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
양유창 | 2008년 03월 28일
조회 5868
코엔 형제라고 하면, 예전에는 조엘 코엔이 감독이고 에단 코엔은 제작자였다.
그런데 2004년 <레이디킬러>부터는 감독 크레딧에 조엘과 에단이 동시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형제 사이에 분업체계를 어떻게 나눴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엔 형제가 동시에 감독한 두번째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코엔 형제의 영화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데 <밀러스 크로싱>이나 <바톤 핑크> 같은 초기작들은 열광적으로 좋아하면서도 <파고>나 <위대한 레보스키> 같은 영화들은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이들이 영화를 만든 시기 중에 <참을 수 없는 사랑> 같은 소프트 코미디나 <레이디킬러> 같은 코믹 서스펜스도 있었는데 당시에 이 영화들을 보면서 도대체 코엔 형제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이 시기에 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예전으로 돌아갔다.
<블러드 심플>이나 <밀러스 크로싱>의 그 정서 말이다.
아니, 다행스럽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내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좀더 허무적이고 좀더 말이 없고 좀더 묵직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취향 탓이다.
하지만, 코엔 형제는 애초부터 그런 감독은 아니었다.
<아리조나 길들이기>라는 코미디로 센세이셔널하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금도 니콜라스 케이지가 이 영화에서 망가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
코엔 형제는 영화 만들기에 있어서는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독창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재능이 있지만, 원작을 각색하는 것에도 또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당장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만 해도 퓰리처상 수상작가의 국경 3부작 중 한 편이 원작이라고 하지만 영화를 본 지금은 사실 별로 읽고 싶지도 않다. 아마도 영화가 소설보다 훨씬 더 나을테니까 말이다.
내가 작년에 가장 좋게 보았던 영화 <씨 인사이드>
이 영화에서 전신마비로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얼굴 표정과 말로만 연기했던 하비에르 바르뎀.
바로 그 사람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무시무시한 살인마를 연기했다.
깜짝 놀랄 만한 캐스팅이고 또 정말 소름이 확 끼치는 연기력이다.
<샤이닝>의 잭 니콜슨,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 등 유명한 악역들이 떠오르는데 잭 니콜슨과 안소니 홉킨스가 다소 과장된 표정으로 지나치게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하비에르 바르뎀은 그 촌스러운 헤어스타일과 무표정한 말투가 마치 70년대 미국-멕시코 국경 바로 거기에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코엔 형제에게도 한계는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스타일은 90년대식이다.
이 영화가 허무하게 엔딩을 처리하는 방식이나 세 인물 간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 심지어 마지막에 아이들을 등장시켜 말이 없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방식 등은
90년대의 쿨한 영화들에서 많이 쓰였던 방식이다.
은퇴한 보안관 토미 리 존스는 자신의 직업적 한계 속에서 허무한 정서를 나레이션으로 읊었는지 모르겠으나 코엔 형제는 점점 정형화되어가는 헐리우드에서 그래도 새로운 영화가 자생적으로 태어났던 90년대를 추억하면서 지금의 '올드맨'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1992년 오스카를 거머쥐면서 그동안 폭력적인 영웅을 우상화했던 헐리우드를 비판하고 또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무시했던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었듯이 2008년의 오스카 역시 코엔 형제에게 시상하면서 90년대에 홀대했던 영화들을 추억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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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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