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 My Ophelia :::
양유창 | 2001년 04월 13일
조회 5818
Doubt thou the stars are fire ;
Doubt that the sun doth move ;
Doubt truth to be a liar ;
But never doubt I love.
-- Hamlet's letter to Ophelia
저는 오늘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의 에세이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박돈규의 함진아비'라는 컬럼은 마음을 정화시켜줍니다. 가끔은 아, 이런 표현! 하며 감탄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한 번쯤 들러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서 많은 생각들을 하고 그것을 이야기하지만, 단언컨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바로 가진 것, 가질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다른 말로 각각 감사와 존경과 사랑입니다.
 | | Ophelia-John William Waterhouse, 1894 |
가진 것에 대해 우리는 감사합니다. 감사는 한편으로 여유와 불안의 동의어입니다. 여유롭고 한편으로 빼앗길까봐 불안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해합니다.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한 마음은 존경입니다. 난 당신을 존경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겸손의 표현입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것이지요. 항상 가능성을 가진 자들이 즐겨 찾는 표현입니다. 언제라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겸손해하고 존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박돈규 기자의 글 중 빙하 이야기가 있습니다. 빙하의 내부는 텅 비어있는데 이는 내부의 것들을 밀어내어 밖으로 쌓아가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에게 잠식되는 만큼 빙하는 팽창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죠. 그러다가 결국 빙하 내부에 바닷물이 차오르면 결국 다 녹아버리고 맙니다. 이렇게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일 겁니다. 더 많이 깊게 가지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이 그 속에서 가라앉아 버립니다.
살아가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이 세 가지 것들 중에서 오늘 당신은 어떤 것을 말하고 생각하셨나요?
한 도시의 외곽, 황야에 전설적인 파수꾼이 있습니다. 높은 망루 위에서 망을 보다 이리떼가 나타나면 양철북을 두드려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습격이 들통난 이리떼는 일단 뒤로 물러났다가 다음 기회를 노리죠.
파수꾼이 되고 싶어하는 소년이 있습니다. 겁은 많지만 눈이 밝은 아이죠. 소년은 한번도 이리떼를 놓친 적이 없는 전설적인 파수꾼을 몹시 존경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소년은 전설적인 파수꾼을 보러 망루 위로 올라갑니다. 이리떼가 출몰한다는 황야는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소년은 그토록 존경하던 파수꾼이 정신병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소년은 "이리떼는 없고 흰 구름뿐"이라고 쪽지를 적어 촌장에게 띄웁니다.
허겁지겁 달려온 촌장은 사람들을 단결시키기 위해 가상의 적을 만들었으며, 이리떼가 꾸며낸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공들여 세운 질서가 무너져버릴 거라고 말합니다.
이리떼가 없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온 성난 시민들 앞에서 소년은 자신이 거짓말을 했노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돌아간 뒤, 촌장이 소년에게 다가갑니다.
촌장: 너한테는 안됐다만, 넌 이곳에서 일생을 보내야 한다.
소년: !?
촌장: 마을엔 오지 마라. ...난 저 사람들이 싫다. 헌데 너에게는 내가 그리워하던 것이 있어. ...하지만 여긴 너무 쓸쓸해...미안하다.
(바람 소리가 거칠어지고 전설적인 파수꾼이 이리떼다! 소리친다. 소년은 조용히 양철북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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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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