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틱 리버> 일순간에 무너지다 :::
양유창 | 2003년 12월 07일
조회 8758
<미스틱 리버>는 세 친구에 관한 영화다. 골목에서 놀던 세 꼬마 중 한 명이 어느날 납치당하게 되고 그 이후 세 친구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조명하는 영화다.
다르게 말하자면, 19세 소녀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옛 세 친구가 모인다. 한 명은 소녀의 아버지로서, 한 명은 그 사건의 담당형사로서, 또 한 명은 유력한 용의자로서. 세 친구 사이에는 기묘한 앙금이 남아 있는데, 어릴적 성폭행을 당한 한 친구 때문이다. 어릴적부터 수십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 남자를 지배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기억. 그 트라우마에서 허우적거리는 세 친구는 결국 넘어서는 안될 강을 건너고 만다.
범인이 과연 누구일까? 영화는 끝까지 궁금하게 만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면 영화는 아주 고전적으로 차분하게 서서히 옥죄어가기 시작한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과거는 이 영화가 단순한 범죄드라마가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을 다룬 성장영화이자 심리복수극임을 암시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로라 리니, 로렌스 피쉬번, 마르시아 게이 하든 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당대 미국 진보적 영화인들이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 더이상 연기나 연출에 대해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될만큼 존재감만으로도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90년대 이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명확한 선악구도 속에서 서부의 총잡이나 더티 해리로서 쌓아온 자신의 페르소나를 부정하고 선악 경계가 모호한 드라마로 선회한 것이다. <추악한 백인 사냥꾼>에서 처음 악인을 연기한 이후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는 자신의 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림으로서 작가로서 새출발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또하나의 특징은 그가 문학, 음악 등 다른 장르 예술을 동시에 즐긴다는 것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버디> 등 그는 고전적 러브 스토리와 재즈 선율에 끌린다. 한 여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이나 쓸쓸히 울리는 하모니카, 단촐한 재즈 향연이 그의 영화의 트레이드마크다.
<미스틱 리버>에서도 그의 취미이자 특기는 그대로 살아 있다.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은 영화의 주제가 되고, 직접 작곡한 음악은 쓸쓸한 영화 분위기를 고풍적으로 북돋아준다. 그리고, 감옥에서 출소해 새 삶을 살고 있는 숀 펜에게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자신이 느껴진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아이들과 여자까지 다 죽였던 전설의 악당인 그가 또다시 죄를 지었던 것처럼 <미스틱 리버>의 숀 펜도 결국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다시 빠져버린다.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처럼 망각이 반복을 부른 것이다.
선과 악이라는 경계의 모호함에 견딜 수 없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결말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납치당한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닌 세 친구 모두였다면 당신은 세 친구 사이에 남아 있는 미묘한 감정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누구라도 희생양이 되었을 수 있는 그 상황에서 운좋게 성폭행을 피했다는 사실이 한 동네에서 수십년을 같이 살아온 친구들에게 핑계가 될 수 없음을 알기에 차라리 그때 그 녀석이 죽어버렸다면 죄책감이라도 덜했을 것이라고 수십번 되뇌었을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이 영화가 너무 설교조라는 데에 있다. 노장 감독의 꼬장꼬장함이 그대로 묻어있는 듯 케빈 베이컨의 입을 통해 감독은 이렇게 얘기한다. "어쩌면 그때 그 차에 우리 모두 올라탄 것인지도 몰라" 문학적인 이 한 문장은 그러나 영화에서는 영상으로 표현되었어야 마땅한 것이기에 더 안타깝다. 조심스럽게 잘 이끌어온 드라마가 일순간에 흔들리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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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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