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 영화 베스트 10 :::
양유창 | 2005년 12월 31일
조회 13739
2005년 영화 베스트 10을 꼽아봅니다.
1995년부터 시작했으니 11년째네요.
언제 한번 역대 베스트10을 펼쳐놓고 훑어봐야겠습니다.
1. 브로큰 플라워
개인적으로 짐 자무쉬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고 정해진 답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옛 추억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 뭐랄까, 빌 머레이가 자기 집 안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그의 에티오피아인 친구가 이것저것 그를 위해 도와주는 설정이 빌 머레이의 무표정속 호기심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고 있네요. 황량함 속에 버려진 작은 꽃 같은 영화입니다.
2. 왕의 남자
2005년에 건진 보석같은 한국영화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먼 감우성이 하는 대사는 정말 최고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살아 있고, 마당극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으며, 대중영화로서 갖추어야 할 웃음과 감동의 미덕까지 겸비하고 있습니다. 이준기 감독은 <황산벌>의 그저그런 감독인줄 알았는데 내공이 장난이 아니군요.
3. 몽상가들
관객에게 향수를 심어주는 1968년의 세 젊은이들은 베르톨루치가 지금까지 그려왔던 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격변하는 시대를 외면하고 정사에 빠지거나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베르톨루치의 인물들. 유일하게 <1900년>의 제라르 드빠르듀가 행동하는 인물이었을 뿐이지만 그마저도 영화 속에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는 못했죠. 하지만 <몽상가들>의 마지막 장면은 골방에 쳐박혀 있던 세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가면서 끝납니다. 마치 그동안 좌절해왔던 할아버지 베르톨루치가 과거의 자기 행동을 자아비판하듯이 말이지요.
4.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의 영화가 좀더 유연성이 생기고 부드러워진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도덕적인 논쟁보다는 영화 자체로서의 만듦새가 부러운 영화였습니다.
5.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네요. 30년간 연출가로서 갈고닦은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는 멋진 인생영화에 박수를!
6. 주먹이 운다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가 서로 마주보며 달려오는 폭주기관차 같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이 영화가 보여준 두 인물의 낭떠러지 인생에 더 끌렸습니다. 누가 이기든 누가 지든 억울할 것 없는 두 삶이 어느 한편의 승리로 끝난 것은 좀 아쉬운 감이 있지만, <지구를 지켜라> 이후 인물의 가장 극단적인 심리상태까지 접근한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7. 권태
야릇하고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인물의 심리상태를 그려내는 솜씨가 유쾌하면서 실소를 자아냅니다. 제목과 달리 전혀 권태롭지 않은 내러티브의 걸작입니다.
8. 헐리우드 엔딩
우디 앨런의 영화는 비슷한 분위기와 배경 속에서 조금씩 다른 것을 찾아냅니다. 마치 제과점에 들러 오늘은 무슨 빵을 먹어볼까 고르는 심정과 같지요. 헐리우드에 대한 이 즐거운 풍자는 프랑스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폭소를 이끌어내고 맙니다.
9. 엘리자베스타운
직장을 잃고 아버지를 잃은 한 남자에게 한 여자가 다가갑니다. 그는 고향 엘리자베스타운에서 친적들, 이웃들과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면서 삶에 대한 용기를 얻습니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이 말한 것처럼 보고난 후에 그 인물들이 다시 그리워지는 영화입니다. 커스틴 던스트의 캐릭터는 아주 매력적이라서 한국영화에서도 이런 캐릭터를 한번 보고 싶네요. 환상적인 사운드트랙이 명상적인 분위기를 지배하는 영화입니다.
10. 팜므 파탈
10위를 놓고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만, 브라이언 드 팔마의 더 정교해진 서스펜스 플롯에 끌렸습니다. 마치 아이에서 성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의 영화입니다. 알고보면 단순하지만 과정을 이끌어가는 감각이 눈부십니다.
베스트 10에 못들었지만 기억할만한 영화
쿵푸 허슬
리컨스트럭션
아일랜드
사랑니
그때 그 사람들
혈의 누
웰컴 투 동막골
달콤한 인생
신 시티
배트맨 비긴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이터널 선샤인
킹콩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던 영화
인 디스 월드
우주전쟁
극장전
남극일기
외출
형사
태풍
차마 끝까지 보기 너무 힘들었던 영화
피와 뼈
시티 오브 갓
바이브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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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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