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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맨 2> 미국식 정의감 :::
양유창 | 2003년 05월 01일
조회 9488
<엑스맨>은 여타의 수퍼 히어로 액션 영화들과 달랐다. 자신의 힘으로 모든 악을 쳐부술 수 있다고 믿는 헐리우드의 수많은 정의의 사도들과 달리 <엑스맨>의 돌연변이들은 자신의 능력이 부담스럽고 무서웠다. 그들은 늘 평화를 원했고 인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엄청난 능력은 그들을 멋있게 보이게 만들었지만, 반면에 그 능력으로 인해 그들은 고통받았다. <배트맨>이 보여준 단순 선악구도 이면의 어두운 영웅상처럼 <엑스맨>의 돌연변이들도 남들과 다른 자신의 능력 때문에 외로움 속에 갇힌다. 이것이 <엑스맨>의 매력이었고 차별화 전략이었다.
하지만, <엑스맨 2>는 전편보다는 덜 매력적이다. 돌연변이들은 더이상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권선징악의 사도가 되려 하고 있다. 착한 쪽이 살아남고 나쁜 쪽은 버림받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손가락에서 갈퀴가 솟아나올때 아프다고 수줍게 고백하던 울버린(휴 잭맨)은 사라지고 대장노릇을 하는 열혈전사 울버린만 남았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죽일 수 있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정신병을 앓던 로그(안나 파퀸)는 이제 사랑에 빠진 여자다. 눈에서 나오는 붉은 광선으로 괴로워하던 스콧(제임스 마스든)은 아예 중요 인물군에서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개인적인 감정들을 누락시킨 <엑스맨 2>는 그대신 더 큰 공간으로 접근한다. 백악관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엑스맨들은 미국식 정의감에 사로잡혀 인류 전체를 걱정한다. 이쯤되면 여타 수퍼 히어로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컨셉이다.
엑스맨들은 애초에 인간의 욕심에 의해 만들어졌다. 방사능 폐기물과 복제인간의 유전자가 결합하여 초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인간은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멀리하게 되었다. 엑스맨들은 인간과 고립되어 살아간다. 두 명의 위대한 엑스맨인 자비에(패트릭 스튜어트)와 매그니토(이안 맥켈렌)는 각각 엑스맨들의 정신적 지주와 지배욕망에 사로잡힌 강자로서 한 명은 엑스맨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기를 바라고, 다른 한 명은 인간을 모두 없애고 엑스맨들의 세상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처럼 '엑스맨'이라는 텍스트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 종족과 종족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를 돌연변이와 인간의 문제로 치환시키고, 엑스맨 내부에서도 두 수퍼파워의 다른 접근방식으로 인해 문제들이 야기되는 방식이 인간의 권력싸움과 닮았다. 여기에 덧붙여 <엑스맨 2>에서는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를 꾸준히 주입시킴으로써 미국영화임을 명백히 드러낸다. 가령 파이로(아론 스탠포드)가 경찰에게 불을 뿜어대는 장면에서 그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지는 것을 보라. 그가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열심히 설명하는 중이다. 또, 베를린에서 온 나이트크롤러(알란 커밍)가 열심히 성경구절을 외우는 장면은 그가 사실은 착한 캐릭터라는 것을 한 방에 설명해주기 위한 장치다. 미국 대통령을 해코지한 그가 굳이 베를린에서 온 캐릭터라는 것이 강조되는 것도 우스운데 그들의 일원이 되기 위한 발판이 독실한 카톨릭이라니 이 얼마나 미국적인가!
 이처럼 미국적 권선징악은 미국인이 아닌 관객을 당혹스럽게 한다. 착한 사람은 상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속담이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쁜 짓을 한 자를 죽게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은 아마 미국인이 아니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설정일 것이다. 가령 제이슨(마이클 레이드 맥케이)이 자비에에게 환각술을 걸었다고 해도 그는 그의 아버지 스트라이커의 사주를 받아 움직였을 뿐이다. 나이트크롤러는 카톨릭이라 용서가 되면서도 제이슨은 용서가 안되었나? 왜 그를 죽게 내버려두는가. 마찬가지로 울버린은 스트라이커에게 차라리 아이를 택하겠다면서 그를 죽든말든 내팽개친다. 돌연변이 소탕에 불을 켠 그가 엑스맨들의 적인 것은 확실하나 스트라이커와 울버린은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처럼 창조주와 피조물이라는 독특한 관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식의 마무리는 좀 비겁했다.
이렇게 넌 나쁜 짓 했으니 벌 받으라는 일방적인 강요는 사실 현실세계에서 미국이 항상 외교를 통해 보여준 것과 일맥상통한 것 같아 씁쓸하다. 더욱이 실제로 나쁜 짓을 한 것과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그것이 나쁜 짓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는 경우(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제이슨처럼)는 구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엑스맨 2>는 이에 무심하다. 오직 동료들을 대신해 기독교적인 희생정신으로 장렬하게 전사한 진(팜케 얀센)만이 눈물로 기억되고 영웅으로 추앙될 뿐이다.
기실 <엑스맨 2>는 좀더 스케일이 커졌고, 볼거리도 화려해졌다. 제트기 안에서 벌어지는 공중전은 <스타워즈> 만큼이나 현란하다. 또, 전편에 등장하지 않던 새로운 캐릭터들은 재미있는 신기술을 보여준다. 얼음으로 벽을 만들고, 불로 차를 뒤집는다. 영화의 앞뒤로 펼쳐지는 나레이션은 전편에서 사랑받은 돌연변이의 '자유'에 대한 주제를 직접적으로 부각시켜 감동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편보다 많이 영악해졌다. 더 많은 엑스맨들이 등장하지만, 사실 엑스맨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더이상 다루지 않는다. 전편에서 울버린을 주축으로 하면서도 비슷한 비중으로 소개되던 캐릭터들이 속편에서는 마초 울버린 중심으로 바뀌어 화려한 격투기 실력을 보여주는데 치중한다. 어둠 속에 고민하던 <배트맨>의 음울한 영웅상이 <배트맨 포에버>에서 전면 스포트라이트로 바뀐 것처럼 <엑스맨 2>의 엑스맨들 역시 화려해지고 좀더 무덤덤해졌다. 얻은 것은 미국식 정의감이요 잃은 것은 '엑스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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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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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ers' Comments | | | | |
 | 인간은 결국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보는 걸까? (Max) - 2003/05/06
| |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시각이란 게 있고, 같은 영화를 보고도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양유창씨의 영화평에 대해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 그리고 오류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우선 이 영화가 '미국식 정의감'을 말하고 있다는 데, 그게 무슨 뜻인 지요? 엑스맨들이 개인적인 감정(자신이 보통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고통, 자신이 남을 해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등등)을 버리고, 자신의 능력으로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고 믿는 게 미국식 정의감이라..... 글쎄요, 선과 악의 대결구도나 힘없는 다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의 등장은 헐리우드영화의 전유물이 아니랍니다. 양유창씨의 주장을 따른다면, 외국인이 홍길동이나 임꺽정이 등장하는 영화나 소설을 보고, "이건 전형적인 한국식 정의감을 다룬 작품이군"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왜 그들이 악을 행하는 지를 설명하는 대신,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 지를 꾸준히 주입시킴으로서 '미국영화'임을 명뱍히 드러낸다구요? '엑스맨'의 매력은 단순한 흑백논리나 한 명의 완전무결한 영웅을 내세우는 대신 (예를 들면 수퍼맨같은!), 다양한 개성과 재능의 고만고만한 캐릭터들을 내놓은 뒤, 이들을 체스게임의 말처럼 배열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데 묘미가 있습니다. 때로는 이들은 팀을 바꾸기도 하고, 두 팀이 서로 협력을 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파이로가 경찰관들에게 화염공격을 할 때 그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고 했는 데, 그럼 TGIF종업원처럼 무릎을 꿇고 미소를 지으며, "자, 경찰관 아저씨는 미디엄이 좋을까요, 웰던으로 해드릴까요?"라고 말하기라도 해야할까요?
저는 이 장면이나 앞부분의 아이스맨이 부모에게 자신이 돌연변이임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십대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 여기서 십대란 '전형적인 미국의 십대'가 아닌 '그냥 십대'입니다.
돌연변이들이 인간의 탐욕인 방사능폐기물과 복제인간의 유전자가 결합하여 생겨났다는 대목에선 실소가 터져나오네요. 그럼 '엑스맨 1탄'의 마그니토는 2차대전 유태인수용소에서 유년기를 보낼 때 이미 초능력을 발휘했는 데, 그럼 히로시마를 방문한 적이 있었나? 아냐, 유태인을 대상으로 나치독일이 그때 이미 인체실험을 했을지도?
대통령암살을 시도한 나이트크롤러가 베를린출신임을 강조하는 한편, 카톨릭신자임을 강조하여 착한 사람임을 보여주는 게 얼마나 미국적이냐구요? 이건 영화감독 브라이언 싱어나 시나리오작가들이 아닌 원작자 스탄 리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의 캐릭터는 원작만화에서 이미 그렇게 만들어진 거니까요. 전 왜 원작대로 미스틱과 나이트크롤러가 모자지간으로 나오지않았을까 궁금했습니다. (하긴 레베카 로민이 알란 커밍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 됐겠지만....) 이런 공공장소에서 영화평을 쓸 때는 최소한 사실왜곡은 하지 마시라고 부탁드립니다. 원작만화를 보는 성의까진 기대하지 않더라도, 영화만 제대로 봐도 이런 오류들은 피할 수 있었을 게 아닙니까? 이건 영화를 만든 사람들만이 아닌 영화평을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순진하다 못해 현실불감증으로 보이는 자비에르의 방식이 마그니토의 그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도덕적인 문제는 논외로 치고라도!) 우선 마그니토의 방식대로 모든 인간들을 말살시킨다고 초능력자들에게 평화가 올까요? 초능력자들의 후손들중에서 보통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생길 것입니다. 아니, 초능력자들만으로 이뤄진 사회가 유지가능하더라도 그들 내부에서 또다른 불신과 증오가 반목되겠지요.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롬바인'에서 "미국원주민을 말살시키고, 흑인들을 노예로 삼다가 흑인거주지역으로 격리시켰지만, 백인들은 결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메시지처럼 말입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마그니토는 돌연변이들을 위해서 살아갈 인물이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같은 이유로 스트라이커가 돌연변이는 물론 인간들에게도 해로운 존재입니다. 이 둘은 '자기희생'이란 숭고한 정신을 모르니까요. "우리를 위해 저들을 없애야 한다"는 인물은 언젠가는 "나를 위해 너를 없애겠다"는 말을 할 게 틀림없으니까요.
저도 이 영화에 대해 몇 가지 불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캐릭터들을 생략했지만, 여전히 많은 캐릭터들로 인해 다소 스토리가 산만해진 점, 갑자기 무너질 듯 하던 댐이 왜 몇 분이나 질질 끌다 무너지는가, 그리고 그 때 아이스맨은 뭘하고 있었나 등등입니다. (하나 더, 스트라이커의 계획은 1탄의 마그니토의 그것만큼이나 엉성합니다. 자비에르가 환상 속이라도 살인따위를 할 리가 없고, 그렇다하더라도 가장 가까이 있는 제이슨부터 당하게 되는 순간 환상에서 풀려나게 되니까요)
영화평에는 어차피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지만, 양유창씨의 글은 주관을 넘어선 편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자주 눈에 뜨이는 군요. | |
| 역시... sungho17(천권) - 2003/05/23
| | 이 지구는 미국이 없으면 않되는지....
점점 세계에 번져가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들...
우린 그영화들을 보면서 미국대통령이 지구 대통령인줄 착각할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액스맨을 위시한 그런류의 할리우드 영화는 미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고 있고, 그렇게 인식시키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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