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 가이즈>에서 박중훈-차태현 빼면 뭐가 남을까? :::
양유창 | 2004년 06월 30일
조회 8517
<여친소>에서 전지현을 빼면 뭐가 남을까요? 상상하기 끔찍하죠? <투 가이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중훈과 차태현을 빼면 이미 지나가버린 2시간만 허탈하게 남습니다.
<투 가이즈>는 참으로 매력적인 컨셉이었습니다. 박중훈과 차태현이라는 각각 90년대와 2000년대를 대표하는 두 코미디의 매력남들이 뭉치면 뭔가 '아쌀한' 웃음보가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과는 참담합니다. 어디서 웃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영화는 불친절합니다. 그저 영화 혼자 스스로 마구 욕을 해대고 웃고 놉니다. 짜임새 없는 이야기구조이지만 그래도 스토리 상으로는 뭔가 터질 법도 한데 정작 기대를 충족시키는 흡입력이 부족합니다.
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을까요? 답은 아무래도 이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흔히 <결혼 이야기>가 충무로 최초의 본격적인 기획영화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영화를 단순히 감독이나 배우의 소유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제작단계부터 관객의 기호를 읽고 영화를 거기에 맞춤 형식으로 만들어낸 것이지요. 한마디로 헐리우드가 작업하는 방식이고 전형적인 장르영화를 양산해낸 방식이기도 합니다. 신씨네의 <결혼 이야기>가 큰 히트를 친 이후 한국 기획영화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투 가이즈>는 자신감 넘치는 기획영화로 출발했습니다. 제목이나 포스터에서는 다른 어떤 설명도 느낄 수가 없고 단지 두 명의 배우만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정우성과 장동건이 동시에 나오면 한국판 <히트>가 될 법한 것처럼 박중훈과 차태현은 시대를 대표하는 코믹 아이콘으로 설정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자 영화가 의도한 모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보람영화사와 쇼이스트. 잘 맞지 않는 궁합인 듯합니다. 쇼이스트는 코리아픽처스의 김동주 대표가 차린 영화사로 작년 <올드보이>로 급부상하기 전까지 <사마리아>나 <아카시아> 같은 독립적인 영화들까지 지원하는 영화사였습니다. 정우성을 철저히 망가뜨린 <똥개>도 흥행은 그저 그랬지만, 곽경택 감독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정우성은 '연기자'로 유턴하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반면 보람영화사는 씨네월드가 배급한 <투게더>를 제작했던 이주익 대표가 따로차린 제작사입니다. 씨네월드는 <아나키스트>나 <공포택시>의 처절한 실패를 딛고 <달마야 놀자>나 <황산벌> 같은 코믹 장르에서 끼를 발휘한 영화사이죠. 흥행에 성공한 두 편 모두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영화들입니다.
한마디로 두 회사는 영화를 보는 눈이 다릅니다. 둘 사이에 잘 맞지 않는 궁합이 영화를 산으로 몰고간 듯 보입니다.
애초부터 두 배우의 매력을 기반으로한 기획영화로 설정을 했으면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관객의 요구를 연구하고 따랐어야 했습니다. 또 버디영화의 전범들을 잘 살펴보고 박중훈과 차태현에 맞는 버디영화의 모델을 제시했어야 했지요. 하지만, <투 가이즈>에서 배우와 영화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유사한 색깔인 배우들은 90년대의 푸근한 장점과 2000년대의 풋풋한 장점을 각각 살리지 못하고 똑같은 모습으로 관객에게 부담스럽게 접근합니다.
우연히 산업스파이의 가방을 손에 쥔 두 명의 양아치들이 큰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는 이런 장르영화에서 전형적인 것입니다. 뻔한 줄거리가 아쉽기는 하지만 워낙 배우가 튀는 영화이기 때문에 약한 스토리를 튀는 배우로 잘만 요리해낸다면 근사한 튀김요리가 될 수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영화는 양념을 다양하게 넣을 줄을 몰랐습니다.
일단, 두 배우가 너무 똑같습니다. 똑같은 대사를 똑같은 방식으로 하니까 영화는 헛바퀴를 도는 듯한 느낌입니다. 서로 앙숙같던 두 남자가 점점 우정을 쌓아가는 방식은 기존 버디영화와 똑같은데 그 과정은 너무 난삽합니다. 한은정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합니다만 관객이 한은정에게서 보고싶은 것이 과연 몸매 자랑 뿐일까요?
또, 배우를 받쳐줄 시나리오의 부재가 심각합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좌우해주는 대사 한 마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그런데 <투 가이즈>에는 맛깔스런 대사가 전무합니다. 대사가 오로지 상황을 설명해주기에 급급할 뿐이니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한편으로는 박중훈과 차태현을 요리하기에 박헌수 감독이 아직 요리사로서 역량이 부족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박헌수 감독은 예전에 <구미호>와 <주노명 베이커리>를 만들었는데요. 두 편 모두 최악의 연기와 시나리오로 관객을 악몽에 시달리?한 바 있지요.
너무나 큰 아쉬움과 허탈함이 <투 가이즈>의 매력적인 두 배우를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비중이 큰 두 배우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이 영화는 두 배우가 정작 제 역할을 못해줄 때 영화가 얼마나 실망스러울 수 있나를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몇 액션씬이 재미있어서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옥탑방에서의 코믹한 혈투나 마지막 장면의 지하철 격투는 이 영화에서 유일한 볼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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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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