 알폰소 쿠아론 vs 데이비드 O. 러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통 감독상은 작품상을 받은 영화의 감독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예외가 될 확률이 높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아무래도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노예 12년>에게 작품상과 감독상을 몰아주는 파격은 피할 것이라는 점. 둘째,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영화의 비전을 <그래비티>가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장 유력한 감독상 후보는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이다. <아메리칸 허슬>의 데이비드 O. 러셀도 자격 있는 경쟁자이지만 올해에는 대진운을 탓해야 할 것이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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