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웃기고 울리고 사투리 :::
양유창 | 2003년 06월 29일
조회 7557
내가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써야 하나?
이 영화 왜 이렇게 안끝나지? 라고 투덜거리며 버텼던 2시간여. 영화는 왜 이렇게 긴지 2시간을 꼭꼭 채운다. 애초에 흥행을 위한 코드 가지고 만들어진 영화치고는 너무 길다.
웃기고 울리고 사투리
그렇다. 최근 흥행에 성공하는 한국영화의 공식이다. 초반부에 웃기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슬픈 멜로모드로 전환한다. 영화 전반적으로 액션이 있고 사투리가 재미있게 쓰인다. 이게 전부다. 내용이고 뭐고 별 상관 없다. 이거면 된다. 여기에 배우 인지도만 있다면 게임 오버. <동갑내기 과외하기>, <선생 김봉두>, <가문의 영광>, <광복절특사>, <연애소설>, <라이터를 켜라> 등등. 정도는 덜해도 공식은 비슷하다. 최근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등 완성도 있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예가 만들어졌지만, 아직 가뭄에 단비 내린 정도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가 개봉 첫 주 흥행에 성공하면서 최근 한국영화의 흥행공식은 계속 유효한 듯 보인다.
차태현과 유동근의 매력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차태현의 매력이 철철 넘쳐흐르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러 가는 대다수의 관객이 아마 차태현 때문에 갈 것이다. 거기다가 <가문의 영광>에서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했던 유동근도 플러스 요인일 터. 그래서일까? 영화도 이 둘의 진한 정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거의 차태현이 앞에서 유동근이 뒤에서 애드립으로 지지고 복는 것이 관객에게 어필한다고 보면 된다. 두 배우는 참 열심히다. 그래서 봐줄 만하다.
손예진은 왜 스스로 망가지는가
어린 배우들은 항상 그놈의 '변신' 타령이다. 무슨 연예 프로그램에서 하는 얘기도 연기변신이 어쩌구 하는데, 난 그 점에 대해서는 장나라나 차태현의 노선이 맞다고 본다. 즉, 자신의 고유한 캐릭터를 가꿔가는 것이 어설픈 변신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 그점에서 손예진은 슬슬 망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손예진의 이미지는 코미디와 맞지 않는다. 기자시사회에서 썰렁한 농담을 억지로 하는 걸 보면 본인의 성격도 코미디과는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섹스어필까지 하려고 시도한 몇몇 장면은 글쎄, 본인이 스스로 눈요기감이 되려는 의지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억지변신을 시도하는 것인지 몰라도 패착이라고 본다. 한 번 실수한 이미지는 다시 복구되는데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맨날 조폭이고 깡패냐
흥행의 대전제였던 '조폭'은 요즘들어 교묘하게 사용되고 있다. 형사이야기로 변질되거나 아니면 코미디에 녹아드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조폭이 나온다. 정말 황당하게도 선생의 제자가 조폭이고 결국에는 선생의 꼬붕이다. <신라의 달밤>의 차승원이 딸을 낳았나? 말도 안되지만 결국 흥행을 위해 이야기는 그렇게 전개된다. 다른 조폭 코미디에서 보던 얼굴들이 그대로 나온다. 연기 잘하는 조연은 띄워줘야 마땅하지만, 성지루를 비롯한 몇몇 조연들은 이제 지겹다. 맨날 같은 배역에 같은 연기다. 언제나 안절부절 못하는 꼬붕 역할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본인 스스로 만족하는지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다.
이런 가부장적이고 반인권적인 영화가 있나
 '억지 코미디'라고 치고, 아무 생각 안하고 보면 된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짚을 건 짚고 넘어가자. 여성의 상품화가 우리 사회에서 하루이틀에 이루어진 관념이지는 않겠지만, 이쯤되면 정말 막하자는 거다. 서울대-사법고시 패스한 사위를 보고 싶은 교사와 어린 시절부터 '욕망'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제자. 그 사이에서 여자는 그냥 장난감일 뿐이다. 또, 아버지 품에서 곱게 큰 여성이 남자를 밝힌다는 설정도 우습다. 전형적으로 남자들이 기대하는 여성에 대한 환상일 뿐이다. 차태현은 장인이 될 유동근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안절부절이다. 아버지가 후계자에게 딸을 물려준다? 지금이 조선 어느 왕조 시대인가? 영화 속에서 주체성을 찾지 못하는 여성. 남자인 내가 보기에도 정말 답답한데, 여성들이야 오죽할까? 여성은 외도를 하다가도 결국 자신에게 매달려온 남자에게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착한 여자라고 남성 감독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죽을 병에 걸린 그녀는 미안해하며 남자를 받아들이고 착한 아내가 되어야 한다. 열녀 났군.
나는 대충 만든 영화가 싫다
시작은 재밌다. 애니메이션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차태현의 개인기가 영화를 생기있게 몰고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영화는 달라질 줄을 모르고 똑같은 것만 반복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뀐다. 관객에게 감동을 주려는 모양이다. 순간 올해 최악의 영화중 한 편인 <하늘정원>의 악몽이 떠올랐다. 후반부 갈수록 정말 가관이다. 억지로 구겨 넣어서 관객을 우롱한다. 그런데도 우는 관객이 있으니 정말 내가 미치겠다. 나도 차태현 좋고 손예진 좋다. 그래서 이 영화 봤다.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새로 한국영화가 만들어질 때마다 제일 먼저 달려가서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 영화 보면서는 실소를 금치 못한 정도를 지나 너무 우울하고 가슴이 아팠다. 정말 이런 영화는 사라져야 한다. 대충 흥행 코드 맞춰서 배우로 울궈먹는 영화. 여배우 벗겨서 스포츠신문에 광고내는 영화. 정말 추방 궐기대회 해야한다.
개봉 첫 주말 최다 관객 동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개봉 첫주 흥행 스코어는 <장화, 홍련>을 앞지를 정도로 대단했다고 한다. 관객들은 정말 이런 영화를 원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나만 싫다고 하는 건가? 이 영화의 소구층은 아마도 10대 여성들일 것이라고 보는데, 분명한 것은 영화사의 홍보전략이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개봉 첫주 와이드 릴리즈로 대규모 물량공세를 펴는 한국영화 시장에서 초반 인지도를 키우는데 성공했고 결국 그 결과가 흥행으로 반영된 셈이다. 홍보사는 몇 달 전부터 "절대퀸카 손예진의 섹시 댄싱" 어쩌구 하며 무차별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려왔다. 그 노고와 공로를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솔직히 난 이 영화의 흥행성공이 가슴아프다. 안될 영화는 안되야 한다. 그래야 한국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진다. 열심히 잘 만든 영화가 성공하고 엉터리 영화가 망하는 시장의 올바름을 기대하기에 내 바램은 너무나 비현실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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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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