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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을 기억하며 - 영화결산 :::

양유창 | 2001년 12월 29일 조회 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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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들 중 좋은 영화와 아쉬운 영화, 나쁜 영화를 꼽아보았습니다. 본래 별점평가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여기 몇 편의 영화를 꼽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개별 영화들에 나름대로 평점을 매겨 추출해야 했습니다. 개봉영화들 중 아주 오래전에 제작되어 늦장개봉하였거나 재개봉한 작품들은 '특별언급'으로 따로 분류하였습니다.
기억해야 할 만한 영화들
1. 멀홀랜드 드라이브
올해의 영화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선정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상상력의 두 가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첫째는 영화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장르로 만들어준다는 것이고, 둘째는 역으로 오히려 너무 뻔한 장면들로 가득한 자기복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2001'이라는 의미심장한 숫자와 이 영화는 잘 어울립니다.
2. 봄날은 간다
저는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봄날은 간다>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아주 개인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뛰어난 문학성을 영화로 승화시킨 감수성에 눈물 흘렸습니다.
3. A.I
스탠리 큐브릭이 만들었을 지도 모르는 'A.I'보다 저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A.I'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5천년이 지난 뒤에 엄마를 만나는 아이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스필버그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값진 선물입니다. 헐리우드가 의외의 감동을 주는 순간으로 저는 이 영화의 순수성을 사랑합니다.
4. 파이란
이 영화는 아주 이상합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아주 오래된 영화 같지만, 이제 겨우 몇 달이 지났을 뿐입니다. 이 영화의 장백지처럼 스크린에서 계속해서 슬픔을 자아내는 배우도 없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물론 최민식의 연기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최민식의 연기보다는 한 이민자의 이국땅에서의 짧은 삶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5. 번지점프를 하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이 영화는 아마도 사랑에 빠져 있는 많은 청춘남녀들을 설레게 해주었을 영화입니다. 저도 같은 이유로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6. 아모레스 페로스
왕가위의 <중경삼림>을 멕시코에서 스티븐 소더버그 식으로 찍으면 이런 영화가 될까요? 세 가지 이야기가 시간별로 얽히는데 일단 재미있고, 가족과 인간관계에 관한 내실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입니다.
7. 화산고
저는 이 영화가 흥행에 굉장히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예측은 빗나가더군요. <조폭 마누라> 이후 두번째로 흥행성적을 맞추는데 실패한 한국영화였습니다. 이 영화가 그저 보합 정도의 성공을 거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무협 환타지물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힘들다는 장르의 한계성을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화산고>는 무엇보다 잘 만든 영화이고, 유쾌한 코미디이며, 특수효과는 어떤 한국영화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 영화가 국제적으로 성공을 거두어 계속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8. 어둠 속의 댄서
뮤지컬 방식으로 멜로드라마를 찍었습니다. 그것도 디지털 캠코더로. 비요크의 노래들은 가슴을 적시고, 안무들은 화려하고, 관습적인 드라마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 흘리게 합니다. 라스 본 트리에의 놀라운 능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9. 스내치
<스내치>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미국 자본으로 리메이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더 많은 등장인물과 더 활기찬 코미디와 더 대담하고 감각적인 영상 속에 더 많은 유쾌함을 주는 영화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한 방 먹이고 한 몫 챙기는 멋진 모습과 그때 흘러나오는 음악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10. 투발루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를 흉내낸 <투발루>는 상상력 풍부한 프랑스 영화입니다. 거의 대사가 없는 화면들은 드니 라방이 움직일 때마다 폭소를 끌어냅니다. 올해 가장 인상적인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10위권 밖의 영화들 - 그러나 썩 괜찮은 작품들
아들의 방
와니와 준하
폴락
물랑루즈
레퀴엠
고양이를 부탁해
라이방
갓 앤 몬스터
타인의 취향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빌리 엘리어트
메멘토
트래픽
수쥬
눈물
혹성탈출
휴머니스트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영화들
엽기적인 그녀
무사
2001 용가리
아바론
베가번스의 전설
: 저는 <엽기적인 그녀>를 극장에서 볼 때는 감독이 대충 장난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집에서 보니 장면마다 코미디를 만들려고 무진장 애쓴 흔적이 역력하게 보이더군요. 말도 안되는 편집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도 다시 보니 그게 나름대로 웃음을 유발하려고 했던 장치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제 개인적으로 재평가받아야 할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사>의 경우는 정말 아쉬운 경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CF와 영화를 혼동하면서 실망을 했던 것 같습니다. <2001 용가리>를 소리소문없이 만들어 개봉한 심형래 감독에게 '화이팅'을 외칩니다. 당신의 다음 작품을 지켜볼 것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빴던 영화들
광시곡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 <광시곡>은 어쩌면 당시 개봉 중이던 한국영화들이 워낙 막강한 탓에 더 실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장훈 감독이 영화의 꿈을 접지 않고 다시 재기하려 한다면 몇 년은 더 기다려야겠네요. <해리포터>에 대한 실망은 첫째 흥미거리가 없이 지루했다는 점, 둘째 너무 보수적이고 심지어 극우적인 가치관을 바탕에 둔 영화라는 점입니다.
다시 만난 영화들 - 특별언급
나의 즐거운 일기
이웃집 토토로
지옥의 묵시록
히로시마 내 사랑
엑소시스트
성냥공장 소녀
: 이 영화들 모두 하늘에 있는 별을 모두 몰아줘도 아깝지 않은 명작들이군요. <나의 즐거운 일기>는 언제봐도 즐겁습니다. <이웃집 토토로>는 대단하지요.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는 더 완전해졌구요,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는 로맨스와 난해함의 사이에 있는 초기 거장의 힘이 느껴집니다. <엑소시스트>는 공포의 근원을 탐구하고 있고, <성냥공장 소녀>의 단순하고 불친절한 이야기는 한국식 드라마의 냉철한 버전이라 반갑습니다.
여기 언급하지 않은 영화들은 그다지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았기에 넣지 않았습니다. 흥행대작 한국영화들을 따로 넣을까 망설였지만 넣을 만한 자리가 없더군요.
아마도 대상을 2001년 개봉작으로 한정하지 않고 올해 본 영화들로 넓혔다면, 베스트 1위에는 단연 <디 아더스>와 <반지의 제왕>이 각축을 벌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2002년의 몫으로 넘겨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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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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