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반디불이 전한 사랑 :::
양유창 | 2003년 01월 28일
조회 9989
눈을 감고 이 영화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면 그것은 당신이 <클래식>을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영화가 30년의 시간을 넘나들고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좋은 조건을 내포한다. 우선 유치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고, 사랑의 표현수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또 그만큼 다양한 관객에게 호소할 수 있다.
황순원의 [소나기], <번지점프를 하다>, <동감>, <와니와 준하>, <4월이야기>, <러브레터> 등이 조금씩 참조된 이 영화는 몇몇 장면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을 꿈꾸는 연인들에게 손색이 없다.
곽재용 감독 제2의 전성기
영화가 타이밍의 예술이라면, 곽재용 감독은 거기에 완숙미를 더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고전적인 느낌이 부드럽게 살아있는 화면에 맺고 끊음이 분명한 커팅, 로맨스와 코미디가 서로를 보듬는 완급조절 등은 분명 <엽기적인 그녀>에서 한 발자욱 더 나아간 것이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의 고전적 스타일과 <엽기적인 그녀>의 발랄함이 합쳐져 <클래식>이 되었다. 30년전 장면이 <비오는 날의 수채화>식이라면 현재의 화면은 <엽기적인 그녀> 풍이다.
대중의 코드를 읽고, 또 로맨스를 유치하지 않게 서정적으로 그려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연애소설>을 통해 이미 본 적 있다. 다소 부담스러웠을 <엽기적인 그녀>를 통한 성공적인 재기를 발판으로 곽재용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누군가는 그를 한국의 진가신이라고 평했다. 감미로운 편지내용이 낭만적으로 빗줄기를 타고 흐르는 화면 속에서 나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손예진, 조승우 뜨고 조인성 지다
세 배우 모두 열심히 하는 타입이다. 차분한 성격의 손예진과 조승우는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변화하는 인물의 면면을 무리없이 소화하였고, 모범생 이미지의 조인성은 딱딱한 외면 속에 감추어진 운명적인 사랑을 끄집어내려 하였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결과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포크댄스 장면에서 포복절도할 춤을 선보여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준 손예진과 조승우는 다음 영화가 기대될 정도로 뇌리에 남았던 반면,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으로 어설픈 미소만 짓던 조인성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MBC드라마 [선희 진희]에서 이미 차분하고 당돌한 연기를 해본적 있던 손예진이 순정소녀에서 한 아이의 엄마까지를 연기하는 것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고, 또 이미 뮤지컬 무대에서 검증된 배우 조승우에게는 <춘향뎐>의 이몽룡과 <후야유>의 시니컬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미지가 동시에 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조인성은 달랐다. 그는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난 적이 없었고, 또 그 이미지를 깊게 탐구하지도 못했다. <화장실, 어디에요?>에서 <장혁(A)>처럼 양아치가 될 수 있었으나 그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표정이었고, 배역을 잘못 택한 것 같았다.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영화마다 실패를 거듭한 장동건을 예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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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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