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진정한 <슈퍼스타 감사용> :::
양유창 | 2004년 09월 14일
조회 7176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로 이어진 인천 연고 프로야구 구단의 원년 명칭은 그 이름도 찬란한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이땅의 '루저'들에게 패배의 잔잔한 즐거움을 선사하더니 이윽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구원투수 감사용에 관한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전두환이 국민의 눈을 가리기위해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를 창단했다는 '음모설'로 그늘진 한국 스포츠 역사이지만 그래도 당시를 살아왔던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스크린을 통해 보는 80년대는 옛 동심처럼 푸근하게 느껴진다.
<친구>를 기점으로 <효자동 이발사> <실미도> 등 한국영화가 70년대에 공을 들였다면, 작년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그 배경이 80년대로 옮겨왔는데, <슈퍼스타 감사용>은 80년대의 추억을 소품 하나하나까지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아마도 필자처럼 70년대에 태어나 서른 언저리에 있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70년대의 지나친 엄숙함 보다는 각종 스포츠와 에로영화가 화려하게 거리를 수놓았던 80년대가 훨씬 더 추억할 것이 많을 것이다.
쌕쌕 오렌지, 처음 산 컬러TV에서 본 전원일기, 청룡 호랑이 사자 등 색색의 프로야구 마스코트, 백인천 김성한 박철순 신경식 등 당대 명 선수들...
<슈퍼스타 감사용>은 꿈을 안고 80년대를 살아가던 소시민들의 작은 우화이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서울의 봄'의 잠깐 동안의 햇살 이후 다시 암흑기로 돌아가버린 우울한 시대였지만, 당시 그들에게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에게 꿈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으로, 형 누나 어머니 앞에서 꼭 승리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수줍게 사랑도 고백하지 못한 그녀 앞에서 당당하고 싶다는 자신감으로, 또 언젠가 좋은 세상이 올 거라는 희망으로 당시를 살아간 많은 사람들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구원투수 감사용이 되어 공을 던졌고 그 공은 마침내 민주화의 진전으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야구영화이지만 야구에 대한 지식이 전혀 필요없는 휴먼 드라마이기도 하다. 지고 지고 또 져도 언젠가 이길거라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이 땅의 많은 패배자들을 위한 영화이다. 얼마전 서울대학교 야구부가 창단 이래 공식경기 첫 승을 올렸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적 있는데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의 승리는 언제나 아름답다.
신인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만듦새를 보여주는 영화는 감사용에게 감정이입 되어 숨막히는 스포츠 드라마를 보여준다. 만화 캐릭터와도 비슷한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의 우정이나 감사용을 응원하는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현실에 지쳐있으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반갑다.
시종일관 정감 넘치는 이 착한 영화에서 이범수는 예의 그 어눌하고 코믹한 말투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감사용을 창조해냈다. 무엇보다 감사용 형 역할의 조희봉의 연기가 훌륭했다. 코미디언이 영화에서 성공한 예가 드물기 때문에 걱정스러웠던 이혁재 또한 어색하지 않다.
다만 기대했던 윤진서는 초롱한 마스크를 보여주는 것에 그쳤으며, 공유는 박철순 역할로 비중있게 등장하면서도 왜 정준하와 함께 '우정출연'으로 스스로를 격하시켰는지 모를 일이다.
예전에 <클래식>에서 조인성이 자신을 우정출연으로 해달라고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렸던 일이 떠오른다. 조금 뜨면 자기 출연분량 챙기며 주연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
PS) 한가지 궁금한 것: 당시에도 지금처럼 "파이팅"을 일상적인 구호로 외쳤었던가? 최근 이 정체불명의 외래어를 "아자"로 대체하자는 움직임까지 있는 마당인데,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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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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