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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러브레터> 편지+테러+공포+싸이코 :::


양유창 | 1999년 12월 30일
조회 16906


지금까지 러브레터는 50번이 넘게 본 것 같다.
처음 본 것은 97년 비디오를 통해서였고,
그뒤 여기저기 상영회를 돌아다니며 수차례 보았다.
정작 개봉당시인 지난달에는 극장에서 보지 못했지만,
대신 비디오로 몇 번 더 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보면 볼수록.. 이상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바로 그 유명한 장면에 있다.
눈 속에서 와타나베 히로코가 허공에 절규하는 그 장면.
난 솔직히 그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전율을 느낀다.
처음에는 감동적인 전율이었다가 가끔은 문득문득
그 장면이 떠오르는 그런 전율...

그러다가 여느날도 아무 생각 없이 러브레터를 보고 있었다.
딴에는 화면구성이나 내러티브 전개 이런 것에 신경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다시 그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줄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또다시 느껴지는 전율...
이상하다. 이것은 뭐지?

그 장면에서, 히로코의 외침과 이츠키가 병원에 누워서
읊조리는 말이 서로 겹친다. 오겡끼 데쓰까? 와타시와 오겡끼데.
잘 지내세요. 난 잘지내... "설마, 이것은 서로에게 하는 말일까?"

후지이 이츠키는 한 명 뿐이다.
와타나베 히로코가 그토록 사랑했던 후지이 이츠키 단 한 명.
나머지 한 명은 히로코의 머리 속에만 살고 있는
환상속의 그대일 뿐.

그렇게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본다.
완전한 싸이코드라마.. 편지를 보내는 히로코. 편지를 받고
답장을 써주는 히로코. 순전히.. 후지이 이츠키를 잊지 못하는
와타나베 히로코의 실연 치유기.

학창시절 늘 같은 반이었던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 결국 후지이 이츠키가 사랑했던 것도
와타나베 히로코였겠지. 그래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열람카드의 뒤편에 그려진 것이 와타나베 히로코였으면 좋겠다는
것이 해피엔드를 바라는 필자의 생각.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영화가 공포로 다가온다.
어쩌면 저렇게 와타나베는 정신분열증 혹은 이중인격자를
정확하게 연기해내고 있을까...!

실제로 모 잡지와 인터뷰에서 이와이 슌지는
와타나베 히로코를 정신분열증 환자로 설정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많은 부분 정신분열증에 관한 의학을
참조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전작인 <피크닉>이나
<언두>, <스왈로우테일>을 보면 무리도 아니다.
정신병동의 한 여자와 두 남자 이야기 <피크닉>,
묶여 있고 싶어하는 정신이상의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언두>,
<스왈로우테일>은 이민자 사회에 마약, 폭력 등 도시의
치부를 드러낸다.

어쨌든 <러브레터>는 열린영화다.
제작진을 향해, 관객을 향해, 그리고 와타나베 히로코의
포스터를 방에 걸고 싶어하는 수많은 필리아들을 향해...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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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 Comments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군요. 땡이(toy1974) - 2000/09/17
첨에 이글을 읽었을땐 이사람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했는데요.

나카야마 미호가 일인 이역을 하는것도 모르나 하고 말이죠.

여인 후지이 이츠키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군요.

어린시절 후지이 이츠키(남자)를 만난게 와다나베 히로코이고 히로코가 가상의 동명이인인 후지이 이츠키를 만들어 낸거라면....

이건 문제가 장난이 아니군요.

좋은 의견 감사함니다.

울 동호회 사람들에게도 알려 주어야 겠어요.
신선한 해석이에요.. 포스터(포스터) - 2000/09/17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이 죽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그를 만나고 싶었을꺼에요..


그죠?
전 동의할수 없는것 같네요.. chrishu(hjchoi) - 2000/09/17
안녕.

그동안 시네라인을 자주 찾았지만..항상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이글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이글을 읽은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러나...솔찍히 말하면...약간..실망했다.
물론..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너무 원제작의도와는 틀린 방향으로 나간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난 일본영화를 많이 접해본것도 아니고, 러브레터를 극장에서 첨봤지만, 그리고 일본영화라고는 '쉘위댄스','4월이야기','사무라이픽션'밖에 못봤다... 그래서 내 글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내 의견은 너무나 다르다. 내가 일본 영화를 접한것은 별로 안되지만 그래도 영화를 감상하고, 평가하는 것에는 얼마간의 자신이 있다.


여기서 러브레터의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가 자신의 연인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여자 '후지이 이츠키'란 상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해석인것 같다...의견이 다르다고 화내지는 말고 나의 의견을 들어보길 바란다.

음.. 너무나 우연의 일치이지만 여자'후지이 이츠키'는 극속의 실제인물이다. 이름,성,나이가 같고 성(性)만 다른 두 사람이 일생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학창시절에 만났다는것은 정말 대단한 우연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와이순지감독의 의도는 사랑하는 연인을 잊지못하는 히로코가 보낸 편지로 인해 이츠키가 학창시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첫사랑을 깨닳게 된다는 것이다. 원래 이와이순지감독은 영상감독이라 불리기를 좋아할정도로 시각적 요소를 중요시한다. 유명한 CF,드라마 감독이기도 하며, 예전에 순정만화작가였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쳐서인지 그는 사람들을 묘하게 (슬프고, 애닳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사람을 감동시키려 한다.
'러브레터'에서는 4명의 애닳은 사랑이야기가 주이다.
먼저 히로코..그녀는 죽은 연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현애인 아키바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이츠키의 진짜 사랑이 누군지 깨닳고, 그 유명한 눈밭 씬에서 그를 털어낸다.

아키바..그는 이츠키의 절친한 친구이며 히로코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이츠키를 잊지못하는 히로코에게 상처받으면서도 말이다..나중엔 사랑을 얻는다.

여자 '이츠키'..평범한 생활을 하다 한장의 편지로 인해 첫사랑의 기쁨과 아쉬움을 얻게 되는 동화같은 사랑이야기의 주인공..

남자'이츠키'...첫사랑을 고백도 못하고, 간직하다 히로코를 만나..그녀와 결혼하려 한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은? 영화내내 성인이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로 인해..우리는 우리개개인의 이상형으로 느끼게 해준다.그렇기에 더욱더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것이다.


이 영화는 간단한것 같으면서 난해하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도 단순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일뿐이다.

그러나 이와이순지감독이 말한바와 같이 히로코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고, 영화전체적으로 묘한 분위기를 읽을수 있다.

그러나 히로코의 정신이상은 상상의 '이츠키'를 만들어낸것이 아니라..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고 그것에 집착하는것에 기인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이런 집착에 얽매여있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먼저 히로코가 그러하고, 남자'이츠키'는 첫사랑에 집착으로 히로코를 선택한다. 이츠키의 선배'불아범'은 이츠키의 죽음에..아키바는 '히로코'에.. 여자'이츠키'의 할아버지는 '집'에..각기 다른 집작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가장 큰 것은 히로코로 '이츠키'에 대한 집착의 도를 넘어 상식적으로 생각할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죽은 이츠키에게 편지와 약을 보내고, 여자'이츠키'라는 것을 알면서도 집착을 버리지 않고..자신이 모르는 이츠키의 어린시절을 얻으며 여자 '이츠키'에게 집착한다.

끝에는 그녀는 이 집착을 버리고, 여자'이츠키'는 남자'이츠키'의 사랑이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고 감동하게 된다. 우리 관객들도 끝내 고백하지 못한 남자'이츠키'와 너무 늦게 사랑을 알게된 여자'이츠키'의 애닳은 사랑이야기에 감동하는 것이다.

또 그 눈밭 씬의 히로코와 병상의 이츠키의 겹치는 씬에서의 해석도 다르다.

이것은 짧은 말이지만 'お元氣ですか.私は元氣です.'는 많은 의미가 있다.

히로코는 남자'이츠키'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매개체가..여자'이츠키'는 죽었다 살아나면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사랑(미처 깨닳지 못했던 자신의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그에 대해 다시 생각케 한 히로코의 첫편지의 대사를 읖조린 것이다. 이로서 상반되지만 그들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그때 여자'이츠키'가 흘리는 눈물 한방울은 첫사랑의 애닳픔에 흘리는 눈물인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눈은 많은 의미가 있는데..처음 첫장면..눈위에 누워있는 히로코는 죽은 이츠키를 더욱 가까이 느끼기 위해 차가운'죽음'을 잠시나마 느끼기 위해서이고, 눈속에 얼어죽은 잠자리는 남자'이츠키'의 죽음을 암시한다. 실제 남자'이츠키'는 절벽에서 떨어져 눈속에서 죽었으며, 히로코는 눈밭에서 그를 털어버렸고, 여자'이츠키'는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가운데..죽을 고비를 넘긴다. 이로서 많은 역할을 하는 눈을 위해 영화의 배경또한 눈의 도시인 훗카이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말로하지 않고 느낄수 있는 영상을 선호하고 첫사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길 좋아하는 것은 '4월 이야기'를 보면 더욱더 알수있다.

그것은 마치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한 느낌이 드는 엔딩을 설정한다.

사람의 결말을 보여주지도 않고 그저 첫사랑을 쫏는 작은 소망에 느끼는 행복을 표현한다..


너무 두서가 없었나? 원래 내가 말주변도 없고,특히 글을 잘 못쓴다.

그렇기에 너무 길고, 지루하고, 뭐가뭔지 모르게 돼..내 처음 의도와 다르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내 해석도 틀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속시원히 내 의견을 말한것에 만족한다..

chrishu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khrhee(khrhee) - 2000/09/17
호기심에 읽어본 13번 글에서 다소 황당함을 느낀 사람입니다.

영상매체인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의 개인적인 해석을 하는 것이야 너무나 자연스럽고 필요한 일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지나친 비약이나 독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50번씩이나 보았다니...

그저 재미있는 해석이구나 하고 넘기기에는 내가 느낀 감정이 너무나 화가 나던 차에 chrishu님이 쓰신 글을 읽고,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네명의 주인공들에 대한 애

도플겡어 라고도 하지여.. blankshot(이광수) - 2001/02/09
흠..러브레터를 많이 보셨다고 하는데..

50번이여.? 그정도의 레벨이면 그렇게 느껴집니다.

저도 그정도 볼때는 그런 생각이 뇌리를 뒤 흔들더군

요.. 헌데 한 50번만 더 보세여. 그럼 처음에 감동

보다 10배 더한 그 무엇인가를 얻으 실수 있다고

강력 추천합니다. 거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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